안쓰럽고 슬픈 그녀의 이야기 - 캐리(1976)

지역내일 2008-08-16
네모이야기

여름에는 아무래도 공포영화다. 앞으로 한동안은 한치 앞을 분간 못할 깜깜한 밤에도 한낮의 뜨거운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그래서 잠들기에는 영 글렀다 싶은 날이 계속될 것이다. 이럴 때는 끊임없는 냉수 샤워도, 목젖 짜릿하게 하는 맥주도 한때뿐이다. 그보다 뒷골이 뻐근한 써늘함을 느끼려면 그저 공포영화만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를 골라야 할 것인가. 손에 꼽을 만한 공포영화는 한두 편이 아니다. 물론 장면은 기억남에도 그 제목이 가물거리는 것이 문제. 공포영화가 굳이 스토리라인이나 깊은 감동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보는 동안에는 머리털 쭈뼛 서게 만드는 공포감을, 다 본 후에는 왠지 모르게 짠한, 그래서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법한 공포영화의 주인공을 며칠간 마음 한 구석에 담고 다니도록 한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이 이상의 공포영화는 없을 듯한 영화, 바로 ‘캐리’다.
캐리는 어머니로부터는 끊임없는 정서와 신체의 학대를 받아온, 또래로부터는 감정의 따돌림을 받아온 위태로운 10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동조와 이해가 필요한 때에 철저히 고립된 그녀. 그런 그녀에게는 위험한 능력이 하나 있으니 바로 염력이다. 그리고 그 염력으로 인해 슬픈 성장 영화일 것만 같았던 영화는 한 순간에 공포영화로 탈바꿈한다.
단언하건대 이 영화의 마지막 30분은 그 어떤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공포를 안겨준다. 어떤 계략에 의해서 파티의 퀸으로 단상에 올라선 캐리. 지금까지 이보다 더한 행복감은 느껴본 적이 없을 만큼 행복함에 겨워한다. 그런 그녀에게 쏟아 부어진 돼지 피. 한 순간에 행복은 떠나고 조롱만이 남는다. 그리고 온 몸에 그 피를 뒤집어 쓴 채 눈망울을 희번덕거리는 캐리는 분노에, 슬픔에 강당 안을 순식간에 죽음의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대놓고 난자하고 살점이 튀어 오르는 끔찍한 공포는 아니다. 하지만 슬퍼서, 캐리를 극한으로 절망하게 만드는 그 슬픔이 전이되어서 그 공포의 공간에 함께 하게 된다.
굳이 그런 절망감이 어디 캐리만의 것일까. 10대를 넘어서면서 주저앉고 싶음이 어디 한 두 번이었을까. 또래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따돌림, 늪과 같은 절망을 애써 모른 척하기도 했다. 물론 하루를 넘기지 않는 감정이었으니 지금껏 살아있었지 만일 캐리처럼 염력이라도 있었더라면 큰일 날 뻔한 순간 많았다.
캐리는 영국 더 타임스에서 ‘비평가가 선정한 최고의 라스트 신 톱 20’에 마지막 장면이 선정되기도 했다. 무슨 장면이기에 그럴까. 궁금하다면 지독히도 무더운 밤, 영화를 볼 것을 권한다. 써늘함으로 여름밤의 무더위가 싹 가셔질 것이니. 물론 그때부터는 무서움에 밤잠을 설치게 되겠지만.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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