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Q&A] 주관식 시험에 아직 적응을 못해요

지역내일 2008-09-10
Q: 제 아들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입니다. 중학생이 되어서 벌써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두번의 시험을 치렀습니다. 문제는 객관식은 거의 만점을 받았는데 서술형인 주관식 시험에 적응을 못해 성적이 엉망입니다. 중간고사 때는 처음 치러보는 시험이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기말 고사도 마찬가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시험준비 하면서 주관식 문제도 제법 많이 풀어보고 연습도 했는데 성적은 나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문제 푸는 요령이나 방법을 찾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주위에서는 논술학원에 보내라고 하는데 꼭 학원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듯 합니다. 어떻게 길을 잡아줘야 할까요. 요즘은 주관식 시험 때문에 자꾸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A: 중학교 시험에 등장하는 주관식 문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입니다. 과학에서 ‘표면에 붉은색의 사막이 있고 물이 흐른 흔적이 있으며… 엷은 이산화탄소의 대기로 덮여있는 천체의 이름은?’ 이라고 묻거나 사회에서 ‘일본에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학에서 문제를 주고 답을 쓰라는 식의 문제들이 그 첫 번째 유형입니다.

천체의 이름은 ‘화성’이고, 일본이 지진이 많은 이유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답형 주관식은 사실 알면 쓰고, 모르면 쓰지 못하기 때문에 찍을 수 없다는 점 말고는 단순 이해를 묻는 객관식 문제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상담을 한 학생처럼 교과 내용 학습과 시험 준비를 성실히 해 객관식 문제를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어렵지 않은 유형입니다.

두 번째 주관식 유형은 흔히 말하는 서술형 문제입니다. ‘광해군이 펼친 정책은?’ 이라고 묻지 않고 ‘광해군이 중립외교정책을 펼친 이유를 5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와 같이 묻는 유형입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주관식 유형입니다.

상대적으로 주관식에 약하다고 상담해온 학생은 객관식 문제는 잘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교과 내용을 무난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은 교과서나 참고서에 나오는 주관식 질문을 읽고 풀이가 되어 있는 해설 답안을 읽으면 쉽게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익숙하게 보아오던 주관식 질문과 풀이 중에 갑자기 해설이 사라지고 텅 빈 공간과 함께 문제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대를 만나는 순간 눈앞이 하얘집니다. 상담하신 학생처럼 주관식과 객관식의 점수 차이가 큰 아이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런 학생들에게 먼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자전거 타기’에 대한 경험입니다. 자전거는 균형을 잡고 바퀴를 굴리면 된다는 이해만으로는 탈 수 없습니다. 넘어질 듯 말 듯 좌우로 기우뚱거리는 순간의 공포와 무릎이 까져 피가 날지도 모른다는 무서움을 무릅쓰고 반복해서 체험을 해보아야 합니다.

주관식 문제에 약한 학생에게도 이런 과정이 필요합니다. 주관식 질문 옆에 답을 채우는 건 연필을 든 ‘손’이 아닙니다. 문제를 푸는 순간 학생의 손을 움직이는 건 학생의 ‘사고’입니다. 학생의 사고가 그 순간에 겁먹지 않고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평소에 습관을 들여놓아야 합니다. 이 습관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쓰기’입니다. 어떤 질문을 만났을 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눈으로 보거나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아니라, 귀찮지만 꾸준히 한 두 문장으로 써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단원 시작할 때의 알아두기나 탐구과제, 심화학습 등에 등장하는 물음들은 단답형이 아닙니다. 여러 문장을 사용해야 답변이 가능한 질문들입니다.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는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구성을 가진 교재입니다. 그 구성 속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짚는 물음들에 대한 해설을 눈으로 보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그것에 익숙해지는 순간 그 학생들에게 주관식 문제는 점점 더 높은 ‘벽’이 되어갑니다. 무조건 그 질문에 몇 줄이라도 자신의 생각으로 직접 글을 써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상담해온 학생의 경우처럼 객관식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교과 학습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쓰기 습관이 갖추어지면, 교과 내용 중 비교적 명확한 일부 내용을 가지고 문제를 출제하는 요즘의 주관식 문제는 8x8=64라는 구구단 답을 내듯이 편안하게 풀어낼 수가 있습니다.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 해질수록 더 정교하고 더 정확하게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교육환경은 변해갑니다. 그런 환경에서의 공부 방법은 넓은 안목을 가지고 깊고 체계적인 학습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암기가 아닌 사고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면 상담하신 것처럼 논술학원을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단, 이해력과 스스로의 사고습관을 키워주는 논술학원이라야 합니다. ‘어설프게 외워도 객관식은 보기가 있어 맞출 수 있지만, 확실하게 외우지 않으면 주관식은 쓸 수가 없다’ 이것이 요즘 학교 시험의 현실인 건 맞습니다.

애초에 학생들의 사고능력을 키우기 위해 서술형 주관식이 도입된 취지와는 달리 현재의 학교 주관식 문제는 확실히 외우지 않았으면 쓰기 힘든 문제가 다수입니다. 주관식 문제를 지금 당장 많이 맞추는 게 아니라 잘 풀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자녀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됩니다. 지금 자녀가 나의 질문에, 신문이나 뉴스의 이슈에 선생님들의 질문에 참고서의 질문에 어떻게 얼마나 답변을 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해주십시오.

타임홀딩스 논술연구소 백재훈 부소장
(02)470-8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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