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주최 ‘진로적성평가’ 해석 강연회

“진로 정보가 자녀 성공 좌우하는 시대”

지역내일 2008-09-12 (수정 2008-09-14 오전 10:34:11)
진로 탐색의 시작은 학습 능력 파악… 중2까지는 일단 학습에 무게 둬야

일선 학교 교사들은 요즘 아이들이 ‘몇 등을 하겠다’는 목표는 있어도, 장래희망을 구체적인 직업 분야와 연계해 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진로 교육, 무엇이 문제일까.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의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중학생 이상 되는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정말 몰라서 없다고 하는 줄 알았는데, 깊이 상담해보니 아이 입장에선 그렇게 말하는 게 편한 거였다.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엄마의 머릿속에는 직업이 다섯 개다. 의사, 판사, 변호사, 교수, 한의사. 중학생이 돼서 첫 시험을 치르고 나면 그 정도 성적은 안 될 것 같으니 6번 교사, 7번 공무원 정도가 추가된다. 1만2000개가 넘는 직업 중 성적으로만 봤을 때 상위 2퍼센트 이내에서 선택되는 직업을 모든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셈이다. 12년 동안 사교육비를 그렇게 많이 쓰고도 고3이 돼서 산업공학과나 미학과에 가면 뭘 배우는지, 사회학과를 졸업하면 이후 진로는 어떻게 되는지 인생에서 더 중요한 지점은 등한시하는 게 문제다.

인기 학과인데 사양 직업 … 진로 성숙도 높아야 판단 가능

중3이나 고1 자녀를 둔 엄마들이 종종 ‘우리 아이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대요’라고 자랑하듯 얘기하는 걸 듣는다. 우리는 이 경우 진로 성숙도가 낮다고 평가한다. 초등학생 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면 이는 여러 곳에서 긍정적인 자극이 들어온다는 의미니 바람직하지만 중학생 때는 크게 계열이,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때는 구체적으로 과가 결정돼야 하는 시기다. 이때까지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건 아이가 성장함에 따른 진로 성숙도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또 ‘가’라는 아이와 ‘나’라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가’는 초등학생 때 꿈이 과학자, 중학생 때도 과학자, 고등학생 때도 과학자다. 이 경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런 아이들은 대학 진학시 이공계를 선택한다. 3, 4학년쯤 되면 대학원에 갈까, 취직할까 고민한다. ‘나’는 초등학생 때는 과학자, 중학생 때는 핵물리학자, 고등학생 때는 나사(NASA)에서 근무하는 게 꿈이다. 이런 아이들은 나사에서 근무하려면 유학을 가야 하고, GRE(미국 대학원 입학 테스트)라는 굉장히 어려운 시험을 봐야 하니 대학 1, 2학년 때부터 이 준비에 매진할 것. 나이에 맞게 점점 꿈이 구체화되고, 사회에 진출할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다양한 정보를 얻어 현실화시킬 때 자신이 원하는 분야, 적성에 맞는 분야에 진입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진로 성숙도는 크게 시험, 진학, 직업, 직업 경로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정보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평가된다.
예를 들어 요즘 뜨는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에 자신이 적합한지, 내신 등급이 같아도 학교마다 가중치 기준이 다르니 자신의 성적 구조에는 어떤 대학이 가장 적합한지 등은 시험에 대한 정보다. 경원대는 1년간 재학한 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는 UMC 프로그램을 몇 년째 운영 중이지만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을 것. 현재 커트라인이 굉장히 높은 인기 학과지만 직업 자체는 사양길을 걷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어떤 학교와 학과가 자신에게 맞는지, 유망한지 등은 진학 정보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에는 1만2천 개, 미국은 2만 4천 개가 넘는 직업이 있다. 이중 빠르게 사양하는 직업과 미래 지향적인 직업이 뭔지 파악하는 게 직업에 대한 정보다. 우리 아이가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적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걸리는데 부모들은 당장 인기 있는 직업에만 신경 쓴다. 다음으로 가장 어려운 직업 경로에 대한 정보가 있다. 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면 외무고시를 봐야 하는데, 보통 정치외교학과가 유리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사실 영문과나 영어 관련 학과 출신들이 가장 많이 합격하는 시험이 외무고시다. 서울대는 정치외교학과가 아예 없고, 외교학과와 정치학과로 나뉘어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는 3순위라 할 수 있다. 서울대 다음으로 외무고시 합격자를 주로 배출하는 학교는 한국외국어대. 따라서 상위권이라면 서울대 외교학과를 목표로 하고, 중상위권이라면 외대 영문과를 가는 게 외교관이 되기 위한 가장 유리한 입지다.

구성비 다를 뿐 모든 아이의 역량은 100 … 학습 능력 파악부터

예를 들어 A라는 아이는 학습 능력이 100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학자나 교수, 연구원 같은 직업이 알맞다. B라는 아이는 학습 능력이 90인데 사회성 5와 손재주 5가 있다. 이런 아이들은 의사가 되면 명의가 될 것. 현재 진로 지도의 문제점은 학습 능력이 100인 아이들이 의대를 선택한다는 것. 의사는 쉽게 될 수 있지만 구조상 맞지 않기 때문에 행복할지는 의문이다.
또 학습 능력은 70, 미술 능력이 30인 C라는 아이가 있다. 이 경우 부모는 공부로 밀지, 미술로 밀지 계속 고민하기 쉬운데, 이때는 고2까지는 학과 공부를 하다 이후 입시 미술을 시작해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 된다. 같은 미술이지만 산업디자인은 자동차나 휴대폰, MP3 등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디자인을 해야 하는 분야다. 따라서 학습 능력과 미술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지만 미술만 하다 수능 점수가 안 나와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카이스트에 과학고 외에도 서울예고나 선화예고 학생들이 진학하는 산업디자인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반면 학습 능력은 30이지만 미술 능력이 70인 D라는 아이가 있다. 이때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켜 예중, 예고, 미대에 보내면 된다. 단 그렇게 힘 들이고 돈 들여 미대에 보내도 자신이 배운 학원에 다시 강사로 나가는 잘못된 구조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후 진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만약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의 예술 석사(MFA) 학위를 받으면 예술 경영, 예술 기획, 예술 마케팅 등 앞으로 유망한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날 것.
다음으로 학습 능력은 30인데 사회성이 70인 E라는 아이가 있다. 엄마가 보기엔 ‘공부는 못하는데 오지랖만 넓은 아이’거나 ‘공부만 빼면 다 괜찮은 아이’다. 이런 아이들은 어릴 때는 주변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중2쯤 되면 엄마와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엄마의 진로 성숙도가 낮으면 과거 정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아이들이 21세기의 핵심 능력인 영업력, 협상력의 귀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적성이 발현되는 시기는 보통 12~15세라고 본다. 중학교 1, 2학년까지는 되도록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진로 탐색의 시작은 모든 능력의 합계인 100 안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학습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 열심히 하지 않으면 본래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 중2까지는 학습에 치중하면서 진로 성숙도를 키우는 노력을 병행하고, 이후에는 다른 능력까지 파악해 구체적인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중학생 이후부터 3년간 1년에 한 차례씩 가벼운 적성검사를 받아 추이를 지켜보는 방법도 권한다. 결과지의 일관성이 높다면 문과나 이과 선택시 신뢰도 있는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고, 일관성이 떨어진다면 심층적인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녀 진로 성숙도, 가정의 진로 성숙도와 비례

성공하는 자녀로 키우고 싶다면 우선 부모가 신문 사회면과 경제면에 정통해야 한다. 기사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에 밑줄을 쳐보자. 굉장히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는 부모들의 최종 학력 이후에 생긴 단어들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소화하려고 노력하면 그 가정의 진로 성숙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요즘 대우증권 광고를 보면 ‘세계적인 IB를 꿈꾸며’라는 카피가 나온다. 무슨 단어인지 모르겠다면 찾아보자. ‘아, 투자은행을 IB라 하는구나.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곳이 투자은행이네. 자본시장 통합법이 내년부터 발효돼 IB를 꿈꾼다고 하는 거구나. 그런데 IB에서 일하는 사람을 I뱅커라고 하네. 그간 대한민국에 없던 직업인데 자본시장 통합법이 발효되면서 생기는구나. 미국에선 100년도 넘은 직업이고,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향하는 연봉 높은 직업이구나.’ 광고 하나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직업 정보가 추가되는 것이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다. 주변에 널린 정보를 우리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 내 것으로 만드느냐, 만들지 못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면 결국 사회에서 성공하는 아이로 성장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적성 찾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 많은 부모들이 공감해주시면 좋겠다.

[아이 진로 성숙도 = 부모 진로 성숙도]

지난 7월 20일 내일신문과 와이즈멘토가 주관한 제1회 전국 초·중·고 진로적성평가 검사에 대한 결과지 해석 강연회가 8월 28일 안곡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학부모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결과지 해석 강연회에서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진로적성 교육은 ‘잘 할 수 있으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는 것 못지않게 부모의 진로 성숙도도 높아야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김미현(백마마을 2단지) 씨는 “고1, 중2 두 아이 모두 진로적성평가 검사를 받았다. 결과가 나온 걸 보니 학교에서 봤던 것과 많이 달랐다”며 “과학을 좋아하는 큰 아이는 수학이 좀 부족해서 문과를 선택했다. 헌데 결과는 이과 계열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나왔다. 부모 입장에서는 수학 때문에 막연하게 문과를 선택하라고 했는데, 문과 이과를 결정하기 전에 이 검사를 받았으면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에서 복수 전공을 할 수도 있으니 좋아하는 과학을 꾸준히 공부해 보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내일신문과 함께 전국적으로 실시한 진로 성숙도 평가 결과 일산 지역은 초등학생 때는 굉장히 자녀 교육을 잘 시키다가 중학생 쯤 되면 그 다양하던 관심사가 특목고 하나로 굳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남 지역은 특목고가 그렇게 중요한 팩트가 아니다. 웬만한 외고보다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일반고가 있고, 유학에 대한 관심도 높으니 진로 선택 기준이 그만큼 다양하고 정보도 상대적으로 더 많다. 결국 학습 능력이 높은 아이들보다 진로 성숙도가 높은 아이들이 잘 풀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또 “고등학생들의 경우 시험정보에 비해 진학(대학/학과)정보가 많이 부족해 미래 목표 직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특히 학과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일신문과 와이즈멘토는 내년 4월에 제2회 진로적성검사와 평가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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