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타고 떠나는 가을여행

‘찰나’라서 더 아름다운 단풍

3·6번 마을버스로 안산천과 화정천 옆 길 단풍구경

지역내일 2008-10-14 (수정 2008-10-15 오후 1:59:24)

오메, 단풍 들겄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겄네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김영랑의 시 ‘오메, 단풍들것네’가 떠오른다. 
노랗고 빨갛게 물이 든 은행잎과 단풍잎에 시심이 동하고 방랑벽이 도진다. 허나 일상이 한 짐인 생활인이 멀리 가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안산에서 가까운 단풍놀이터를 찾는데 수암봉행 노선도를 붙인 마을버스가 눈에 띄었다. 저 버스를 타면 수암봉에 갈 수 있겠구나. 가을이 가기 전에 마을버스를 타 보자, 했다. 

3번, 중앙역~수암봉 
  중앙역 앞 3번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오후 1시40분 출발. 버스는 유턴 후 ‘달뜨는 언덕받이’에서 지명이 유래했다는 ‘월피’천 동길을 왼쪽에 두고 성포동 아파트 단지를 지난다. 가을 해에 맑게 반짝이는 월피천에 잉어도 얼핏 보인다. 길가에 서있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플라타너스와 느티나무, 잣나무와 전나무 사이로 ‘오메, 단풍 들겄네’ 소리가 절로난다. “이 길은 사계절 다 아름답죠.” 3번 마을버스 기사 하진택씨는 5년째 이 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종점인 수암동 안산초등학교 앞까지 약 1분 간격으로 차를 세워 손님을 내리고 태우면서 월피천과 안산천 길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아름답고, 눈 내린 겨울 풍경도 나름 운치 있다고. 출발 20분 만에 장하동과 양상동이란다. 버스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달라진다. 간간히 보이는 비닐하우스와 집들 사이, 주말농장용 농지가 보이고 개발되기 전 시골 풍경도 얼핏 보이다 사라진다. 수인산업도로를 타면 멀게 느껴지던 수암봉이 아기자기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다가왔다. 아는 사람은 벌써 알고 이 버스로 수암봉을 오르내린다. 토요일 오후, 선부동에 산다는 두 여인이 등산복 차림으로 버스에 오른다. 아침 9시20분, 집에서 나와 두어 시간 수암봉을 등산하고 내려와선 칼국수 한 그릇 먹고 나서 2시10분 버스로 돌아간다고. 버스요금은 현금 800원, 카드 700원이다. 6세 미만 3명까진 무료. 중앙역에서 새벽 5시20분 첫차, 12시 10분 막차다. 15~10분 간격 배차. 수암봉에 오르기 전 문화유적인 안산읍성과 안산관아터도 둘러보면 좋다. 

6번, 고잔역~화정동 
   고잔역 앞에 정차된 6번 버스를 보고 종점을 물은 후 승용차로 버스 뒤를 따랐다. 가로수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고잔역 앞에서 유턴 후 세무서사거리 앞으로 우회전 해 문화예술의전당쪽으로 좌회전 한 후 다시 화정천을 왼쪽에 두고 화정천동길로 우회전한다. 효진빌라와 고잔1동사무소를 지나 강서고사거리에서 와동체육관 지나고 화정7교를 건너 화정동으로 접어든다. 순간,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온다. 좁은 길 양편으로 노란코스모스가 가득 피었고 초록빛 들판은 어느새 누렇게 물들기 시작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풀 사이로 벼를 벤 논도 보이고 여러 가지 푸성귀가 자라는 밭도 보인다. 옹기종기, 아기자기, 오밀조밀한 밭과 논이 눈을 즐겁게 한다. 도심을 벗어난 지 20분 만에 꽃우물마을, 화정동에 도착했다. 화정영어마을 앞을 지나자 갈림길이 나타난다. 우회전하면 물왕저수지 가는 길이고 좌회전하면 종점이다. 근처에 문화유적지인 오정각과 고송정지도 있다. 마을 뒤를 두른 야트막한 산은 마하산. 종점에서 다시 만난 6번 마을버스 기사는 산 이름은 잘 모르지만 6번 버스를 타는 등산객이 많단다. 표고 246m인 마하산은 참나무가 주종이고 간간히 신갈나무와 소나무, 노간주나무가 보이고 두릅나무와 산초나무도 쉽게 눈에 띈다. 정상에 서면 안산시 전역을 살펴볼 수 있다. 아직 등산코스 안내도나 편의시설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6번 마을버스 노선은 고잔역으로 돌아오는 길이 더 예쁘다. 화정천동길 따라 무성히 자란 가로수들이 초록을 버리고 빨간 옷을 입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지면 참 좋을 그 길이 끝나는 곳에 경치가 아름답기로 이름난 화랑유원지도 있다. 갈대꽃이, 부들이, 경기도미술관이 가을을 머금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가을이 함께 걷는다. 안산에는 3번과 6번 말고도 여러 대의 마을버스가 있다. 안산이 새롭게 다가오는 마을버스 여행. 10월 내내 아름다운 단풍이 유혹한다. 

서영란 리포터 triumv@kornet.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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