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파주 통일초 이진주 교사

우리는 선생님 집에서 ‘1박2일’ 해요

지역내일 2008-12-12
혹시 여러분은 학창시절에 선생님 댁에서 식사를 하거나 함께 하룻밤을 보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선생님께 고민을 털어놓거나 수다를 떨면서 가슴이 따뜻해졌던 추억을 간직한 분들은 그 스스럼없으면서도 콩닥콩닥 뛰던 기분을 아실 겁니다. 그러데 파주에서 매달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훈훈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파주 통일초등학교의 이진주 선생님입니다.

친밀감은 사적인 공간에서 더 짙어져
통일초등학교 5학년2반 교실을 찾았을 때는 마침 청소시간이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분주하게 청소를 하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선생님은 안 계신 듯. “선생님 어디 계시니?”라고 묻자, 교실 뒤쪽에서 “제가 담임인데요~” 한다. 이진주 교사의 맑고 앳된 얼굴이 영락없이 아이들의 모습을 닮았다.
이진주(29) 교사는 올해로 교직생활 6년차. “교사가 된 첫 해에 1박2일로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했어요. 친해지고 싶으면 사적인 공간에서 함께 밥 먹고, 자는 게 최고잖아요. 학년이 끝날 때 아이들에게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었더니 선생님 집에서 밥 먹고 놀았던 게 기억에 남는대요. 그 이후로 매 달 한 번씩 송이별로 초대해서 밥 먹고 함께 놀아요.”
‘송이’는 포도송이, 꿈 송이처럼 작은 하나하나가 모여 전체를 만든다는 의미라고 한다. 보통 ‘모둠’이라고 하는데, 남다른 걸 좋아하는 선생님은 ‘송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 송이별로 봉사를 했거나, 청소를 잘 했거나 하는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데, 가장 점수가 높은 송이가 그 달에 선생님 댁을 방문하는 것이다. 새 학년 올라가기 전인 2월까지 진행해보면 반 아이들 전체가 대부분 한 번 이상 이 교사 집에 가게 된다.
아이들을 초대한 선생님은 저녁밥상을 함께 차려 먹고, 마피아 게임, 부루마불게임 등 보드게임을 주로 한다. 이진주 교사 본인이 보드게임 마니아라고. 이진주 교사는 또 매주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가정통신문에는 ‘학교에서 집으로’와 ‘집에서 학교로’라는 란이 있다.
“철수가 슬며시 와서 방귀를 뀌고 갔어요. 철수 때문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제 엔돌핀이 많이 생겼어요. 집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죠? 학교에서는 따봉이에요.’”
“영희 옷, 어쩜 그리 예쁘게 입히시는지 한없이 바라보게 됩니다. 영희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슬퍼요.”
이와 같은 선생님의 세심하고 진솔한 이야기에 학부모들 또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목표한 일에 최선을 다 하도록 이끌어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방귀는 실수였을까요, 장난이었을까요? 눈앞에 그려지는 광경이^^;;;”(철수 엄마)

분필 잡고 싶어 선생님 되다
이진주 교사는 어릴 적 ‘분필이 잡고 싶어서’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철들고 나서는 소위 문제아라고 찍힌 아이가 소년원에서 출소 한 후,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아 자살한 뉴스에 충격을 받았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아이를 믿어주고 사랑해줬다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교사가 될 결심을 굳혔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을 용서하라’는 성경말씀처럼 실수하고 거짓말 하는 아이들도 언제나 기회를 주고, 믿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천직’이라는 게 있다면 이진주 교사에게는 교사가 바로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냐는 질문에 “모든 게 기억에 남아요. 하나도 빠짐없이.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까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힘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큰 에너지를 받으면서 일 할 수 있어 기쁘단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게 아이들이거든요. 그런 아이들에게 배울 때가 더 많아요.” 결혼하고 나서도 ‘선생님 집으로의 초대’는 계속될 수 있도록 애인에게도 동의를 구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사실 저보다도 더 훌륭한 선생님들이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계세요. 그런데 국어 수학 영어도 중요하지만 감성과 인성을 키울 수 있는 노력에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지치는 것 같아요. 공교육에도 희망이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어요. 저 또한 아이들과 ‘진정한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를 만들고 싶어 다양한 노력을 해 보는 거지요.”
이름만큼이나 진주처럼 빛나는 사랑을 간직한 선생님을 만난 5학년 2반 아이들이 행복해보였다.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미니 인터뷰]

최민우 학생 어머니 - “얼마 전 학예회 때, 아이들이 ‘난타’공연을 했는데 참석했던 학부모들이 모두 감동 받았어요. 학교에서 주최한 영어말하기대회에서 반 전체 아이들이 ‘맘마미아’ 팝송을 부르며 율동을 해서 상도 탔어요. 이 달에는 경제를 배우는 학습단원에 맞춰, ‘5천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협조문이 왔어요. TV에서 하는 ‘만원의 행복’처럼 집에서 심부름하면 얼마, 군것질 하면 얼마, 하는 식으로 용돈기입장에 기록을 해요. 이런 새롭고 톡톡 튀는 행사를 거의 매 달 하시는 것 같아요. 정말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에너지가 넘치는 선생님이시랍니다.”

조유정 학생- “저는 선생님 댁에 네 번 가봤어요. 자장면을 시켜 먹은 적도 있고, 장봐서 밥도 해 먹었는데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었어요. 황금열쇠게임도 재미있었지만, 제일 재미있었던 건 볼링 치러 간 거였어요. 그리고 이진주 선생님께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어요.”

조유정 학생 어머니 - “유정이는 동네 어디를 가나, ‘어? 여기 선생님이랑 와 본 곳인데, 여기서는 선생님이랑 장을 봤는데, 여기서 선생님이 뭐 사주셨구요~’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유정이는 선생님을 만나 국제변호사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이 생겼어요. 반 아이들 간의 중재와 관계 해결을 잘 한다는 장점을 알아보시고 얘기해주셨기 때문이지요. 매 주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습상태와 학교생활을 꼼꼼하게 알려주고, 송이별 수업으로 아이들이 어울려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키워줍니다. 학습면, 인성면 어느 쪽으로든 치우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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