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갤리온. 1만3800원
컴퓨터 키보드만 두드리던 책상물림 애널리스트가 시장바닥에서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 상인들과 협상을 한다? 낯선 나라에서 자기도 잘 모르는 물건을 들고서, 게다가 한정된 시간 내에?
무슨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인가 싶지만 코너 우드먼이 시도한 여행 내용이다.
코너 우드먼은 아더 앤더슨, 언스트 앤 영 등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로 일했던 사람이다.
1974년생이니 고작 30대의 나이에 하루에 100만원을 넘게 버는 고액 연봉자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어느날 한 회사의 구조조정을 맡아 몇 백명을 한꺼번에 자르는 일을 맡게 됐을 때, 이게 과연 경제학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숫자 놀음에도 염증을 느꼈다.
"베테랑 상인들과 거래하면서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겨 올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협상과 거래를 해보면 경제와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덤벼보기로 했다." 우드먼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랫동안 시장분석을 해왔던 애널리스트로서 그는 나름의 기준과 안목으로 여행국과 거래품목을 결정했다. 소비력이 없는 극빈국이나 끼어들기가 쉽지 않은 경제 대국은 피했다. 경제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구입과 판매가 비교적 쉬운 신흥국 가운데 내수 규모와 소비력이 어느 정도 있는 나라를 여행지로 골랐다.
그의 사업 전략은 생산지 혹은 생산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구입하고, 물건의 가치가 가장 높은 곳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중간 단계를 줄이기 위해 구매에서 판매까지 직접 발품을 팔았다.
문제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는 것이었다. 모로코, 수단,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키르기스스탄, 중국 등에서 낙타, 커피, 말, 와인, 목재 등을 팔았지만 성공과 실패가 교차했다.
결국 집 팔아서 마련했던 투자자금 5000만원을 1억 원을 불려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는 자신에게 말한다. 모니터 앞에서 수백억 원을 거래하던 5년보다 직접 물건을 사고팔며 세계를 누빈 지난 6개월 동안 더 많은 것을 배웠노라고.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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