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Sequester)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어수선하다. 올해만 850억달러, 향후 10년 동안 총 1조2000억달러의 예산을 자동 삭감해야 하는 조치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가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3월 1일부터 예산 자동삭감, 즉 시퀘스터가 자동 발동된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들이 무급휴가를 강제로 가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공무원 인력 감소로 공항, 학교, 식품검역, 치안 등 곳곳에서 극심한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분 850억달러가 자동삭감되는데 이는 전체 연방예산인 3조5400억달러에서 2.4%에 불과하다. 하지만 삭감액의 절반인 430억달러나 깎이는 국방비와 교육, 보안, 보건분야 등에 타격이 집중되기 때문에 심각한 사태를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자동삭감이 3월 1일부터 적용되면 4월부터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게 된다. 예산삭감 영향이 한 달 정도 지나서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동삭감으로 100만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무급휴가를 가야 하는데 미 연방법상 무급휴가를 보내려면 30일내지 45일전에 사전 통보해야 한다. 무급휴가는 4월에 실시돼 시퀘스터 파장은 그때 체감할 수 있다.
연방예산 자동삭감이 시작되면 올해에만 군무원, 교사 등 100만명이 무급 휴가로 봉급이 20% 삭감되거나 아예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빠진다. 공항과 학교, 식품검역, 군수납품 분야에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 의회예산국(CEO)은 정부는 물론 민간업체를 합해 75만개의 일자리가 상실되고 경제성장률을 0.5 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해 놓고 있다.
미국 방문객 큰 불편 예상
시퀘스터가 시행될 때 미국 방문객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 대형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4월부터 입국수속을 마치는데 무려 4시간이나 기다리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의 재닛 나폴리타노 장관은 "4월부터는 국제선에서의 미국입국 수속 대기시간이 현재 평균 2시간에서 적어도 4시간으로 2배나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연방항공청(FAA)의 4만7000명과 입국수속을 맡고 있는 세관국경보호국(CBP) 소속 심사관 5000명이 무급휴가로 근무시간이 크게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레이 러후드 교통장관은 4만7000명에 이르는 연방항공청(FAA) 직원들에게 2주일에 하루씩 무급 휴가 형식으로 일시 해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항공관제소와 공항 등에서 일하는 직원의 수가 하루 평균 10% 줄어들 것이라고 러후드 교통장관은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내 소규모 공항에선 항공관제소 100곳 이상이 폐쇄되고 대형 공항에선 근무인력을 줄이게 된다. 60곳의 관제소에선 관제사들의 밤샘 교대 근무가 없어진다.
미군납 미주한인도 큰 피해 예상
미 농무부의 식품검역도 지연된다. 검사관들의 근무시간이나 근무인원이 대폭 단축될 수밖에 없어 식품검역에 차질을 빚게 된다. 겸역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의 농산물과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수출입하는 업자들에게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역이 없으면 수출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농축산물 검역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출입도 중지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매우 중요한 분야에서 지연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주한인사회에서는 미군들에 납품하고 있는 계약사(컨트랙터)들이 상당한 타격을 맞게 된다. 현재 미 국방부에 납품하고 있는 계약회사들만 해도 12만곳에 달하며 대부분 중소업체들이다. 이들이 미군에 납품하고 있는 총액은 무려 5000억달러나 되는데 상당부분 삭감당해 그만큼 계약 업체들이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미주한인들 가운데 미 국방부와 각 군부대에 식료품에서 의류, 군용품 등 각종 물품과 서비스용역을 납품하는 회사와 개인들도 상당수에 달해 한인들도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80만명의 군무원 전원이 4월부터 일주일에 하루씩 강제로 무급휴가를 가야 된다. 현재로서는 23주 동안 23일을 무급휴가를 가도록 통보받았다. 그럴 경우 연봉에서 20%를 삭감 당하게 된다. 군무원들이 삭감당할 연봉은 평균 7500달러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군복을 입고 있는 미군 장병들은 이번 삭감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국방부나 각 군에서 근무 하는 민간인 공무원, 즉 군무원들만 봉급 삭감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의 초중등학교 학생들은 어느 날 갑자기 모습을 감추는 선생님들 때문에 당황스런 순간을 겪고 있다. 지역 정부의 예산적자나 연방지원금의 중단으로 학교 교사들을 무더기로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 목숨처럼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되는 교사들도 당황스럽겠지만 선생님이 사라진 교실에 남겨진 학생들의 황당한 모습도 자주 빚어지고 있다.
교사 사라지는 황당한 교실
각주에 내려 보내는 연방교육지원금도 대폭 삭감돼 미 전역에서 초중고등학교 교사 1만여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 학생들을 돕고 스페셜리스트 7200명의 일자리도 위험해 진다. 이들 교사들과 특수 교사들은 지역에 따라 무급 휴가를 가거나 자칫하면 해고당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다만 워싱턴 정치권은 자동예산삭감의 실제 타격이 4월부터 체감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3월 27일까지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예산투쟁에 주력하고 있는데 여기서 타협점을 찾으면 자동삭감 여파를 대폭 줄이거나 중단시킬 수도 있다.
미 전역 파장, 주정부 분노
연방정부예산의 자동삭감은 미국 내 50개주와 워싱턴 DC 등 미 전역에 모두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히고 있다. 연방지원금이 일괄 삭감되기 때문에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주지역이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백악관은 시퀘스터가 3월 1일부터 시행되면 미 전역 50개주와 워싱턴 DC에서 국방, 교육, 보건복지, 치안분야 등에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세부 삭감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워싱턴 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 등 수도권 일원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제일 규모가 큰 캘리포니아주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예산 삭감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방분야의 군무원들이 무급휴가로 봉급의 20%나 줄어들게 되는 것은 물론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주지사들은 당파를 떠나 자동삭감 피하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워싱턴 정치권에게 분노를 터뜨렸다.
한면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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