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cry grandma 할머니 울지 마세요
We’ll never forget you 잊지 않을게요 <근로정신대 팔찌 문구>
지난여름 위 문구를 새긴 팔찌가 인터넷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 팔찌는 저현고등학교(교장 오동석)학생들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 저현고등학교 ‘견달천의 비상’의 안현숙 지도교사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며, “견달천의 비상은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동아리”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아픈 역사, ‘근로정신대’ 알리기 에 앞장선 저현고등학교의 역사동아리 ‘견달천의 비상’을 소개한다.
저현고의 자랑, 견달천의 비상
‘견달천의 비상’은 저현고등학교의 자랑이다. 지난 5월 자율동아리로 시작해 제 3회 고양청소년 창의봉사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회장인 이영민 학생(2학년 5반)은 “올해는 동아리 주제를 ‘근로정신대(勤勞挺身隊)’로 정하고, 근로정신대를 알리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근로정신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한 10대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해방 후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위안부로 오인 받으며 질곡의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견달천의 비상은 인터넷 사이트 ‘아고라’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거리로 나가 캠페인을 펼쳤다. 6월에는 호수공원에서 나눔 바자회를 열어 기금을 마련했고, 7월에는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광주를 다녀왔다.
“양금덕 할머니(84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일본인 담임선생님의 말만 믿고 일본 나고야로 가셨어요. 그곳에서 하루 10시간의 혹독한 강제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렸는데, 임금을 한 푼도 못 받으셨어요.”(김수정 학생 1학년 2반) 8월 15일에는 양금덕 할머니를 저현고로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박연수 학생(1학년 5반)은 “미쓰비시 군수 공장에서 항공기 페인트를 칠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났다”며, “그 날 이후 근로정신대 알리기에 더 열심히 활동했다”고 말한다.
현재 19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팔찌 만들어
‘견달천의 비상’에서는 지난여름 근로정신대 팔찌를 만들었다. 아이디어를 낸 건 2학년 유현정 학생이다.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84)를 만나고, 김혜옥 할머니 묘소를 참배하면서 할머니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돌 가수 비스트의 양요섭씨가 ‘위안부 의식팔찌’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 근로정신대 팔찌를 만들게 됐어요.”
팔찌는 아이디어를 낸 지 3일 만에 제작에 들어갔다. 처음엔 저현고 학생들을 상대로 판매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이 났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주문이 밀려들었다. “팔찌에 쓰인 글은 단순하지만, 할머니께 해드리고 싶은 말이에요. 근로정신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리라도 기억하겠다는 뜻을 담았어요.”
지난 10월에는 푸른 고양 나눔장터에서 판매했다. 시험 다음 날이라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학생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팔찌판매는 성황리에 끝났다.
김래영 학생(1학년 5반)은 “고양시에서 5000개정도 팔렸다”며, “지금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주관해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한다.
2000원에 판매한 수익금은 모두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해 쓸 계획이다. “처음엔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비용으로 지원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우리지역에도 근로정신대 할머니가 계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우리 지역 할머니들을 위해 쓰기로 했어요.”(이영민 학생)
역사의식 새롭게 다져
학생들은 아픈 역사를 몸소 느끼며, 한 뼘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역사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역사의식을 새롭게 다졌다. 지난 11월에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자 한껏 고무되기도 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하면 된다’는 확고한 의지도 생겼다.
“승소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우리의 힘을 조금이나마 보탰다는 게 너무 기뻤어요. 첫 소송부터 패소해오다가 14년 만에 승소했거든요.”(최민석 학생 1학년 11반)
그들은 앞으로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활동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SNS와 인터넷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아고라에서 서명운동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이승준 학생(2학년 5반)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항소할 거란 입장을 밝혔다”며, “우리도 그에 대비해 2차 전자 서명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홍보전문가 꿈이라는 박세원 학생(1학년 11반)은 “근로정신대 이외에도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역사적 문제들이 많다”며, “우리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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