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블로거-그림책 블로거 ‘빨강늑대’

그림책에는 마음을 흔드는 강렬한 메시지가 있어요

지역내일 2013-10-26

아기자기한 그림과 재밌는 이야기가 가득한 그림책. 그 그림책의 세계는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세대를 통틀어 모든 이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유럽에서는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엄마가 딸에게, 아빠가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생활화 돼 있습니다. 배낭여행을 갈 때도 그림책을 가지고 떠날 정도라지요. 
이번 주 <세상을 바꾸는 블로거>에서는 그림책 블로거 ‘빨강늑대’를 소개합니다. 그는 그림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읽기에 충실한 주종훈씨입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수학선생님
‘빨강늑대’ 주종훈씨(50세)는 그림책 블로거(blog.naver.com/j2hansae)다. 늘 책을 가까이 하는 그는 한빛중학교의 수학 선생님이다. 교육에 몸담은 지는 올해로 20년째. 그는 남들과 조금 다른 시작을 했다.
“군인으로 살다가 선생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군복을 벗고, 스물여섯에 사범대에 입학했죠. 졸업 후 대학원에서 수학교육 연구자의 길을 걷다가 진짜 선생이 된 게 서른셋이에요.”
마흔이 되던 해, 그는 교사로서의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른 문을 두드렸다. 학교를 버리고 가는 길이 아니었기에 저녁시간에 다닐 수 있는 신학대학 상담대학원에 진학했다. 2009년 독서치료를 수강하며, ‘상담’과 ‘치유’에 관심이 생겼다. 학교와 대학원을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던 중 그는 경기도 교육청 ‘학습연구년’에 지원한다. 몇 차례 선발 과정을 거쳐 당당히 합격하고, 1년 동안 학교를 쉬게 된다. “IBT 기법을 활용한 창의력 향상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다소 엉뚱한 주제였어요. 사실 연구년이 아닌 안식년이었죠. 연구주제의 결과물보다 치유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정했거든요.” 그는 진정한 치유를 위해 한국독서치료학회 독서치료전문가과정에 들어간다. 그 곳에서 그림책과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됐다. 


빨강늑대, 그림책을 만나다
그의 첫 그림책은 ‘빨간 늑대’다. 그림책 심리학의 첫 수업에서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든 책이다. “낯선 선생님들 앞에서 ‘빨간 늑대’라는 그림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어요. 짧았지만, 아주 강렬했죠. 모두가 숨죽여 기다려주던 그 시간이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그 뒤로 그에겐 ‘그림책’이라는 세 글자가 새겨졌다. 깊고, 넓고, 오묘한 그림책의 세계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그림책에 더욱 빠져들었다. 600권이나 되는 그림책을 읽고, 500여권이 넘는 그림책을 새로 사들였다. 
“한국의 중년 남자가 그림책에 관심 갖는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닐 거예요. 네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그림책을 읽어 준 적 없는 불량아빠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 난거죠.”
그는 독서치료를 수강하면서 다음(Daum)카페를 운영했다.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그에게 소소한 일기장이자 작은 소통의 장이었다. 연구년을 마친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카페를 접고, 네이버 블로그를 열었다.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나누고 싶었어요. 그렇게 ‘빨강 늑대의 그림책’이야기가 시작됐어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게 했던 그 강렬했던 ‘빨강늑대’가 별칭이 되고, 분신이 되었죠.” 그는 처음 한 달 동안 100개의 글을 포스팅하며, 열정을 쏟았다.


소통의 공간이자 휴식 공간
그의 블로그엔 그림책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림책부터 그림책 명장면, 명문장, 그림책과 삶이야기, 첫 그림책, 점 그림책 그리고 한빛중의 그림책 읽기 동아리 ‘해픽’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림책 포스팅을 할 때는 표지부터 마지막장까지 일일이 찍어 정성스레 편집도 했다. 책 전체를 블로그에 올리는 정성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그림책 아래에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잔잔한 감동과 메시지를 던졌다. 어떤 장면에서는 깔깔거리며 재밌어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림책에 담긴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며, 자신을 돌아보고, 그 감정들을 읽어냈다.
“그림책을 읽다보면 쉽게 마음을 열고, 눈을 맞출 수 있어요. 슬프거나 기쁜 일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풍부한 감정을 만날 수 있죠. 그래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책이 마음을 흔드는 강력한 메신저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요.”
블로그는 그의 골방이자, 쉘터(shelter), 휴식공간, 각성의 공간이다.
“의무가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꾸미지 않고, 내 느낌과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하지요. 누군가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블로그 안의 모든 사진과 텍스트는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답니다.” 그는 지금 그림책과 수학동화 전문 블로그를 고민 중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모아 정리한다면 하나의 정보로 손색이 없을 거 같다. 


책 읽어주는 할아버지 되고파
블로그는 그의 삶의 활력이 됐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나며, 또 다른 즐거움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감수성이 예민해진 건 사실이지만,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삶이 달라지진 않아요. 내가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지려면 또 다른 실천과 결단이 필요하거든요. 더 지나면 알게 되겠죠.” 그는 앞으로도 그림책에 대한 사랑을 이어갈 생각이다. 지치고 힘든 마음을 그림책으로 위로하고, 치유하면서 말이다.  
“한 해 동안 그림책이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건드리고, 변화시키는지 지켜봤어요. 그림책에는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는 특별함이 있어요. 그림책을 통해 많은 이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먼 훗날 그가 좋아하는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어 주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헌책방 골목에서 뜻밖의 그림책과 만났을 때 기쁨을 많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젊은 엄마들에게 당부하고 싶어요. 그림책을 뭔가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닌 그 자체로 받아들이라고. 그림책을 읽고, 느끼는 그 자체로도 충분하니까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빨강늑대의 청소년 추천도서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그림책 : 뛰어라 메뚜기, 줄무늬가 생겼어요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 포용, 확대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그림책 : 빨강늑대, 두 사람, 큰 늑대 작은 늑대
-다양한 생각을 만나게 해주는 그림책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모든 그림책, 데이비드 위즈너의 환상적인 그림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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