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어르신들의 요리 수업 현장…파주시노인복지관 ‘남성 요리교실 찬찬찬’

“요리, 아내에게만 부탁할 수 있나요?”

지역내일 2016-08-13

고령화시대가 되며 개인마다 필요로 하는 생활의 기술들이 늘고 있다. ‘요리’도 그 중 하나이다. 요새 요리에 관심을 갖고 직접 배워 보려는 남성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요리를 위해 두 팔 걷어붙인 어르신들. 파주시노인복지관(운정행복센터 분관)이 운영 중인 ‘남성 요리교실 찬찬찬’ 수업 현장에서 이러한 어르신들을 만나봤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서툰 손길 속 완성된 요리


평일 오후, 파주시 동패동의 한 요리학원 수업 현장. 이곳에서는 파주시노인복지관(운정행복센터 분관)이 운영하는 ‘남성요리교실 찬찬찬’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먼저 전문 강사가 수강생인 남성 어르신들 앞에서 요리 시연에 나섰다. 이날의 수업 메뉴는 된장찌개와 제육볶음. 남성 어르신들은 강사의 시연에 따라 요리 장면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하고, 또 궁금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등 수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전문 강사의 요리 시연이 끝나자 어르신들은 각자의 테이블로 흩어져 팀을 이뤄 요리 실습을 시작했다. 아직은 요리에 서툰 모습들이 많았지만 제법 날쌔고 야무진 칼질과 요리 솜씨를 보이는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살피며 제육볶음까지 준비하느라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던 요리 시간. 서툰 손길들이지만 정성을 다하는 시간 속에 각 테이블별로 두 개의 요리가 완성됐다. 어르신들이 맛보라며 숟가락 위에 건네 준 제육볶음과 된장찌개 국물이 요리 초보가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맛깔났다. 요리를 완성한 어르신들은 설거지까지 마친 후, 이날의 요리를 담은 용기를 손에 들고 삼삼오오 웃음 띤 표정으로 강의 현장을 빠져나갔다. 


노년, 스스로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요즘 젊은 세대만 해도 남성이 요리를 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높다. 하지만 어르신 세대만 하더라도 요리를 여성의 전유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고령화, 핵가족 사회가 되며 남성 어르신들 스스로도 직접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남성 요리교실 찬찬찬’은 파주시노인복지관(운정행복센터 분관)이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편성한 수업이다. 파주시 동패동에 위치한 요리학원에서 기수별로 총10주 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주시의 지원을 받아 5만 원의 재료비만 내면 수업 받을 수 있어 경제적이다. 박동희 파주시노인복지관 주임은 “요리 수업을 통해 어르신들이 직접 가족에게 요리를 만들어 드리거나 혼자 계실 때에도 스스로 식사를 챙겨 드실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기 수료생을 배출한 데 이어, 이번에 2기 수업을 진행 중이다. 수강생의 연령은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파주시노인복지관은 지난해에도 남성요리교실을 운영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운영했는데 반응이 워낙 좋아, 올해는 파주지역 남성 노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요리교실의 문호를 넓혔다. 박동희 주임은 “요새 가정 내에서 가족이 여럿이어도 1인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르신들이 수업에서 배운 요리를 집에서 가족과 함께 나누며 어르신들의 자존감도 높이고 가정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고 했다.
메뉴 선정은 기수별 선호도를 조사해 커리큘럼 구성에 반영하고 있다. 수강생 사이에서는 밑반찬과 찌개 등 일상 속에서 많이 먹게 되는 메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번 2기 수업에서는 육개장, 비빔밥, 비빔국수, 된장찌개, 제육볶음 등의 한식 반찬과 탕수육, 짜장면과 같은 중식 메뉴를 수업 커리큘럼에 구성했다. 수강생에게는 수업에서 배운 메뉴의 레시피 책자를 제공해 집에서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남성 요리수업, 곳곳에서 더욱 늘었으면”


늦게 배우는 요리지만 어르신들이 요리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남성요리교실 찬찬찬의 수강생, 오상원(77)씨는 “지금껏 부인이 요리를 해줬지만, 나이가 드니 내가 뭔가를 먹고 싶을 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옛날에는 자식들과 사는 노인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핵가족 시대고, 며느리도 직장에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 또 갑자기 혼자되는 노인들도 많다. 노년에 스스로 밥 해 먹을 수 있는 기술을 배워 스스로 할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남성요리교실에 참여 중인 어르신들 중에는 평소에는 집에서 거의 요리를 하지 않았던 이들이 이번 수업을 계기로 집에서 직접 가족들에게 요리를 해줬다는 이들이 많다. 김 성(69)씨는 “요리 수업에서 배운 비빔밥과 비빔국수, 육개장을 집에서 안 사람과 아이들에게 만들어줬는데 ‘맛있다’ ‘아빠, 최고’라고 말해줬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요리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면서도 “그동안 안 사람이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수업에서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과 친분을 갖게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상운(82)씨는 “요리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지만 수업에서 만난 팀원과 친하게 지내게 되니 수업이 더욱 즐겁다”고 했다.
남성들을 위한 요리수업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상원(77)씨는 “평소 요리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렇게 배우게 되니 즐겁다”며 “어느 날 갑자기 혼자되는 어르신들도 많은데 남성 노인들을 위한 요리 강습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파주시노인복지관(운정행복센터 분관) 남성요리교실 찬찬찬의 3기 모집은 9월 중 있을 예정으로 자세한 사항은 전화(070-4759-5562)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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