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선생? 선생님!

지역내일 2016-10-20

지난 8월 말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은사님께서 명예로운 정년퇴임을 하셨다. 사실 그렇게 빨리 시간이 흘렀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8월 중순 어느 날 낯선 전화번호가 내 휴대전화에 떴다.
“여보세요? 김재수입니다.” 상대방은 뜸을 들이더니 이내 자신을 소개했다. 00고등학교 000교장선생님이 자신의 아버지이며 자신은 둘째 딸이라고 전화기 너머에서 울려 왔다. 나는 대번에 이름을 되 내이며 기억해냈다. 왜냐하면 지금 소개하는 그 분이 교직에 늦게 발령을 받으시고 처음 가르친 학급의 반장이 바로 나였기 때문에 선생님에 대한 웬만한 정보는 다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기억이 되었고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용건은 아버지께서 8월말에 퇴직하시는데 기념이 될 만한 선물을 드리고 싶은 생각에 평소 가까이 지내시는 아버지의 지인들에게 영상으로 메시지를 받아 잘 편집해 퇴임기념식에서 감동을 전해 드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면서 잠깐 상념에 잠겼다. 내가 과연 선생님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그런 제자였을까? 암튼 지금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삶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선생님께서는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됩시다!”라고 말씀하셨다. 본인 스스로가 정말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의 환경에서 자라 어렵게 공부하며 대학 강단에 서는 교수의 꿈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삶을 사셨기에 그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입버릇처럼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셨다.
선생이 된 내가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학급의 급훈을 ‘최선을 다하자!’ 라고 정하고 20년 동안 학급의 급훈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때 그 급훈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하신 처 할아버지께 부탁드려 20대 후반의 젊은 선생 때 받아 최근까지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님의 손때가 묻은 문방사우를 내가 다 물려받아 가지게 되었다. 선생님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으시고 조교 생활을 하며 박사과정을 공부하시고자 했으나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상황이어서 고등학교 국사선생으로 발령을 받게 되셨노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늘 학교생활에 성실하시고 최선을 다하신 선생님의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었고 자랑스러운 모교의 교장까지 지내시고 이제 퇴직을 하시는 그 모습이 어쩌면 훗날의 내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거울인양 비추어 보게 된다.
어쨌든 선생님의 퇴임기념식에 맞추어 나는 영상을 학교의 방송반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해서 보내드렸다. 그리고 퇴임식이 있는 그 날, 마땅히 찾아뵙고 축하를 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도 학교에 매인 몸이라 참석도 못하고 그저 기억만 하고 있었다. 오전 11시가 좀 지났을까 수업이 없던 나는 열심히 공문서를 열람하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보내준 메시지와 영상을 잘 보았노라고 인사를 하신다.
나는 잠시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 덧 반백이 된 나도 가끔씩 제자들이 찾아와 인사를 할 때면 마음이 기쁘고 좋았는데 아마도 선생님의 마음이 그때의 내 마음인 것 같이 내게도 전해졌다. 나는 전화상으로나마 그간 고생 많이 하셨노라고 이제는 쉬시면서 남은 인생의 후반전을 잘 보내시면 좋겠노라고 말씀드리며 시간을 내서 꼭 찾아뵙겠노라고 약속을 드렸다.
순간 전화기 너머로 선생님은 내게 또 교훈의 말씀을 주셨다.
“김 선생! 나는 자네를 항상 자랑스러워했다네! 내가 가르친 제자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자네가 교편을 잡고 열심히 생활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어. 그리고 자네를 TV에서 보았을 때 나는 정말 기뻤고 감격스러웠다네. 정말이야, 우리 집사람도 깜짝 놀라서 방송하는 내내 같이 보았을 정도로 반갑고 좋았어.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준 자네를 나는 늘 자랑하고 싶었어! 내 제자라고 말이야!”
말씀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제자의 성장과 성공을 저리도 기뻐하시면서 생각해 주실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감사했다. 나를 칭찬해 주셔서가 아니라 지금도 내게 진심어린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선생님이 곁에 계시다는 생각에 너무도 행복했기 때문이다. 


고교시절 선생님처럼 노력하는 선생으로 기억되길
선생님은 고등학교에 재직하시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고 이미 대학에도 출강하고 계시며 자신의 인생을 위한 후반전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 이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감히 내가 선생님의 뜻을 따라 선생님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늘 고민하게 된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선생이 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기회가 되면 이직을 하려 생각했었고 교사 생활의 처음은 그리 만족할 만한 생활이 못되었다. 그러던 즈음 같은 학교 영어선생인 친한 친구가 EBS교육방송 강사가 되어 TV에 나오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때 나는 대학원에서 한참 공부하면서 주경야독하던 때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용기를 내 EBS 강사에 도전하게 되었고 2011년까지 10여년이 넘게 강의를 하면서 많은 경력을 쌓게 되었다. 때론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위원으로 때론 교과서 집필위원으로 그리고 여러 모양의 컨설팅 위원으로 장학위원으로 수많은 직함과 함께 30대의 젊은 교사 시절을 화려하게(?) 보냈다. 선생님은 아마도 그런 내 모습을 보시면서 청출어람(靑出於藍)으로 여기셨던 모양이다.
이제 나도 교직 생활을 해온 날보다 해야 할 날이 현격하게 줄어든 중견교사가 되었다. 어느덧 책임도 무거워졌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후배 교사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자리가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선생님이 퇴임하시고 난 지금 나처럼 선생님이 기억해 줄 만한 제자가 과연 내게도 있을까? 잠시 펜을 놓고 생각해 본다. 나를 기억해 준 선생님의 마음으로 나도 내게 기억될 많은 제자들을 떠올리며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어 본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아직도 난 부족하고 부족한 그저 평범한 선생임을 느낀다. 평범함을 뛰어넘어 삶으로 모범을 보이고 수많은 제자에게 기억되는 그런 선생님! 언제든 달려가 부를 수 있고 언제든 나를 따뜻하게 맞아줄 선생님! 나도 이제는 선생이 아닌 우리 담임선생님 같은 그런 선생님으로 기억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런 이유로 나는 오늘도 아침 일찍 교문 앞에 서서 나의 자랑이 될 제자들을 즐겁게 맞이하고 있다.
존경하는 이성호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드립니다!


김재수교사 (중산고 생활지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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