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천안시 서점 협동조합 이혁일 사무국장]

동네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책 통해 사람이 모이는 곳

김나영 리포터 2016-10-24

사라지는 것이 많다. 편하게 주저앉아 새살대던 구멍가게 앞 평상이 사라지고, 후한 덤에 흐뭇했던 학교 앞 분식가게도, 아줌마 서넛이 늘 자리하던 미장원도 사라졌다. 대신 바코드 천지 편의점, 전국 어디나 똑같은 맛의 떡볶이, 고급 서비스의 미용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서점도 예외는 아니다. 용돈이라도 받을라치면 부리나케 달려갈 수 있는 서점은 어지간해서는 찾기 힘들다. 천안에 남아 있는 동네 서점이라고는 총 열다섯 곳 정도. 물론, 이 숫자가 계속 유지될지는 장담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직접 나섰다.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천안시 서점 협동조합’을 설립해 환경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혁일 사무국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과 준비는 언제부터 하게 됐나

서점을 운영하기 전 일했던 기업에서 관련 업무경험 때문에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었다. 퇴직 후 서점을 운영하며 직접 겪어보니 구조적인 문제가 많더라. 더욱이 문제를 서점 각자가 해결하며 수동적으로 이끌리는 모습을 봤다. 서점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나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준비하면서 독일 등 사례에서 협동조합으로 인해 외부의 경제 위기에도 지역경제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도 그런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준비했다. 


-. 천안시 서점 협동조합은 언제 출발했나?

모두 인식하고 있듯 동네 서점은 점점 쇠락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서점이 천안에 15곳 정도고, 이대로 가다가는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환경을 점검하고 살아나갈 방법을 찾자고 생각했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단체인 ‘천안시 서점연합회’가 있어서 서점연합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다. 무엇을 하자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계기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2015년 11월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 


-. 동네 서점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한다면

대기업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휘둘려 동네 서점은 쇠태한지 오래다. 책을 제 값 주고 사면 굉장히 손해 보는 것 같은 인식이 생겼다. 이후 동네 서점을 살린다는 취지 아래 도서정가제가 시작됐지만, 이것 역시 동네 서점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네 서점에는 공급률이 그대로지만 대형 온라인 서점에는 공급률이 더욱 낮아져 결국 마진폭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기 때문에 대형 온라인과 대형서점만 더욱 좋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서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골목 상권은 지금 모두 어려움에 처해있다. 앞으로 인구 절벽이 도래하게 되면 대기업은 골목 상권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 대비가 필요하다.  


-. 협동조합 설립 이후 무엇을 추진했나

일단 ‘북누리’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통일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회원공유제를 이루어나가려고 한다. 어느 서점에서 책을 사든 받은 포인트는 서점 협동조합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준비 단계지만 의견을 조율해 곧 확정하려고 한다.
또한 협동조합 이름으로 천안시중앙도서관에 납품을 하게 됐다. 아직 많은 양은 아니다. 하지만 서서히 토양을 다듬으면서 천안시 지역서점 협동조합이 설 길과 해야 할 내용들을 만들어갈 것이다.  


-. 동네 서점이 어떤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동네 서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다. 지금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산다고 표현하고 싶다. 나에게 좋은 책을 고르고 보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 의해 책을 선택당하는 것이다. 결국 책은 인류문화의 자산으로서 가치보다는 제품과 마케팅에 의해 움직이는 상술로 전락하게 되고 있다는 의미다. 동네 서점은 그런 의미에서 책의 향기를 직접 맡고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르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것이다. 


-. 동네 서점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위해서도 노력하는데, 어떻게 진행되나 

충남도의 경우 오인철 도의원 대표발의로 ‘충청남도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지원 조례안’이 통과했고 9월 입법예고 되었다. 천안시는 아직 조례가 제정되지 않아 공감대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를 위해 10월 26일(수) 천안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천안시 동네 서점 활성화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두 가지다. 동네 서점을 이용해달라는 것과 동네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SSM(기업형 슈퍼마켓) 정책에 준해 대형 서점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서점 우수사례 발표와 천안시 서점 실태보고, 서점활성화 조례 타당성 및 방향제시, 지역경제규모와 골목상권의 발전방향 등의 내용을 진행할 것이다. 


-. 앞으로 협동조합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조례 제정을 위해 힘쓰는 동시에 동네 서점이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12월이나 1월에는 협동조합 이름으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강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협동조합인 만큼 저소득층에 책을 공급하거나 지역 내 작은도서관에 이익을 분배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부분을 마련할 것이다.
천안시 서점 협동조합이 하려는 것은 그저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동네 서점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가려는 거다. 이야기가 오고가는 공간이 될 것이고, 각 동네 서점이 하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나눌 것이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것들이다. 지역마다 동네 서점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또한 동네 서점에 대한 지원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동네 서점의 활성화에 힘을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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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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