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 속 아픈 손가락 - 고려인

할아버지의 나라에 정착하고 싶은 이나자씨의 소망

하혜경 리포터 2017-05-25

고려인을 아시나요? 중국 동포인 조선족과 달리 고려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선, 고려 모두 오래전에 사라진 나라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 속 나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어 이들은 스스로를 ‘고려사람’ 고려인이라 부르는 것일까요? 상록구 사동에 살고 있는 고려인 이나자씨는 3년 전 부모님과 함께 한국으로 왔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고려인들을 위해 통역 봉사를 하고 있는 이나자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이웃으로 남고 싶은 고려인들의 소원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고려인은 누구?
우리나라가 근·현대 굴곡진 역사를 지나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 타국으로 떠나야만 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자리 잡은 곳 중 하나인 연해주는 일제 시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중요한 활동 무대였던 곳이다. 연해주에 터를 잡은 한민족의 운명은 기구했다.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차별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황무지를 개간해 러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소수민조 집단이 되었지만 1992년 1월 소련이 붕괴되면서 고려인들이 황무지에서 쌓아올린 경제적 토대는 다시 물거품이 됐다. 러시아에서 독립한 나라들에서 민족주의 운동이 확산되면서 고려인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경제적 토대를 뺏앗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마지막 선택은 할아버지의 나라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는 것. 1997년부터 시작된 고려인들의 입국은 점점 가속화되어 지금은 전국적으로 약 4만 5000여명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그중 안산에 살고 있는 고려인은 약 1만2000여명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려인이 살고 있는 도시다.



고려인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영어 가르쳐
안산에는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정착촌까지 생겼다. 선부동 땟골마을과 상록구 사동 한양대 인근이다. 고려인 정착을 지원하는 고려인지원센터 너머는 선부동 땟골과 사3동에 사무실을 두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나자씨는 ‘너머’ 사동센터에서 교사로 활동 중이다. 우스베키스탄에서 영어교사였던 그녀는 고려인 아이들을 위해 한국어와 영어, 수학,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교가 끝나난 후 하나 둘 이곳으로 찾아오는 초등학생들을 돌보는 것이 나자씨의 일이다. 3년 전 고려인들을 위한 야학공간으로 만든 너머 사동센터는 사동 주택가 지하실에 위치해 있다. 아이들이 장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공간이지만 갈 곳이 없어 찾아오는 아이들을 내칠 수가 없어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까지 만들었다.
“부모님이 일하고 보통 8시가 넘어야 집으로 와요. 아이들은 그 때까지 집에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있는 이곳으로 온다”는 나자씨.
많을 때는 20명 정도 어린이들이 너머공부방을 찾는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댄스와 오카리나 수업도 이뤄지고 있지만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체계적인 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 환경도 열악한데다가 제대로 된 간식도 먹일 수가 없는 형편이다. 한국말이 서툴러 다른 시설은 불편한 것도 아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나자씨와 아이들의 대화는 짧은 한국말을 섞어 주로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한국어 서툰 고려인들 위해 민원해결사 자청
오후엔 너머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나자씨의 오전 일과는 무척 바쁘다. “오전에는 법원 결정문을 통역해 주고 왔어요.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통역이 필요하면 다 나를 찾아요. 구청에서 서류 찾을 때도 부르고 아파서 병원에 갈 때도 나를 찾아요. 여기는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또 고려인들은 한국말을 잘 못해요”
다행히 나자씨의 한국어 실력은 소통이 가능할 정도다. 인터뷰 중에도 중고차를 구입하고 싶은 고려인 동료가 나자씨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너머 센터를 방문했다.
라자씨의 소원은 한국말을 멋지게 잘 해서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자리잡는 것이다.
“한국말 잘하고 싶어요. 친구들 도와주는 것도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통역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어요”라며 활짝 웃는 나자씨.
다행히 나자씨는 동포 3세라 매년 비자갱신을 통해 한국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동포 4세인 아이들은 18살이 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족들 모두 이곳에 살고 있는데 아이들 혼자 돌려 보낸다는 것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한국말 배워서 영주권 따면 내 아이도 한국에서 살 수 있어요” 할아버지의 나라에 살고 싶다는 나자씨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미니 인터뷰-강제이주80년 국민위원회 책임간사 김종천
최근 고려인 강제이주 80년을 맞아 고려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고려인 관련 법안 개정을 위해 국민위원회를 구성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누구나 대표도 모집 중이다. 국민위원회 책임간사 김종천씨는 “안산에 고려인 1만2천명 중 18세 미만 아이들은 500명이 넘고 이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자진 출국해야 한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다. “이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던 1937년에는 나라가 없었다. 소비에트가 붕괴되던 1991년에는 그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이제 우리 옆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나라에 살고 싶다’는 우리를 닮은 아이들을 위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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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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