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3040엄마들의 공동육아 모임 ‘아자맘’

‘우리’가 기획하며 ‘같이의 가치’ 익히다

오미정 리포터 2017-09-07

출산율 1.17명인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꼴찌다. 정부가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출산과 보육 인프라는 여전히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그러자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끼리 손을 맞잡고 ‘공동 육아’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송파의 ‘아자맘’ 역시 그 중 하나다.



꼭 필요한 육아 프로그램 직접 기획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엄마들의 모임’이란 뜻의 아자맘은 0~36개월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주축이다. 각종 놀이 프로그램, 음악회, 텃밭 가꾸기, 야외 체험 활동 같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엄마들끼리 힘을 합쳐 우리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 보는 ‘같이의 가치’를 경험하고 공유하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라고 아자맘 이승희 대표는 설명한다.
아자맘의 시작은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락동의 한살림 동부지구 송파육아사랑방에서 진행한 아이와 함께하는 7주간의 시리즈 강의에 참여한 12명의 엄마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임의 기틀을 만들었다.
“서너 살 미만의 아이를 데리고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드물어요. 백화점이나 지자체 문화센터도 아이들 강의가 중심이라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건강한 엄마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 어려워요. 때마침 한 살림에서 모임방을 내주면서 똘똘 뭉칠 수 있었지요. 바른 먹거리, 건강한 정신이란 공통의 공감대가 우리의 결속을 든든히 해줬고요. 모임방에는 주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함께 밥해 먹으며 아이들과 엄마들 사이가 돈독해졌지요”라고 이 대표가 덧붙인다.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 모임을 시작한 아자맘 회원들. 육아 정보 나눔을 각자의 재능을 여럿이 나누는 품앗이 교육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특수학교 재활교사, 고교 중국어 교사, 음악전공자... 회원들의 전현직 커리어를 살려 프로그램을 짰다.
“보육 교사 자격증이 있고 매듭 같은 규방공예를 가르칠 만큼 손재주 좋은 공영희 씨는 자청해서 여러 가지 미술 높이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바닥에 커다란 종이 깔고 아이들끼리 신나게 색을 만들어 찍어 보면서요. 다른 엄마들은 보조 강사로 프로그램을 돕지요. 이런 방식으로 엄마들끼리 회의를 거듭하며 품앗이 프로그램을 확장해 나갑니다”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한다. 육아휴직 중인 중국어 교사는 또래 엄마들에게 기초 중국어 회화를 가르치고 바이올린을 전공한 회원은 짬을 내 무료로 악기 레슨을 해주는 식이다.
지난해 봄부터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후로 프로그램의 종류, 학부모 강좌, 계절 이벤트를 꾸준히 넓혀나가고 있다.

아빠 참여 유도하며 가족 모임으로 발전
정기적으로 아빠들을 참여시켜 건강한 가족 모임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아자맘의 독특한 전통이다.
“1년 활동을 총정리한 후 의미, 보완점을 토론한 다음 이걸 토대로 이듬해 프로그램을 짰어요. 그런 다음 아빠들까지 초대해 1년 사업계획을 프레젠테이션했습니다. 아자맘이 몇몇 엄마들끼리 친목모임이 아니라 공동육아의 가치를 실천하는 마을사업이라는 걸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알리며 아빠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거죠”라고 이 대표가 덧붙인다.



아이도 엄마도 함께 성장
벼룩시장, 소풍, 체육대회, 숲놀이학교 같은 야외 활동도 다양하게 전개한다. 송파구가 운영하는 솔이텃밭을 분양 받아 각종 채소를 키우며 함께 나눠먹고 올림픽공원, 오금공원, 캠핌장 등지로 가족 나들이를 떠난다. 이 같은 품앗이 활동 역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며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다.
1년에 한 번씩 주민을 초대하는 열린 음악회도 아자맘이 공을 들이는 행사다. 강동구를 기반으로 한 여성 음악인들의 모임인 ‘쁘띠꼬숑’과 함께 아이와 엄마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명곡 연주와 그림책 콘서트를 짜임새 있게 진행한다.
“혼자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프로그램을 여럿이 힘을 보태니 하나씩 성사가 되요.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위해서요. ‘하니까 되네’라는 경험치, 자신감이 심어지면서 엄마들도 아이와 함께 성장합니다”라고 아자맘의 이현정 회원은 말한다.
매달 열리는 아자맘 가족 모임과 미술놀이는 공개 행사로 진행된다.  

“보육문제, 엄마들 목소리에 귀부터 기울이세요”
이승희 아자맘 대표


-아자맘처럼 엄마들이 주축이 되는 공동육아 모임이 왜 필요한가?
출산 후 산후우울증 때문에 속앓이하는 엄마들이 많다. 활발하게 사회 생활하던 사람도 육아 휴직에 들어가면 사회와 단절된다. 영유아를 동반하고 외출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육아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출산, 보육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전업 주부가 된 경우는 ‘아이 키워 놓고 훗날 내 일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보육맘들이 모이면 위로가 된다. 온라인 육아카페마다 ‘00동 사는 친구 구해요’라는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도 아이 뿐 아니라 엄마 본인에게도 친구가 필요해서다. ‘힘 내라, 잘 하고 있다, 괜찮다’라고 서로 주고받는 따스한 말 속에서 힐링이 되고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육아 정보도 요긴하다. 둘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 엄마들의 조언이 초보 육아맘들에게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는 추억과 친구가 생기고 엄마들에게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이웃이 생기는 셈이다.

-독일의 ‘마더센터’가 아자맘의 롤모델이라고 들었다.
80년대 독일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유럽, 북미 등지로 마더센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여성, 아동이 주축이 된 자발적인 이웃 공동체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핵심 가치로 수평적이고 서로 돕는 관계 속에서 진짜 돌봄이 이뤄진다.
아자맘도 회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필요한 강좌, 이벤트를 직접 기획하고 실천하며 각자의 재능을 나누면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실험하고 이웃을 확장해 나간다. 이를 통해 어마들의 일자리까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가 쌓은 2년간의 경험치는 또 다른 공동육아 모임에 기꺼이 나눠주고 있다. 공동육아의 가치, 장점과 확산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 회원 중 남편이 군인인 분이 있다. 직업상 이사가 잦아 이웃의 개념이 낯설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아자맘 가족 모임에 참여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며 여럿이 즐기는 재미, 의미를 배웠다”고 하더라. 이런 게 마을사업의 본질 아닐까?

-공동육아 활성화사업을 2년 째 진행중인데 서울시나 송파구에 바라는 점은?
서울시 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공동육아 프로젝트의 예산 집행 규정이 영유아 사업 특성에 맞지 않는 사항이 많다. 현장 실사와 당사자들 목소리를 반영해 실효성 있게 개선돼야 한다.
공동육아 사업은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0~36개월, 36개월 이후~ 취학 전, 초등 저학년 등 연령대별 신체 발달 특성에 따라 프로그램이 달라져야 하고 여기에 맞춘 보육 공간이 필요하다. 지자체 도움이 절실하다. 공간 문제는 아자맘 뿐만 아니라 다른 공동육아 모임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숙제다.
공무원과의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건의했는데 ‘검토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하고 사후 조치가 없다. 공공기관 청사가 들어서 찾아가면 여유 공간이 없다며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반문한다. 정부는 심각한 저출산과 보육 문제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데 헛돈으로 낭비되는 부분은 없는 지 반문하고 싶다. 육아 당사자의 건의사항을 폭넓게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곧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둬 배가 남산만한 내가 이렇게 언론 인터뷰를 하고 여러 지자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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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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