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클래식 전공 4남매 연주단 ‘지콰르텟’]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가 선사하는 4남매의 하모니

노준희 리포터 2017-09-26

4남매의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지푸르나(36) 지수산나(35) 지혜진(31) 지의환(30). 첫째와 둘째는 한글 이름을 원했던 부모가 지었다. 하지만 당시 이런 이름이 드물다보니 주변의 성화(?)에 셋째 때는 평범한 이름으로 지었다. 막내인 아들에게는 돌림자를 넣었다.  
이름부터 사연 있는 남매가 모두 클래식을 전공했다. 90년대 평범한 가정에서 4남매가 클래식을 전공하긴 쉽지 않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피아노 사중주는 더욱 드물다.
비올라의 따뜻한 음색이 받치는 부드럽고 편안한 연주는 이들의 실력을 증명하며 흐뭇한 박수를 유도한다. TV 출연도 이어졌다. 이미 천안 아산에서 대중성 있는 클래식 연주자로 입지를 굳힌 지콰르텟. 이번엔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귀를 기울였다.



4남매의 클래식 악기 전공 비화

지푸르나씨는 바이올린이 좋았다. 취미지만 입시학원을 다닐 정도로 열심히 했다. 식품생명공학을 전공했는데 너무 적성에 안 맞았다.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지도강사의 “너도 해”라는 한 마디에 용기를 얻어 부모에게 소신을 밝혔다. 식품생명공학과 졸업 1년 전에 다시 음대에 진학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니 정말 행복했어요.”
지수산나씨도 음악이 좋았다. 스스로 용돈을 모아 피아노학원을 다닐 정도로 악기 연주에 관심이 많았다. “부모님이 첼로를 권유했는데 싫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첼로에 빠져들었다.  
지혜진씨는 피아노를 하다가 중학교 때 그만 뒀다. 열심히 하지 않자 부모가 그만 두라고 한 것이다. 피아노를 그만 두니 진로가 고민됐다. 언니들과 의논했다. “좋아하는 것을 해보라는 언니의 권유에 다시 생각해보니 피아노였어요.” 진로를 찾은 혜진씨는 더 열심히 피아노를 연주했다.
지의환씨는 누나들 덕에 떠밀리다시피 비올라를 하게 됐다. 그런데 웬 걸. 매우 잘했다. 기초 없이 시작했음에도 지도교사가 바로 예고에 진학해 전공하라고 권했을 정도였다. 4남매 중 연주 실력이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의환씨. 경찰대학교에 진학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약하며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남매는 “우리가 악기를 전공한 건 어릴 때부터 항상 음악 속에서 생활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4남매에겐 집에서 오디오에 연결된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녹음하며 놀았던 기억이 선하다. 클래식이든 영화음악이든 올드팝이든 항상 즐겨듣던 부모의 일상은 4남매가 악기를 전공하는 든든한 자양분이 되었다.



“부모님의 숨은 노력 알고 나니 가슴 아파…”

사실 4남매 위엔 장남이 있다. 뇌성마비 장애가 있어 평생 부모가 장남의 손발이 되어야 했다. 푸르나씨도 오빠 때문에 특수교육을 전공할까도 생각했다. 부모는 푸르나씨를 만류했다.
첫째가 장애를 가졌기에 주변에서는 더 이상 자녀를 낳는 것에 대해 염려를 표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우리를 무사히 낳으셨고 잘 키워주셨어요. 오빠는 선천성 장애가 아니에요. 저체중아로 태어나 황달이 생겼는데 인큐베이터에 곧바로 들어가지 못해서 생긴 안타까운 경우예요.”
“엄마는 오빠를 중학교 때까지 업고 다니셨어요. 어떻게 그 일을 했냐고 물었더니 힘든지 몰랐다고 하세요. 우리를 가르치는 것 또한 부담 된단 내색을 전혀 안 하셨죠.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참고 묵묵히 지켜보며 우리가 원하는 악기를 마음껏 연주하게 해주셨어요.” 남매는 “세상에서 부모님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남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씨 집안의 반전은 또 있다. 의환씨는 누나들을 제치고 일찌감치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벌써 득남해 한 집안의 가장으로 웃음 넘치는 행복한 가정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이라는 경쟁력

때론 재능기부 연주를 요구받고 기쁘게 나갔다가 긍정적으로 쓰이지 않을 땐 이용당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부조리한 세상에 눌려 음악활동을 멈춘 친구들도 봤다. “알고 보면 우리에겐 ‘가족이라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낸 거 같아요. 서로 붙잡아 주고 위로하고 응원했어요. 이런 게 ‘가족의 힘’ 아닐까요? 또 조언해주는 스승들과 주변의 도움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성장했고요.”
지콰르텟은 앞으로를 위해 남몰래 비전 있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계획대로 지콰르텟의 목표에 청신호가 계속 되기를 바란다. 가족애 가득한 연주활동으로 사랑받는 4남매, 지콰르텟을 만났다. 


가을과 어울리는 지콰르텟 연주, 여기서 듣는다

지콰르텟은 9월과 10월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다. 돌아오는 일요일 24일 오후 4시 은행나무길 광장 카페 앞에서 지콰르텟이 크로스오버 세미클래식 뉴에이지 등 감미로운 클래식을 연주한다.
10월 21일(토) 오후 4시에는 태조산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리는 ‘시시락락콘서트’에 초대공연팀으로 무대에 선다. 깊은 가을로 빠져들게 하는 가을 명곡들을 4남매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감상할 수 있다. 모두 무료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