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무거운 책임감과 바쁜 시간으로 세월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중년의 나이. 반복되는 업무는 익숙해졌고 자녀들은 훌쩍 커버렸다. 조금은 여유로워진 삶, 그제야 젊은 시절부터 품어왔던 ‘악기연주’라는 꿈에 도전해볼 용기가 생겼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악보와 계이름을 익히고 연습에 매진했다. 뒤늦게 악기와 사랑에 빠져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중년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광태(목동, 59세), 이계열(목동, 55세), 최혁중씨(목동, 47세)
“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주저 말고 바로 하세요~”
목관악기, 금관악기 어느 것에도 없는 독자적인 음색, 중후하고 풍성한 소리가 매력적인 색소폰은 특히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악기이다.
오목교역 인근 ‘JM색소폰’에서 만난 김광태, 이계열, 최혁중씨는 요즘 색소폰에 푹 빠져산다. 김광태씨는 색소폰을 배운지 2년이 좀 지났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색소폰을 접하고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저도 배울 수 있는 악기라는 사실을 알고 용기를 내어 김정민 선생님을 찾아왔지요.”
이후 김광태씨는 주위에서 색소폰과 사랑에 빠졌다고 할 정도로 연습에 열심이다. 학원에서의 발표회는 물론 ‘JM앙상블’에도 합류해 공연도 다닌다. 앙상블은 개인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단다. “색소폰은 소리가 커서 아무 곳에서나 부를 수 없어요. 공원이나 지하주차장에서 연습하는 사람도 많은데 혼자하면 그 자리에서 머물 수밖에 없어요.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우고 함께 연습해야 실력이 늡니다.”
김광태씨는 색소폰이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말한다. 늦게 시작한 만큼 먼저 배운 사람들보다 더 노력해야하지만 지금이라도 색소폰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악기에 대한 갈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색소폰을 배워보세요. 인생이 즐거워집니다.”
이계열씨는 5년 전 색소폰을 만났다. 이계열씨 역시 앙상블에서 활동하면서 파리공원이나 서서울호수공원 등에서 열린 다양한 행사무대에 종종 올라 마음껏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는 색소폰이 새로운 인생을 찾아준 고마운 악기라고 말한다. “저녁이면 학원에 나와 연습하는 이 시간이 정말 좋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건전하게 취미생활을 하니 아내와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군대에 있을 때 잠시 색소폰을 접한 최혁중씨는 3년 전 본격적으로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저에게 있어서 색소폰 연주는 퇴근 후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삶을 살다보니 회사생활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더군요.”
최혁중씨는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을 보면 욕심이 절로 난단다. 꾸준히 연습해서 언젠가는 음대출신인 아내 앞에서 당당하게 연주해보는 것이 꿈이다. 고등학생인 아들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중학생인 딸은 피아노와 플롯을 연주한다. 집안 식구들이 다 악기를 다룰 줄 아니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모든 악기가 그렇듯 색소폰 역시 처음부터 제대로 잘 배우면 쉽고 재미있게 연주할 수 있어요. 색소폰의 연주덕분에 복식호흡을 하게 되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박재환씨(양평동, 46세)
“클라리넷은 나를 위로해주는 악기랍니다.”
문래양평 지역에서 검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환씨는 십여 년 전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클라리넷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늘 악기하나쯤은 익히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들은 클라리넷 연주는 바로 박재환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곧바로 클라리넷을 구입한 후 개인레슨을 받았다.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리코더처럼 불면되겠지 싶었는데 구조가 다르더라고요. 관악기 특성상 호흡량이 많이 필요한데 검도수련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뒤로는 독학으로 익히고 있다. 무섭게 빠져들어 배운 클라리넷 실력으로 아이의 초등학교 행사와 마을축제 무대에 서기도 했었다.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악기라 특히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음악적인 재능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관심도 많았습니다. 막연히 음악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부모님의 뜻대로 결국 공대를 갔지만요. 그래서인지 늘 음악과 악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지요.”
박재환씨는 클라리넷을 배우고 난 뒤부터 음악이 삶에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검도를 가르치는 일만 계속하다보니 가끔 지친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클라리넷 연주는 큰 위로가 된다고. 현재 고1인 큰 딸 시연이는 피아노전공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이 또한 아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연주를 듣는 것과 직접 연주를 한다는 것은 많이 달라요. 부드럽고 매력적인 음색 때문에 연주를 하다보면 복잡하던 마음이 정리가 되고 평온해지는 걸 느낍니다.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으니 언제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연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인 것 같습니다.”
심인범(등촌동, 49세)
“드럼은 내 인생의 소금 같은 존재입니다!”
방송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심인범씨. 1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들과 함께 드럼을 배우려고 집 근처 ‘길갈드럼스튜디오’를 찾았다. 아들은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아버지는 드럼에 매료됐다.
드럼은 박자와 리듬 감각이 필요하다. 특히 손과 발을 따로 움직여 리듬을 타는 것이 쉽지 않다. 심인범씨 역시 처음 스틱을 잡았을 때 마음은 앞서고 몸은 따라주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전에 음향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음악 레코딩 작업을 하고 피아노를 배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단다. 드럼은 집에서는 연주할 수 없는 악기라 심인범씨는 일주일에 세 번씩 꾸준히 스튜디오에 나와 연습한다.
“어렸을 때 배웠으면 더 감각적으로 연주했겠지만 나이 들어 배우려니 조금은 더딘 것 같아요. 드럼은 비트와 스토로크, 리듬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뜻 쉬워 보이는데 하면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눈은 악보를 보고 손과 발을 동시에 다 쓰니 나중에 치매걱정은 없겠다 싶더군요.”
심인범씨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밴드활동을 하고 싶단다. 아직 자랑할 수준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뒤 작은 무대라도 서보는 것이 꿈이다.
“직장에 아직 밴드부가 없는 것이 아쉬워요. 밴드활동을 하거나 무대에 설 기회를 가진다면 아마 실력이 더 늘겠지요. 음악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앞으로 드럼을 잘 배우고 난 뒤 전자기타도 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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