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으로 장 담그는 ‘담음’의 이순자 대표]

남들 눈엔 어리석은 그러나 나에게는 행복한 장 담그기

이세라 리포터 2017-12-12

뷔페, 무한리필, 퓨전, 먹방 등 시대를 대표하는 먹거리에 관한 트렌드가 존재하지만, 그래도 그 중심에는 한국 전통의 맛이 굳건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된장, 고추장, 간장은 우리의 삶과는 떼어내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기본적인 먹거리.
고기리의 안쪽 깊은 곳 일명 ‘산골짜기’라 불리는 곳, 태극기가 펄럭이는 넓은 마당에 펼쳐진 장독대의 주인장인 이순자(61)씨는 늘 올바른 먹거리에 대한 진심을 외치고 있다. 



엄마의 방법 그대로, 엄마의 삶 그대로
이순자 씨는 전통 장을 담가 판매하는 ‘담음’의 대표이다. 하지만, 사업은 늘 뒷전이다. 남들 눈에 보기에 ‘돈도 안 되는 그 일’을 왜 하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이니 말이다. 원체 ‘사업은 곧 돈’이라는 실리적인 마인드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이 되고 엄마의 장맛이 최고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주에 사시는 언니에게 수시로 가서 배워왔더랬지요. 그 땐 사업이고 뭐고 이 맛을 지켜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지인들에게 이 맛을 나눠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답니다.” 건강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이순자 대표는 장장 16년 세월동안 장을 담그면서 오히려 엄마의 마음을 더 진실 되게 느꼈다고 한다. 늘 베푸는 삶,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을 지나치지 못했던 삶을 말이다. 때문에 이 대표는 지금도 엄마의 방법 그대로 장을 담그고, 엄마의 마음처럼 ‘이 장을 먹고 아픈 사람도 낳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직접 농사지어 가마솥에 찌고, 방아로 찧고
이 대표에게 엄마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 안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복잡한 맛의 비결이 있겠지만, 그 시절 그대로의 재료와 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전라도 정읍에 있는 밭에서 직접 콩을 재배한다. 처음에는 유기농 콩을 사서 사용했지만, 1년 내내 밭 옆에서 지킬 순 없었기 때문에 아예 직접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우여곡절의 연속, 농기구도 없고 농사를 전혀 몰라서 그 곳의 사촌 오빠 내외에게 지금까지도 의지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는 ‘농부’임을 자처한다.
농약을 안 쓰기 때문에 늘 풀을 뽑아내는 것은 큰 일거리다. 그렇다보니 소출된 양은 일반 콩 재배의 1/3도 안 된다. 농사를 도와주는 동네 어르신들은 ‘이걸 콩 농사라고 짓냐’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하지만, 이 대표는 이렇게 순수한 콩을 얻게 되어 마냥 행복하고, 손님들에게 당당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재료를 가지고 옛날 그 방식을 그대로를 재현한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기계가 다 해 주는 세상이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가마솥, 시루, 절구가 있다.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찹쌀을 삭혀 시루에 찌고 절구에 직접 찧어서 사용한다. 물론 힘이 많이 들지만 믹서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감이 거칠 수도 있어도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깊은 맛을 만들어 낸다. 



끝없는 배움, ‘1인 다 역‘의 모습으로 바쁜 삶
이 대표는 이런 전통을 이미지로나마 오래도록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큰 작업을 할 때마다 사진전문가를 초빙하였는데 것도 한두 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아예 직접 사진을 배우기도 했다. 지금은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할 정도로 실력이 쌓였다고 한다. 또한 전문적인 내공을 가지고 싶어 벤처 농업대 까지 다니기도 했다. 그 뿐인가 소상공인리더십아카데미, 봉사 활동까지 참여 하고 있다. 남들은 하던 일도 접으려는 시기에 자꾸 새로운 일을 하게 된 그 에너지가 놀라울 뿐이다.
“이렇게 1인 다 역을 하고 있으니 사업이라고 펼쳐 놓았는데, 제대로 성장할 수 있었겠어요?” 넉넉하게 웃고는 있지만, 이 대표는 요즘 마음이 바쁘다. 일 년 사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메주를 쑤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딱 이맘때 메주를 쑤고 정월에 장을 담지요. 숙성기간이 길어야 소금을 적게 넣어도 되고, 짜지 않아요.” 


팜파티로 장맛 알려, 체계적인 교육도 시작
이 대표는 최근 미래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함께한다. 이 일에 대해 함께 걸어 갈 동반자가 있었으면 하는데 자녀들은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어 별 관심이 없는 눈치다. “부쩍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요. 이 일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느껴지는데 저 혼자 감당할 수도 없고 말이죠.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한편 희망도 기대도 충만하다. 농민 벤처대에서 공부한 기운으로 오픈하게 된 팜파티를 통해 더욱 전통의 맛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기 때문. 농원에서 생산된 작물로 요리를 해 도시민과 소통을 하며 농민의 삶을 이해시킬 목적으로 실시되는 이곳의 팜파티는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장을 이용한 상상 이상의 음식을 개발하고, 함께 즐기면서 고유의 맛을 일깨우고, 농부처럼 생활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죠. 성화에 못 이겨 시작 했지만, 반응이 좋아서 꽤 보람이 있어요”라고 한다.
또 한 가지 좋은 소식도 있다. 올해부터는 체계적으로 장 만드는 방법을 교육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마 그 가치는 돈으로는 셀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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