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2019학년도 수능국어, 무엇이 중요한가?

지역내일 2017-12-27

2018년 수능이 끝났다. 온갖 신문들이 2018년 수능국어의 부호화 지문은 컴퓨터 인코딩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환율과 관련된 지문을 환율에 대한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지문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으며 전문가도 쉽게 풀 수 없음을 강조한다. 과연 글의 이해에 있어 부호화나 환율에 대한 지식이 정말로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이는 수능국어의 평가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인식일 뿐이다.

낯선 지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대학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 중에 하나가 마주하게 될 많은 텍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배경지식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필자는 배경지식이 많으면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쉬워진다는 의견에 전혀 찬성할 수 없다. 배경지식은 텍스트를 작위적으로 해석하게 하는 선입견을 제공할 뿐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인식은 학자들마다 다르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글쓴이의 사고과정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그것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대학생활의 텍스트들이다. 절대적 진리의 텍스트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자마다 다른 텍스트를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그래서 그 텍스트들의 다양한 시각을 배우는 공부가 지식의 상아탑이라 부르는 대학공부인 것이다. 수능국어 영역은 그런 낯선 지문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펑가하는 시험이다. 그것이 환율이든지 부호화든지 말하고자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는가에 있다.

어려운 사설 모의고사를 공부하는 것이 좋은가?
시중에 봉투모의고사가 유행하고 있다. 적중률을 이야기하며 팔려나가는 시중의 봉투모의고사는 단언컨대 국어의 독해 원리와 아주 많이 다르다. 수능국어의 형태만 흉내낼 뿐 그 본질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의고사들이 내용 적중률만 따지고 있다. 그 실상을 살펴보면 그 어이없음에 웃음만 나올 지경이다. 수능국어는 지문의 쉬움과 어려움에 상관없이 글을 읽는 중요한 원리를 문제로 출제한다. 그런데 사설 모의고사들은 글의 원리와 상관없는 전혀 다른 부분들을 문제로 출제하기에 바쁘다. 단지 어려운 부분을 어렵게 출제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는 EBS 모의고사 문제들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시중 봉투 모의고사 비문학 지문 중 글의 원리와 상관없는 부분들을 문제로 출제한 것들이 대다수여서 강의에 사용할 수 있는 지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글을 읽는 원리대로 출제되지 않는 사설 모의고사는 수능을 망치는데 도움을 줄 뿐이고 수능국어를 독해하는데 혼란만 줄 뿐이다.

어려운 지문으로 연습하면 지문 독해 능력이 과연 늘어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본질을 살펴보자. 글이 쉬우면 우리는 글의 내용을 모두 다 이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쉬운 지문에서도 글의 원리를 출제한다는 사실이다. 기출이 그렇고 평가원 모의고사가 그러하며 교육청 모의고사도 그러하다. 그런데 어려운 지문은 글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그로인해 독해 시간이 늘어나며 다 이해하지 못한 채로 문제를 풀다가 틀리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어려운 지문도 글의 원리에서 문제를 낸다. 다시 말해서 어려운 지문을 독해하다 보면 다 이해할 수 없으므로 중요한 듯 보이는 부분만이라도 이해하자는 취지의 독해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지문 내용은 전부 이해되지 않지만 정답률은 좋아지게 된다. 그런데 이 어려운 지문들을 내용이해에 초점을 맞춘다든지 글의 원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문제로 내고 있는지 숙지하지 못하게 되면 수능국어 오히려 시험을 망치게 된다. 즉, 어려운 지문이든 쉬운 지문이든 글의 원리를 밝혀내면 성적이 오를 수 있지만 글의 원리와 상관없는 공부는 수능국어 성적과는 관계없는 공부가 되고 마는 것이다.

수능국어의 기반은 기출문제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수능기출의 바탕은 기출문제다. 여기서 기출문제라는 의미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뜻하지 않는다. 낯선 지문을 독해할 때 우리가 중요하게 독해해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가, 독해의 원리가 문제로 어떻게 출제되는가를 바탕으로 공부하다 보면 사라진 글의 원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출문제를 통해 글의 원리를 깨우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사설모의고사를 푸는 일은 사상누각이라 부를 만하다.

덧붙이는 말
누군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사설모의고사의 어려운 지문내용이 출제되지 않았냐고 말이다. 그럼 이렇게 되묻고 싶다. 그 어려운 지문은 언제 푼 것이며 해당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과연 수능시험에서 도움이 되었느냐고 말이다. 우리는 적절하지 않는 것을 찾으려고 ‘않는’이란 단어에 밑줄을 수없이 치고도 적절한 것을 찾는 사람들(일종의 단기기억상실증을 겪는 것과 같다)이다. 수능에 나온다는 확신이 없는 이상 우리의 기억은 그 지문들을 그저 지나가는 지문으로 인식할 뿐이다.


허재강 고3 대표강사
김동한국어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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