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오늘 뭐 배웠니?

지역내일 2018-04-26

201011우리나라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렸었다그런데 폐막식에서 전 세계인의 시선을 끌만한 일이 발생했다당시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가 연설한 후한국기자들의 질문만 받겠다고 말했다그것은 개최국인 한국 기자들을 배려한 것이었으나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한국기자 중 그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고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오바마 대통령은 거듭 질문을 받겠다고 말했으나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고 결국 중국 기자가 질문했다.


기자들은 직업의 특성상 반드시 질문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날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이 사건이 발생한 후 한동안은 질문하지 않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부끄러워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8년이 되어가는 지금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질문하지 않을까수업이 끝날 즈음 선생님께서 질문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셔도 아이들은 질문하지 않는다자신이 질문함으로써 바보로 보이지는 않을지를 걱정하기도 할 것이다화장실도 가야하고 매점에 가서 빵도 사먹어야 하는데 질문을 하는 순간 눈치 없는 아이로 전락하거나 쓸 데 없는 것 좀 물어 보지 마.”라는 말과 넌 몰라도 돼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권위에 눌려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건강한 질문이 사라진 거실과 교실에서 질문과 함께 호기심흥미마저도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아닐까그래서 남을 의식하고 침묵을 지키는 것을 선택하게 강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질문하는 법도 배우지 못하고 호기심의 싹이 잘린 채 성장하다보니 독서 습관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300 페이지 이상 되는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을 보는 시간과 함께 집중력이 매우 필요하다책은 움직이는 영상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매우 오만한 물건이다그러므로 두꺼운 책을 읽으려면 긴 시간 몰입하며 자신과의 지루한 싸움을 잘 견디는 힘이 필요한데 그것은 흥미호기심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 살림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 그 분량은 365페이지였다그런데 쓰다 출판사에서 판형을 바꾸어 출간하면서 부터는 428페이지로 바뀌었다물론 본문의 내용이 추가된 것은 절대로 아니다그런데도 아이들은 이걸 언제 다 읽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긴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다보니 언제부턴가 문학작품을 마음대로 잘라낸 축약본을 내는 출판사도 생겨났다엄청나게 페이지를 줄이다보니 원작과는 느낌이 너무 달라서 나는 아연실색했다작가특유의 문체가 느껴지지 않는 허물 벗은 빈껍데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411일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을 발표했다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부가 구상하는 대입제도를 살펴보면 수능에 논․서술형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이 제도가 어떻게 자리 잡을지는 모르겠으나 정부가 우리의 교육문제를 다각도로 해결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백년대계를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5, 6학년이 대입시험을 치르게 될 때는 수능시험에서 논·서술형문제를 풀어야 한다그러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좋은 책을 골라 많이 읽고많이 생각하고글을 많이 써봐야 할 것이다생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받은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의외로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질문에 대답하는 법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경험과 지식이 풍부할수록 상식적인 대답에서 벗어나 지혜로운 대답’, ‘자신만의 개성 있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령의 <생각 깨우기>라는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은 무엇을 배웠니?”라고 묻지만유대인 가정에서는 오늘은 무엇을 질문했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2017년까지 유대인들은 총 201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다그리고 세계 최고 100대 기업인 가운데 40%가 유대인 소유이거나 유대인이 설립한 기업이라고 한다이렇게 유대인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질문과 대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잘 이어지도록 하는 그들의 교육 때문이 아닌가싶다그러니 오늘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보자. “오늘은 무엇을 질문했니?”라고.


박은경의 파워독서

박은경 원장

02-933-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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