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의고사가 끝나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상담들이 생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수능 한 과목을 포기해도 되냐?’ 혹은 ‘포기하고 갈 수 있는 대학들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수능 포기는 언제나 결과론적으로만 옳고, 그 외에는 다 잘못된 선택이다. 조금 어렵게 이야기했는데 수능을 포기하고 최저자격이 없는 논술전형을 지원해서 합격한다든지, 내신이 아주 좋아 수능과 상관없는 교과전형을 지원할 때, 혹은 수능 ‘펑크’가 나서 어부지리로 합격할 때 등 예측치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거봐 내말이 맞지’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일 뿐, 실제로 일어나기는 매우 힘들다. 수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시로 대학을 가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도처에 수능이라는 늪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 늪을 거치지 않고는 상위권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수능을 포기하면 문제가 되는 것을 한번 정리해보자.
정시에 갈 대학이 없다
서울지역 하위권까지 거슬러가도 수능을 포기하고 갈 수 있는 대학은 없다. 가끔 수능 특정과목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대학을 용케도 찾아내, 이 대학을 갈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노력은 가상하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실이 있다. 대부분 특정과목의 반영비율이 현저히 낮은 대학은 그 대학에 특화된 전국의 학생들이 몰려든다. 쉽게 말해, 나만 그 대학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쟁률도 높고 상대적으로 보면 큰 이득도 없다.
수시에 갈 대학이 없다
수시는 6개 대학을 지원하고 이 중 하나를 붙으면 반드시 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시는 수능보다 높은 대학을 넣는 것이 기본적인 지원방법이다. 그런데 수능 성적이 현저히 낮으면 수시에서도 낮은 대학을 쓸 수밖에 없다. 정시로 갈 수 없는 대학이 많기 때문에 수시에서라도 합격하려면 낮은 대학을 적극적으로 노려야 한다. 결국 수능 성적이 수시도 높은 대학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가림 막이 되어버린다.
재수해도 갈 곳이 없다
수시와 정시에 떨어져서 재수를 하게 된다고 치자. 대부분의 대학들은 수시에서 재수생보다는 재학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결국 재수는 정시로 대학 갈 확률이 더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이미 포기한 과목을 다시 공부한다고 해서 오를 리가 없다. 이렇게 되면 입시에서 영영 미아가 되는 무서운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시 합격 확률 현저히 떨어져
대부분 수능에 자신 없는 학생들이 수시에 비중을 더 두는 편이다. 이 학생들은 최저자격이 낮거나 아예 없는 대학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세종대는 3과목 합6이라는 높은 최저자격기준을 두고 있는 반면, 경희대는 두 과목 2등급만 받아도 된다. 그렇다면 3과목 합 6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세종대를 지원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학생이 세종대를 ‘보험’으로 생각하고 지원했을 때, 합격할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하지만 경희대를 지원하는 학생들 중에서 두 과목 2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매우 많다. 거기에 수능이 잘 나오는 학생들도 경희대는 만만하게 생각해서 지원을 해둘 가능성이 높다. 만약 두 학교를 논술로 지원하게 되었을 때, 합격할 확률은 하늘과 땅차이로 나게 된다.
수능 포기는 없는 것인가?
내신이 아주 우수한 학생이라면 수능에 시간을 더 가지기 보다는 면접전형 등에 대비를 더 하는 편이 좋다. 최저자격기준이 없는 대학을 지원한다면 면접이나 서류로 결판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번째의 경우에는 국어성적의 유동성이 높은 경우다. 수학과 영어를 포기하면 재수를 해도 오르지 않지만 국어과목은 두 과목에 비해서 성적편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재수를 해서 급격히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능 특정과목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이, ‘왜 내가 그 과목을 못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하루 3시간동안 국어공부만을 하는 한 학생을 상담한 경우가 있는데, 그 학생은 정말 가장 많은 시간을 국어공부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어공부에 시간을 투자할 뿐이지, 국어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매우 낮은 상태에 있었다.
국어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국어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도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그러니 국어에 대한 장벽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이야기해서 국어 같지 않은 국어과목을 공부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소설이나 감동적인 시를 읽는 것,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지문을 읽으면서 국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자기암시를 가지는 것이다. ‘허황된 소리라고? 어느 세월에 이렇게 해서 국어성적을 올리냐고?’ 하루 3시간 고문을 해서 성적이 전혀 오르지 않는 것보다 훨씬 빠른 방법이다. 더군다나 쉬운 수능체제에서는 ‘선호도’만 되찾을 수 있다면, 빠른 시간에 점수가 복구될 수도 있다. 행운은, 행운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김호진
목동 토마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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