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엔젤하모니카 동아리]

하모니카와 함께 하는 황혼의 아름다움

오은정 리포터 2018-08-14 (수정 2018-08-14 오전 12:53:11)

기록적인 폭염에 밀려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떠났을 법했던 지난 8월 2일, 엔젤하모니카 동아리 취재를 갔다.
용인 수지구청 2층 노인복지관 교실에서는 이 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청아한 하모니카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교실에는 16명의 어르신들이 하모니카 강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용인 시니어 하모니카 연주 모임

“이 더운 날에도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라는 질문에 “원래 모임 규모는 29~30명 정도였는데 노인들이라 건강상의 이유로 들쑥날쑥해서 25명 정도이고, 오늘은 휴가기간이라서 그런지 많이 빠지셨네요”라고 김춘자 회장이 말했다.
‘엔젤하모니카 동아리’는 용인시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하모니카 연주 모임이다. 여학교 시절부터 하모니카 연주를 좋아했다는 김춘자 회장(81·수지구 상현동)이 7년 전 모임을 결성했다. “어려서부터 감으로만 하모니카를 연주하다 10년 전, 악보 읽는 것부터 배우며 정식으로 하모니카 연주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멀리 용인시청에 개설된 강좌를 듣다가 2012년, 수지구청이 개관하자 가까운 곳에 하모니카 모임을 만들고 싶어 하모니카 강좌에 들어가 수강생들과 함께 모임을 결성했죠. 황혼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싶어 ‘엔젤’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함께 하모니카 연주하니 봉사도 할 수 있어

‘엔젤하모니카 동아리’는 한 달에 세 번 꾸준히 지역사회에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지도실장을 맡고 있는 김효경(76·기흥구 죽전동)씨는 함께 합주할 수 있어 감사하다.
“눈이 안보여 악보 보기도 힘들지만 함께 한다는 것이 늘 즐겁죠. 하모니카 연주를 혼자 아무리 잘해도 어디 가서 솔로로 연주할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함께 하니 합주도 해보고 연주 봉사도 할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
김정자(74·수지구 풍덕천동) 총무는 초창기 봉사 때, 울컥해서 하모니카를 불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익숙해져 괜찮지만 처음에 요양병원, 노인정 등에 연주봉사를 가면 거기에 계신 분들이 엄마, 아버지 같은 느낌도 들고 저분 들이 미래의 나라고 생각하니 울컥해서 연주가 힘들더군요. 어느 날엔가 클레멘타인을 연주하는데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이 옛날 기억이 나셨는지 선율에 따라 춤도 추시고 노래도 따라 부르시더라고요. 봉사를 가면 베푸는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채우고 돌아옵니다.”



내 인생에서 하모니카란?

허정희(84·기흥 죽전동) 씨에게 하모니카는 ‘우울증을 극복하게 해준 고마운 물건’이다.
“남편을 여의고 혼자된 후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죠.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위로가 안 되더라고요. 이렇게 죽을 때를 기다리며 살 수는 없겠다 싶어 악기를 배우려고 결심했는데, 하모니카가 가방에 쏙들어가니 좋겠더라고요. 제가 78세에 하모니카를 처음 시작했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답니다.”
김효경 씨에게 하모니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즐겁기 때문에 그 어떤 약속보다 하모니카 연습 모임이 우선입니다.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고마운 악기이지요. 가족모임에서 악기를 다루는 딸, 손자, 손녀와 함께 하우스 음악회를 열었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김정자 총무에게 하모니카란 ‘삶의 희망’이다.
“애들 다 키우고 은퇴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기력증에 빠지고 우울증을 겪죠. 살아갈 동기가 필요한데 제게는 하모니카가 제 삶의 동기이자 희망입니다. 악보를 읽게 된 것, 하모니카로 합주하는 것이 다 도전이고 성취입니다.” 


정기연주회, 전국대회, 세계대회도 도전

7년차가 된 ‘엔젤하모니카 동아리’는 이제 멤버들의 연주 실력이 상급반 수준이다. 음역대별로 다양한 하모니카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합주의 길로 가고 있다. 연말에는 동아리 결성 기념 대연주회를 개최하고, 연중에는 수지체육공원에서 야외수업을 통해 개인 독주회의 기회도 갖는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전국 실버 하모니카 경연대회’에 나가 20여 팀 중 장려상을 수상했다. 용인시 평생학습동아리에 등록해 받은 보조금으로 강사를 초빙해 주1회 강습을 받고, 연습모임도 주 2회 갖는다. 연주회가 있으면 장소·시간 가릴 것 없이 강행군을 하며 연습에 돌입한다.
“저희는 하모니카 오케스트라 연주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자부심이 크고, 회원들 간의 단합 차원이 남다르죠. 내년에는 세계대회 무대에도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하모니카는 여생의 동반자이며 늙지 않게 해주는 불로초이기도 합니다”라고 김춘자 회장이 마무리 했다.

문의 010-5264-4279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ver.com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