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 길러주는 보성고 도서관 활용 교육

수업 바꿔 ‘제대로 읽기’ 가르치다

오미정 리포터 2018-11-28

올해 수능국어 31번 문제가 중고교 현장에 던진 후폭풍도 거세다. 문제풀이 중심의 공부로는 한계가 있는 논리적 사고력과 추론 능력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내실 있는 문해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2015년부터 도서관을 활용한 교과 협력 수업을 진행하며 한발 앞서서 방법론을 모색중인 보성고를 찾았다.
올해 고3 1학기 국어 화법과 작문 시간. 수능과 연계되는 EBS교재를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이춘명 사서교사와 김태경 국어교사는 머리를 맞대고 협력수업 모델을 개발했다.



EBS 비문학 지문 색다르게 배운 고3
모듬별로 EBS 비문학 지문 중 관심 내용을 선정해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평등, 경제 입지론, 공동체 같은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이 골랐다.
“정보활용교육부터 시작했습니다. 주제와 연관된 참고도서와 학술논문사이트(디비피아, DBpia)를 검색해 관련 논문 찾는 법, 해당 키워드로 신문 기사 검색하는 법을 알려준 다음 실습하도록 했습니다”라고 이 교사는 설명한다.
검색한 글은 꼼꼼히 정독한 후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본인의 생각과 느낀 점을 덧붙여 기록하도록 유도했다. 작성된 개인 기록지를 가지고 모듬별 토론을 거쳐 내용을 총정리했다.
대형 전지에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하기에 앞서 작품설명 보고서에 핵심 메시지, 논리적인 내용 구성, 시각 표현을 위한 기본 설계도, 참고 문헌까지 꼼꼼히 적도록 했다. 완성된 인포그래픽은 모듬별로 발표한 후 같은 반 학생들, 교사들이 상호 피드백을 해주었다.
"고3 수험생 대상 수업이라 교사 입장에서도 모험이었는데 학생 반응, 참여도, 결과물이 두루 좋았습니다. 9차시 동안 진행했는데 비문학 지문, 관련 자료 폭넓게 읽으며 논리적으로 내용 구성하는 힘을 길렀고 발표 내용도 알찼습니다. 다들 모듬별로 상의하며 집단지성의 힘을 체험하는 기회가 됐지요. 교사는 생기부 과목 세특에 활동 내용 기록까지 연계했습니다. 어려운 개념인 경제 입지론을 돋보이게 발표한 학생은 본인의 진로 희망과 이 같은 활동이 뒷받침 돼 경제학과 지원으로 이어지더군요.” 이 교사의 얼굴에는 보람이 엿보인다.
주제 선정-수업 설계-운영-평가-입시까지 빈틈없이 연계되도록 교사들은 아이디어 회의, 수업 연구를 밀도 있게 준비한다. 협력 수업 후에는 학생 대상 설문조사와 수업 평가, 학생 인터뷰를 통해 냉정하게 평가한 후 다음 수업 준비 때 보완한다.



교과 수업에 도서관을 활용한 결과는?
보성고의 협력수업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 보다 학생이 배우는 게 우선’이라는 바뀌고 있는 교육 패러다임에 공감한 보성고 교사들끼리 뜻을 모았다.
도서관을 교과 수업에 유효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했다. 도서관에는 각 분야별로 1만3천 권의 장서가 있으며 국내외 학술논문을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인프라는 지식의 베이스캠프로 활용 가치가 컸다.
생활과 윤리 수업이 첫 시작이었다. 교과 단원과 연계해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 논문, 기사를 찾는 훈련부터 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그 전까지는 학생이 제출하는 보고서의 90%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무단으로 복사한 글들이었어요. 학생들이 제출한 글 하나 하나 유사도 검색을 해서 피드백하고 보고서 쓸 때 참고문헌이나 자료 주석 다는 법을 가르쳤지요. 한 학기 지나니까 이런 글들이 10% 미만으로 대폭 줄더군요. 모둠별 토론을 통해 협업, 소통 능력이 길러집니다. 중위권 학생들이 상위권을 벤치마킹하며 약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라고 이 교사가 덧붙인다.
자료검색-내용 요약-자기 생각 정리-보고서 쓰기-발표가 정교하게 맞물려 진행되는 수업은 기존 강의식 전달 수업에 비해 호응도, 참여율이 높았다.
수업은 계속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중이다.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학술논문 찾기를 어려워하자 10가지 주제를 정해 꼭 읽어봐야 할 논문, 필독서를 추려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송파도서관과 연계해 필요한 책들은 1달 동안 장기대출 해서 수업에 활용중이다.
독서와 문법, 생활과 윤리, 화법과 작문, 통합사회 교과에 이 같은 수업 방식을 접목했다. 올해는 고1~2 대상으로 따로 신청을 받아 진행한 영재학급에서 국어, 과학, 윤리, 사서교사 넷이서 콜라보레이션 수업을 진행했다.
“주제는 ‘인간은 왜 이타적으로 살아야 하나?’였고 윤리, 과학 교사가 각자의 관점에서 내용을 설명하면 국어, 사서교사는 자료 찾는 법과 글 쓰는 방법론을 지도합니다.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 2개 파트를 4명의 교사가 나눠서 가르친 셈이지요. 색다른 수업 방식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라고 이 교사가 말한다.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에서 ‘학생이 배우는 수업’으로
4년간 협력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교사들 간의 신뢰감, 팀워크를 핵심으로 꼽는다. 그래서 교내 운영중인 교원학습공동체 ‘대항해시대’에 참여 교사를 꾸준히 늘려나가는 동시에 인근의 동북고, 정신여고 교사들과의 협업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내년에는 수행평가 100%로 진행될 심화국어 수업을 선보이기 위해 교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밀도 있게 준비중이다.
“학생들의 솔직한 마음이 담긴 교원 평가 내용을 보면 ‘선생님들이 고민하며 알차게 진행하는 수업이 좋았다’는 내용부터 ‘수업 따라가기가 어려웠다’는 지적까지 다양합니다. 계속 보완해 나가는 중입니다. 가장 힘이 됐던 건 ‘내가 수업을 하는 느낌이었다’는 학생의 고백이었지요. 졸업생이 찾아와 대학 발표 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보람이 큽니다. 우리는 ‘교사가 가르치기 보다는 학생이 배우는 수업’을 지향합니다”라고 이 교사는 덧붙인다.
수능 국어 31번 쇼크로 독해력, 논리적 사고력, 추론 능력 향상이 교육계의 이슈로 떠오른 요즘 보성고의 협력수업에 해법의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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