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화병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치료

공부 이야기에 예민한 우리 아이, 혹시 청소년 화병?

박지윤 리포터 2019-07-10

공부 이야기만 나오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나보고 어떡하라고!”라며 감정을 참기 힘들어한다.
친구 얘기에 갑작스런 화부터 낸다.
아이에게서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청소년 화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Hwa-byung’으로 표기할 정도로 한국인이 가진 독특한 질병인 화병. 이런 화병이 이제 청소년들에게까지 나타나고 있다. 바로 학업스트레스 때문이다.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화병을 앓는 10대 학생들. 보다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치료가 절실하다.

10대 화병 환자, 5년 간 2배 넘게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화병(질병코드 U222)으로 병원을 찾은 40대 이상 환자는 1만779명에서 1만65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30대 이하 젊은 세대는 2585명에서 4078명으로 크게 증가, 특히 10대 환자는 312명에서 653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지금 청년 세대는 ‘N포 세대’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청년 문제에 직면해있고, 10대는 입시 준비 때문에 온종일 공부를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과 시간이 없어 더욱 화병에 취약하다”며 “특히 청소년 화병은 난폭적인 증상 때문에 청소년기의 단순 문제행동으로 오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병을 더 키우는 경우다 많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화병은 우울증과 달리 스트레스의 원인이 명확한 것이 특징이다. 본인이 아는 원인, 혹은 남들도 인정하는 원인으로 대부분이 학업스트레스다.
무한경쟁 시대에 내몰린 아이들. 왕따는 아니지만 친구들이 별로 없는 상황, 하지만 경쟁은 계속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 상황.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폭발하는 것이 바로 화병인 것이다.

청소년 화병, 신체반응과 난폭성 표출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갱년기 화병은 결혼 후 시집살이하면서 억울하고 분한 일들이 차곡차곡 누적되다가 기운이 떨어지고 여성으로서의 큰 변화를 맞는 갱년기에 쌓인 화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증상이 발현되는 시기가 갱년기다 보니 쌓여있던 화가 행동으로 나타나기보다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갑자기 열이 ‘확’ 오르는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화병 역시 답답함과 열감을 호소하지만, 갱년기 화병과 다른 점은 신체적 증상 외에 거친 행동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공부 얘기에 버럭 소리를 지른다거나, 친구 이야기에 갑작스런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론 난폭적인 행동까지 표출한다.
정 교수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문제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화병은 아직 스트레스와 싸울 힘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힘이 무너져버리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화병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전문상담센터나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은 싸울 힘이 있기 때문에 신체반응(열감·두근거림·답답함)을 줄여주면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을 많이 줄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체적 증상을 줄여주는 것이 치료
스트레스 원인의 제거가 어렵다면 한의학 치료를 통해 화병 증상을 완화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대항력을 키우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증상 완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한의학 치료는 화를 줄이고 막힌 기를 풀어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아이들이 ‘욱’할 때 그걸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답답함이나 열이 치밀어 오르는 신체증상을 줄여주면 감정적으로 안정이 된다”며 “결국 청소년 화병의 치료는 그런 신체적 증상을 줄여 정신적 안정감을 찾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의학 치료로는 침과 한약요법이 병행된다. 생각이나 감정에 체하는 화병은 가슴 한가운데 혈자리인 전중(膻中)혈 위주로 침 치료를 시행해 주위에 부드럽게 뭉친 덩어리나 통증을 없앤다. 또, 열이 발생하는 증상은 약제(시호)를 사용해 열을 흩어주어 열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고 몸과 마음에 여유를 찾게 도와준다. 열이 흩어지고 나면, 기가 막혀있는 것을 흩어주는 치료를 위해 기운을 소통시키는 효능이 있는 진피, 청피 등의 약제를 사용하게 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
“아이들이 에너지 발산을 못하면 스트레스가 축적되어 있다가 조그만 자극에도 폭발하게 됩니다. 에너지는 넘치는데 스트레스는 계속 받고, 적절히 해결은 안 되니 분노가 쌓여 폭발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운동입니다. 체력도 보강하고 스트레스도 발산하고, 운동하고 난 후의 상쾌함을 꾸준히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을 통해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발산시키면 정신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 또 운동을 통해 길러진 체력은 몸이 튼튼해지는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겨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따라오게 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짧은 명상도 큰 도움이 된다. 학생들도 언제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명상은 호흡에 집중하는 것.
정 교수는 “긴장을 많이 할 때 ‘숨죽이고 있다’는 말을 하듯 긴장을 하면 호흡도 거의 하지 않고 한숨도 많이 쉬게 된다”며 “호흡이 부드럽고 규칙적으로 이어져야 몸이 이완된 상태로 정신적 안정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호흡은 학업 집중에도 큰 도움이 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안정적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호흡이 안정되며 숨을 들이마신 뒤 내쉬기 시작할 때부터 숫자를 세어 5회 정도 반복하면 된다. 이때 허리는 똑바로 세우고 눈은 편안하게 감아야 하며, 호흡이 마무리되면 이완과 집중이 함께 이뤄지는 상태가 된다.
“청소년 화병에 치료와 운동, 명상 등이 모두 도움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변화입니다. 아이들 말에 귀 기울여주고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불안해하지 않는 것도 아이들의 변화에 큰 힘이 됩니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가 조바심을 내고 함께 불안해한다는 걸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화병, 그 원인을 찾고 아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지를 생각하고, 그 전에 우선 본인의 행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도움말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



정선용 교수가 말하는
‘화병 위험 없이 공부 잘 하기 위한 조건들’


1.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목표 없이 열심히만 하면 제자리에서 맴돌 수 있다. 인생은 인생의 지도를 갖고 항해하는 것. 지도 없이 항해하다보면 제자리 다시 와 있을 수도 있다. 목표 없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시키는 대로만 하는 학생들, 첫 번째 조건 해결이 매우 중요하다.

2.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야 합니다!
불안하거나 우울, 짜증난 상태에서는 공부가 안 된다. 정서적 불안정의 이유를 파악, 필요하면 거기에 맞는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 필요치 않으면 조절법이나 예방법(운동·명상·이완법)이 도움이 된다. 정신이 집중되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3. 체력유지!
체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초등학교 때 체력의 바탕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체력은 보약만으로 되지 않는다. 잘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기본, 이렇게 해서 체력이 길러진다면 굳이 보약은 필요 없다. 중·고등학교 진학할수록 수업시간도 늘고, 공부시간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체력은 필수다.

4. 집중력을 길러라!
명상이나 집중하는 법이 도움이 된다. 이것만으로 집중이 안 된다면 한약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앞 세 가지가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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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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