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때를 놓친 고등학생들에게 다시 희망을 - 정시 40%

지역내일 2019-12-11

세상일이란 게 참 기묘합니다.
약 1년 전 저는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름여를 산 적이 있습니다. 바로 정시 비율 상향 조정 때문이었습니다. 작년까지 수시와 정시 비율은 8:2였습니다. 수시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 때문에 정시 비율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논의를 거쳐 최종 정시 비율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정시 50% 이상이 월등히 높았기에 정시 50%도 가능하리라 여겼습니다. 제 간절한 바람은 정시 40% 이상이었습니다. 50% 이상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40%만 돼도 괜찮다고 여겼습니다.

제가 정시 40% 이상을 간절히 바란 것은 1, 2학년 때에 이런저런 이유로 내신을 놓친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괜찮아, 앞으로 열심히 하면 되지.”

고등학교 시기는 방황하는 청소년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반항으로, 혹은 게임에 빠져, 혹은 연애하느라고 등등. 그런데 현재의 입시제도는 한 번 내신을 놓친 학생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거의 아무런 대책이 없는 입시제도입니다. 워낙 학생부가 중요하다 보니 고2 고3은 물론 재수를 해도 만회할 방법이 없습니다. 고2 여름방학 혹은, 고3 초에 내신이 나쁜 학생을 앞에 두고 상담을 할 때 인생의 선배로서 아무런 방법도 제안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시라는 길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지만 20%는 기적에의 도전이었습니다. 청소년기의 한 번의 실수로 더 이상 만회할 기회가 없다는 제도는 정말 나쁜 제도입니다. 제가 간절히 간절히 정시 40% 이상만 되게 해 달라고 빌고 빈 것은 다시 정신을 차린 학생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삶에서 희망이란 참으로 소중한 가치입니다. 이 희망의 가치를 누구보다 제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감한 저로서는 사회가 그 구성원들에게 ‘노력하면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것이 청소년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죠.

중3 겨울방학 때 바둑에 빠진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두 달밖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바둑을 두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 저.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중졸이었습니다.
 
무슨 조화인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갑자기 공부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때에 우리 사회에 검정고시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청소년기의 방황으로 저는 지금까지 중졸로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검정고시라는 희망이 제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용기를 내 열심히 공부했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학원에 들어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제 말에 용기를 낸 학생들은 청소년기의 방황을 이겨내고 새로운 인생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시가 대세가 되고 정시가 20%까지 떨어진 최근 저는 때를 놓친 학생들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대학 입시 최종 발표 때 간절히 간절히 빌었습니다. “정시 비중이 40%만 넘게 해달라고.” 그러면 아쉬운 대로 후배들에게 용기를 북돋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최종 발표는 정시 30% 확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조금은 나아졌지만 큰 차이는 없는 비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일이란 게 참으로 기묘합니다. 정시 40% 이상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떤 교육 제도가, 어떤 입시 제도가 나은지 잘 모릅니다. 수많은 토론을 듣고 글들을 읽어 봤지만 어찌 보면 이 말이 맞아 보이고 반대 주장을 들으면 다른 말이 맞아 보입니다. 우리 교육이 한 줄 세우기로 가서는 안 될 것도 같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깜깜이 속을 헤매게 두는 것도 옳지는 않아 보입니다.

어쨌든 제 눈앞에 갑자기 정시 40%가 제시되었습니다. 실제 수시에서 이월되는 정원까지 합치면 45% 정도는 된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저는 신났습니다.  1학년 때, 2학년 때 내신을 놓쳤더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고1 후반, 고2 후반 때 내신이 좋지 않아 절망하는 학생들을 마음껏 격려하고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정시가 40%야, 거의 절반이라고. 하자고, 한 번 해보자고! 이제부터 시작하면 되지.”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용기를 잃은 모든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결 원장
강동 송파 한결국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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