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실수하는 아이 때문에 속상한 엄마들에게.

지역내일 2019-12-11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유독 실수가 많은 아이들이 있다. 그간 초등부터 성인까지 무수히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왔는데, 실수를 많이 하는 아이들에게 “실수하지 마! 정신차려!”라고 말하는 것은 실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수 많은 아이들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실수를 자주하는 아이 뒤에는, 실수를 “해서는 안될 나쁜 짓”처럼 여기는 엄마들이 많다. 나 역시, 내 학생들의 실수에는 이런 저런 원인도 분석하고, 아이들을 격려하며 긴장하지 않게 다독였지만 내 아이의 실수에는 너무 냉정한 엄마였다. 실수하는 아이를 혼내는 엄마들의 심리는 “내 아이는 왜 이럴까”에서 시작된다. 또는, “실수만 안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안타깝다”라든지, “얘가 이렇게 영원히 실수하는 버릇을 못 고치면 어쩌지”라는 심리도 있다. 그 때 엄마들은 종종 아이에게 “너가 실수만 안 하면 100점인데, 왜 정신을 안 차려서 이렇게 되냐”며 야단을 치거나 실수하지 않는 것에 대한 중요성과 주변의 이야기들을 총 동원하여 아이에게 교훈하고, 훈계하고, “실수하지 않게 정신차리자”라고 설득한다. 나름 청소년 심리 및 교육의 전문가인 나 역시, 내 학생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접근한적이 없었지만, 내 아이에게는 이와 같은 “훈육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자꾸 반복적인 계산 실수를 하고 영어 단어 스펠링 실수를 하는 우리 아이를 집에서 엄하게 혼낸이후, 학원에 와서 보니 우리 아이만 하는 줄 알았던 문제 풀 때의 실수들이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심지어 최상위권 아이들에게도 있음을 보게 되었다. 아니, “원래 아이들은 실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내 아이에게는 이것이 적용 되지 않고 있다가 학원에 와서 보니 “모든 아이들이 어른이 아니라 아이이다 보니 실수를 하고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우리 아이에게 참 미안한 순간이었다. 어른인 우리들도 실수를 하는데, 아이들에게 왜 빨리 자라지 않냐고 다그친다고 미숙한 아이들이 하루 아침에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꽉 찬 1년을 보내야 우리도 한 해 한 해 나이가 먹고, 나무들도 자라고, 열매들도 영글듯, 우리 아이들도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실수를 줄이고 영글어질텐데, 왜 잦은 가지치기와 제초제로 스트레스를 주고 자신감을 꺾으며,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로 만들어야 할까?

나는 실수에 대해 강박을 갖고, 자기는 실수를 많이 하는 아이라고 자아상을 갖게 된 아이들이 오히려 그 틀에 갇혀 더 많이 실수하는 것을 보아왔다. 이것을 알면서도 남의 아이 실수에는 관대하고 내 아이의 실수에 엄격했던 것은 내 아이의 “아이됨”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내 마음 깊이 “실수”를 “성장 과정 중 하나”로 보기보다 “틀린 것”으로 여겨왔기 때문일 것이다.

실수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이후, 학원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한층 더 성숙해졌을 뿐 아니라, 내 아이의 실수도 전보다 줄기 시작했음을 알게 되었다. 참 놀라운 일이었다. 내 생각이 바뀐 이후, 나의 아이에게 “실수하지 마”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 보다 우리 아이의 틀린 문제에 한 번 더 편지를 써주었고, 참으면서 이해하는 척 넘어가지 않고 진짜 이해하며 넘어가주었더니, 놀랍게 실수가 주는 것을 보았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예전에는 실수하지 말자고 귀가 따갑게 이야기해주거나 아니면 일단 격려만 하고 넘어갔는데, 이젠 실수한 문제를 해설해줄 때, 하트도 그려주고 응원도 해주고, “진심으로” 이해해주며 나부터 “여유 있게” 대해주니 우리 아이들의 실수도 전보다 더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여 좋은 성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아이들이 자라듯, 엄마도 자라고 선생님도 자란다. 또한 아이들이 실수하듯 어른들도 훈육의 실수를 한다. 서로 용서하고 이해해야 함께 잘 자라듯, 우리가 먼저 아이들의 실수에 대해 단지 “참아주는 것” 또는 “따끔하게 고쳐주어야 할 것”이라는 시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유를 갖고 실수에 대해 이해해주고, 응원해주고, 틀린 문제에 짧은 편지라도 한 번 써준다면”, 길고 긴 시간 동안 평생 무언가를 하며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은 더 힘이 나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게 되고,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솝우화의 내용처럼 두꺼운 외투를 벗기게 한 것은 따뜻한 해였지 차가운 바람이 아니었듯 내가 근본적으로 바람에서 해님으로 바뀌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실수 외투를 벗길 수 없을 것이다.


단비영어학원
최지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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