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누구나 수학의 고수가 될 수 있다

지역내일 2020-11-06

생활관에서의 선문답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반별로 돌아가면서 학교생활관에서 일주일씩 합숙을 하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빡빡한 하루일정을 마치고 담임선생님과 대화하는 시간. 벌써 반은 졸고 있고, 그나마 깨어있는 친구들은, ‘선생님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18번 불러보세요’, ….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을때, 한 친구가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선생님, 수학공부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나이는 한 살 어렸지만 생긴 건 두세살 위로 보였고, 정신 연령은 서너살 위처럼 느껴지는 친구였다. 철없는 우리들에게는 형처럼 느껴지는 조숙한 존재였다.
“수학 문제 하나를 붙잡고 밤새워 고민해봐”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요”
“처음에는 잘 안되는데, 자꾸 하다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돼”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밤을 새우면서 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일단 한 번 해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그날 밤은 왠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수학 문제 하나를 가지고 밤을 새운다는 담임선생님의 황당한 이야기, 그런데 그걸 해봤다는 친구의 이야기…. 평소에 여자 친구 얘기나 연예인 얘기 말고는 길게 대화를 나누지 않던 우리들중 하나였던 나. 선생님과 공부방법론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던 친구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맴돌았다.

큰 일을 보던 중 찾아온 깨달음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평소에 집안이 잘 산다고 재수없이 건방떨던 녀석이 과외선생님한테 배웠다고 나보고 풀어보라는 것이다. 재학생 학원 수강이 불가했던 시절에 개인과외는 최상류층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반에서 항상 1등이었던 내 기를 죽이려는 수작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문제는 어렵기로 유명한 동경대 최신 입시문제였다. 당연히 풀 수가 없었고, 다음날까지 시간을 하루 벌었다. 그때부터 사투가 시작되었다. 일단 몇시간을 이리 해보고 저리 해보고 알고 있는 수학 지식은 전부 동원해도 소용없었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볼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할 수 없이 밤늦은 시간에 서점에 들러서 문닫을 때까지 수학책이란 수학책은 다 뒤져도 비슷한 문제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집에 들어와 잠자리에 엎드려서 문제를 풀다가 새벽 몇시인지 모를 시간에 나도 모르게 쓰러져 잤다. 다음날 아침 평소와 마찬가지로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던 중이었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등교 준비에 촌각을 다투는 그 시간에 방으로 들어온 나는 급히 ‘그 문제’가 적힌 종이를 찾았다.
아!!!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닌가!

고속 철도와 LTE
대학다닐때 어느 심리학자의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람은 잠을 잘 때, 의식의 세계는 멈춰있지만 무의식의 세계는 계속해서 활동을 한다. 생각의 원자들이 끊임없이 난문제의 벽에 부딪히다가 어느순간 벽에 균열이 가서 구멍이 뚫리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견들은 연구실 책상 앞이 아니라 화장실 변기 위에서, 목욕탕 욕조 안에서, 산책하다가…, 문득 방심한 사이에 이루어진다. 어쨌든 그런 경험을 하고 난 뒤에는 수학 때문에 골치 아픈 적이 없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이 무언지도 알게 되었다. 그 많은 문제 하나하나를 어떻게 일일이 밤새워가며 풀 수 있겠느냐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에 불과했던 것이다. 짜릿한 경험을 몇 차례 하고 나면 아무리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만나도 자신감 있게 덤벼들 수 있고 문제 풀이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다. 마치 완행열차 타고 5시간 가던 고향을 고속철도 타고 2시간만에 가는 것이거나, 메가바이트 램 장착해서 돌아가던 컴퓨터가 기가바이트 램을 장착한 것이거나, 버벅대던 2G폰을 4G폰으로 바꿔 LTE급 빠른 속도를 즐기는 것과 같다.

수학의 고수가 되는 법
수학 문제를 접하면 누구든지 먼저 기존에 풀었던 비슷한 문제와 그에 따른 해법을 떠올린다. 그래서 안풀리면 포기하고 만다. 해답을 보거나 학원 선생님께 질문하거나. 이런 학생들이 90%를 넘는다. 좀더 인내심이 있는 학생은 이리저리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고, 문제를 다시 읽어보고, 혹시 놓친 조건이 없나 살펴보고 한다. 그래도 안되면 포기한다. 99%의 학생들이 여기까지다. 여기서 생각을 더 밀고 나가다보면 결국 도달하는 곳이 수학의 원리다. 정말 좋은 문제는, 단순 공식 적용이나 기존에 풀어봤던 문제를 약간 변형해놓은 것이 아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수학의 원리로 내려가서 재구성해야 풀리게끔 되어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수학은 더 이상 선생님의 입에서 내 귀로 전달된 것, 또는 정석책에서 내 눈으로 읽혀진 것이 아니라 내 두뇌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수학 1등급은 이런 체험과 학습 자세 없이는 절대로 정복할 수가 없다. 가장 근본적인 원리까지 내려가서 밀고 올라오는 처절한 사고과정이 쌓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막연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수학 문제가 풀렸을 때 크고 작은 기쁨을 느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그 경험을 좀더 진하게 좀더 강하게 살려나가면 된다.

가장 큰 보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고3 학생들이 수학시험을 잘 봐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을 때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아니 그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시키는대로 하다가 수학 문제 푸는 희열을 강하게 느낀 학생이 뜬금없이 ‘선생님 저 수학과 갈래요’라고 말할 때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길이다.


일산 후곡 수학전문 베리타스
최재용 원장
031-911-0796
서울대 졸업
28년간 대입수학 지도
17년간 베리타스 원장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