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람스 국제 콩쿠르 비올라 부분 1위

비올리스트 신경식

이경화 리포터 2021-09-30 (수정 2021-09-30 오후 1:39:23)

“삶에서 느껴왔던 여러 감정이 녹아든 연주를 하고 싶어요”추석 연휴를 앞둔 어느 날,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5년 전, 서울대 합격생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신경식 씨가 어느새 어엿한 비올리스트가 되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1위를 했다는 것이다. 용인에서 보정초등학교와 용인신촌중학교를 거쳐 선화예고에 입학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중퇴 후 서울대에 조기 입학했다는 다소 특이한 이력에 끌려 만난 자리에서 당차면서도 깊은 자신만의 철학을 밝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졸업 후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학교에서 유학하며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고 있는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이번에 1위를 차지한 콩쿠르에 관해 설명 부탁드려요. 

1993년 시작해 올해로 28회가 된 ‘요하네스 브람스 국제 콩쿠르’는 브람스가 휴양을 즐기던 장소였던 오스트리아 푀르트샤흐(Prtschach)에서 주최하는 국제 콩쿠르입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실내악, 성악 부문이 대상으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브람스의 작품뿐만 아니라 바로크, 낭만, 근현대 등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요구하는데,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심사위원 사이에서 협의나 회의를 거치지 않고 연주 직후 바로 점수표를 공개하는 형식을 띠고 있어요.  


Q 현악기 하면 가장 먼저 바이올린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어떤 계기로 비올라를 전공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셨나요? 처음 비올라를 잡은 건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즐겨 들으시던 용재 오닐의 음반들을 어깨 너머로 듣다 보니 그 소리가 너무 좋더라고요. 남들에게 따뜻한 음악을, 더불어 긍정적인 기운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고 중학생 때부터 제대로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Q 바이올린과 비교해서 비올라가 갖고 있는 매력을 알려 주세요. 

단순히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악기 크기가 커짐으로써 음역대가 조금 더 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음역대가 약간 낮아지면서 톤의 색깔이 따뜻하면서도 음울한, 멜랑꼴리한 음색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Q 음악을 하면서 슬럼프나 어려움이 있으셨다면 말씀해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그 순간도 궁금합니다. €음악가로서 겪는 애로사항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제게 요즘 힘든 점은 음악을 연주하는 일이 '감정 노동'이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는 것이에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시지 못할 수도 있지만, 클래식 음악에도 여러 가지 감정의 결이 다른 곡들이 많거든요. 제가 우울할 때에 행복한 곡을 연주해야 한다면 저 또한 행복해져야 하고, 반대로 행복한데 우울한 곡을 연주하노라면 저 또한 같이 우울해져야 하지요. 어찌 보면 연주자로서 당연한 감정을 몰입하는 과정이지만 이런 감정의 휩쓸림이 조금 힘들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집중해서 연주하고 나면, 관객들께서도 이런 제 감정을 공유해주시고 이입해 주실 때가 있어요. 그때가 무척 행복하지요. 이런 행복감이 제가 음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Q 음악을 전공하려는 후배들과 그를 도와주는 매니저 역할을 하는  부모님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음악가는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연습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 음악가들은 이미 많은 시간을 연습실에 투자해요. 결국, 보다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연습량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느껴왔던 여러 가지 감정들로 음악이 다채로워지는 것 같아요. 당연히 방음벽 안에서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산 보고 강 보고 행복하고 슬퍼하고. 여러 감정을 쌓으면 좋겠네요. 


 Q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입문자들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도 물론 대중음악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발라드예요. 멜로디와 가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서 편하게 듣곤 해요. 3분 내지 5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담긴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잖아요.반대로 클래식은, 긴 시간 동안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 같아요. 사실 긴 시간 만큼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주는 음악이거든요. 긴 시간 동안 감정을 쌓아 올리다가 절정을 이루어 터뜨리는 그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곡에 대해 알고 들으면 작곡가의 당시 감정에 이입할 수 있으니까 더 동화되기 쉽고요. 마치 발라드의 가사를 읽는 것처럼요. 


Q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은지, 또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저는 콩쿠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정 기량을 넘어서고 나서부터는 모든 사람의 음악이 가치 있고 저마다 다른 이야기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평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객관적 지표로 점수화한다는 게 조금 회의감이 들었거든요. 이런 제 철학 때문인지 사실 라운드별로 심사위원들 사이의 점수 차가 컸어요. 다행히 결선에선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지만요.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자 합니다. 또한, 내년 1월 8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하게 되어 한국에 잠시 들를 예정입니다. 그동안 제가 독일에서 유학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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