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우울증, 편견에서 벗어나 조기치료 해야

지역내일 2008-08-15
정신과 칼럼 - 전문의 강성민원장

얼마 전 일이다. 출근 전 틀어놓은 아침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이 기억상실증으로 정신과치료를 받고 정신과주치의는 그녀를 연민과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나왔다. 주말드라마에선 주인공이 갱년기 우울증으로 집을 떠나는 모습이 나온다.
아, 정말 이제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정신과가 생활 속에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다.

현대를 정신과학의 시대, 우울증의 시대라고 한다.
실제 정신과 외래를 찾아오는 경우 중 가장 많은 경우는 우울증으로, 평생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이 전체의 약 20%에 해당한다. 한 가정에 한 사람씩은 우울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는 얘기이다. 그 정도로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고 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게 우울증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정신과에 찾아오기까지 평균 3.3년이 걸린다고 한다. 아직도 정신과를 찾는데 많은 부담과 편견들이 사람들 마음에 많이 있는 것 같다. 왜 마음이 아픈 것을 숨겨야만 하는 일일까?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정신과를 찾았다고 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상담 중에 ‘외래오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서 정신과 온 걸 눈치챌까봐 신경쓰였다’는 얘길 들으면, 진료도 중요하지만, 진료를 꺼리게 만드는 편견을 깨야 하는 것도 정신과 의사의 중요한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에 걸리면 불안감과 초조함, 집중력 저하로 인해 대인관계에도 지장을 미치고 매사에 기운이 없고 항상 무기력하며,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고 짜증을 내게 되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예민한 성격상의 문제이거나 의지가 약해서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버리는데다가 전문의의 상담을 받으려고 겨우 용기를 냈어도 남들의 편견 가득한 시선을 의식해서 쉽게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우울증으로 한 두번 상담을 고민해 본 사람이 있다면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감기를 방치했다가 온몸이 욱신대는 통증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를 정신병 환자로 대하지는 않을까, 남들이 손가락질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은 이제 거두고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이거나 심리적 충격,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으니 오랫동안 고민하지 말고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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