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니어들이 있다.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우아한 노후를 즐기고 있는 ‘강남시니어앙상블’ 회원들이 바로 그들. 젊은 시절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클래식 악기를 전공하기도 했던 그들은 은퇴 후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제쳐놓았던 바이올린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한다.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까지 활발히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그들을 만나봤다.
“우리 연주 멋지지 않나요?”
매주 월요일이면 강남시니어플라자 5층에는 감미로운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진다. 언뜻 들어도 보통 솜씨는 아닌 듯하다. 음악실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서니 강의실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이은숙 단장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하이든의 ‘황제’가 연주되고 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연주를 막 끝낸 어르신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리포터를 바라본다. 그 눈빛이 “우리 연주 멋지지 않나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이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요한 스트라우스의 피치카토 폴카, 고섹의 가보트가 연주된다.
연주는 독주, 이중주, 삼중주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는 합주로 마무리된다. 2013년에 결성된 ‘강남시니어앙상블’은 현재 바이올린 연주자 9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수업은 월요일 12시 30분부터 2시까지 시니어플라자 5층 음악실에서 진행된다. 대학에서 악기를 전공했거나 아니면 젊었을 때 잠시라도 악기를 배워본 적이 있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동안 중단했다가 강남시니어플라자에 클래식 연주 동아리가 있다고 해서 이렇게 다시 뭉쳤다고 한다.
바이올린 외 다른 악기도 동아리 활동 가능해
하지만 뒤늦게 바이올린에 입문한 늦깎이 음악도도 있다. 교사 출신인 유갑례 회원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퇴직 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를 고심하다가 우연히 동료교사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게 되었단다. “얼추 10년 정도 되었네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 시작해서인지 젊은 사람들처럼 잘하진 못해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때라도 용기를 낸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해맑은 미소가 가을햇살처럼 밝게 빛난다. 또 어떤 회원은 자녀의 결혼식장에서 한복을 입은 채 축하공연을 감행해 시니어의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강남시니어플라자에는 실내악반(동아리)과 레슨반(바이올린 A, B)이 있다. 연주가 어느 정도 가능한 사람은 실내악반을, 초보자는 레슨반에 등록하면 된다. 레슨반 역시 이은숙 단장이 맡고 있는데 바이올린에 대한 기초 이론과 20분 정도의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다.
자기계발은 물론 재능기부 통해 이웃사랑 실천
이은숙 단장은 “사실 어르신들이 어려운 곡을 익히고 외워서 연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간혹 너무 힘들다며 포기하려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분들에게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 또한 제가 해야 할 일이랍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시니어플라자에서는 매년 11월이면 가족과 지인, 친구들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발표회를 연다. 그동안 각종 프로그램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자리이다. 단체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시니어앙상블 팀이 무대에 설 때면 강당 안은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맏언니인 박청순(75) 어르신은 “중·고등학교 시절 교내 방송국에서 클래식을 틀어줬는데 그때 클래식에 매료돼 바이올린을 시작했지요. 그러다 이번에 50년 만에 바이올린을 다시 잡게 되었으니 정말 꿈만 같아요”라면서 이 모든 것이 항상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은숙 선생님의 덕분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또한 시니어앙상블 팀은 무형문화재단, 삼익악기 연주 홀, 강남구민회관, 행복요양원 등 각종 문화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자신보다는 이웃을 더 먼저 생각하고, 자기계발을 넘어 이웃사랑 실천에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그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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