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70여 일 앞둔 지금부터는 체력전이다. 마지막까지 수험생활을 잘 버틸 수 있도록 많은 학부모들이 수험생들에게 영양제도 먹이고, 보양식도 먹이고, 총명탕도 먹인다. 맹자 어머니의 정성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열성과 정보력으로 좋다는 건 다 찾아 먹인다. 하지만 남의 집 아이에게 좋은 약이 정말 내 아이에게도 좋을까? 전교 1등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가도 내 아이가 1등을 하지 못할 확률이 높듯이 옆집 아이에게 좋은 약이 내 아이에게 꼭 맞을 거란 보장은 없다. 서울대 공대 출신 한의사로 수험생들의 건강관리에 매진하고 있는 ‘두청위편한의원’의 김도환 원장을 만나 막판 수험생 건강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총명탕 먹이면 성적이 오를까요?
김도환 원장: 이 시기에 수험생들이 많이 먹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총명탕이죠. 총명탕은 백복신, 석창포, 원지로 이루어진 처방입니다. 뇌에 쌓인 찌꺼기를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약재들로 머리를 맑게 해주는 역할을 하죠. 문제는 많은 수험생들이 진맥이나 문진 없이 총명탕을 먹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뇌에 청소할 찌꺼기가 별로 없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이럴 경우 총명탕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은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먹어야 온전한 기능을 하게 됩니다
영양제나 보양식을 먹이면 도움이 되나요?
김도환 원장: 총명탕만큼 수험생들이 많이 먹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영양제와 보양식입니다. 좋은 음식으로 원기를 회복시켜 주고픈 엄마의 마음은 정말 간절하죠. 하지만 자녀의 ‘장’이 좋지 않다면 백약이 무효일 수 있습니다. 혹시 자녀가 잦은 복통이나 변비, 설사로 고생하고 있지 않나요? 대부분은 수험생들이 이 시기부터 소화기 질환을 호소하거든요. 만약 이런 상태라면 좋은 음식을 줘도 흡수하지 못하게 됩니다.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영양제 또한 몸이 음식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기, 현미밥, 견과류 등 수험생에게 좋다는 것 위주로 식단을 짜면 좋을까요?
김도환 원장: 수험생의 위장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일 겁니다. 이런 음식은 영양은 풍부하지만 ‘위장’에 부담이 크거든요. 고기나 현미, 견과류 등은 모두 많이 씹어야 하는 음식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많이 씹지 않고 위장으로 내려보내죠. 그러면 위장이 이 대신 일을 해서 죽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위장이 약한 아이들은 이런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힘들어 합니다. 위가 약한 경우는 고영양의 음식보다는 죽이나, 누룽지, 진밥 위주로 조금씩 자주 먹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약한 위를 방치하면 소화시키는데 에너지를 다 쓰게 되기 때문에 뇌 기능이나 면역력이 약해집니다. 반대로 위가 건강해지면 에너지가 뇌와 면역계로 전달되어 집중력과 면역력이 높아집니다.
아이가 쉽게 피로감을 느낍니다. 보약을 먹여야 할까요?
김도환 원장: 공부를 많이 하면 당연히 피곤해지죠. 피로를 회복하는 건 ‘간’입니다. 간이 깨끗한 피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거든요. 그런데 간이 기능을 하지 못하면 뇌나 근육으로 가는 피가 탁해지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럴 경우 무턱대고 보약을 먹이기보다는 간의 기능을 돕는 한약을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홍삼이나 인삼이 좋은 약재인 건 분명하지만 누구에게나 좋은 건 아니거든요. 원격진단을 통해서라도 정확한 수험생의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는다면 효과를 빠르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수능을 망칠까봐 벌써부터 긴장하고 초조해합니다.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김도환 원장: 얼마나 걱정이 되면 그럴까요. 예민하고 소심한 아이들의 경우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한의학적으로 ‘심장’이 약한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심장이 약해지면 뇌에 연료인 피를 충분히 공급해 주지 못하게 되죠. 이런 경우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뇌를 맑게 해 준다는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심장 기능을 강화시켜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