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모두 유복한 성장배경을 가졌지만 상반된 성격과 스타일, 정반대의 이념과 정책으로 맞대결하기 시작, 이미 양분된 미국을 더욱 분열시키며 미국 유권자들에게 양자택일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배경만 유사=부자 대통령을 배출한 부시 가문의 주니어 부시나 외교관 아버지를 둔 케리는 모두 남부럽지 않게 유복한 성장배경에서 자라난 특권을 누렸다.
명문가 집안 자제들이 다니는 유명 사립학교와 아이비 리그의 예일대학(케리가 2년 선배)을 나왔다.
그러나 두사람의 성격과 스타일은 판이하다.
부시는 가문의 터전이었던 동부 코네티컷에서 태어났지만 3세때 석유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텍사스로 옮긴 아버지 부시를 따라 남부로 이주하면서 동부 엘리트이기를 거부하고 촌스럽고 투박한 ‘텍산’(Texan·텍사스 사람)이기를 고수해왔다.
아버지 부시의 엘리트 코스에 반항이라도 하듯 아들 부시는 학창시절은 물론 젊은 시절 내내 공부나 공직 야망보다는 스포츠와 음주, 여자친구 사귀기에 열중한 사고뭉치였다가 마흔이 되서야 금주를 선언하고 정신을 차린 개과천선형이다.
반면 케리는 그야말로 모범생 생활을 거쳐 엘리트 코스를 충실히 밟아온 동부의 전형적인 엘리트이지만 베트남전쟁 시절 자원입대해 참전하고 반전운동가로 유명해져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에는 보통사람들을 위해 싸워온 투사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부시보다 2년앞서 예일대학을 나온 케리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고뇌하는 지식인답게 전장터에 직접 뛰어든 전쟁영웅인 반면 부시는 텍사스 주방위군으로 입대, 전장터를 피했을 뿐 아니라 수년간 그의 방위군 복무를 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병풍의혹을 사고 있다.
◆정치스타일 정반대=부시는 단순한 것을 좋아하며 직설적으로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반면 케리는 주도면밀하고 사례깊게 생각해 보고 행동하며 입장을 발표해왔다.
부시의 정치스타일은 텍사스주지사와 대통령 임기초반 상대편도 내 친구를 만들 수 있다며 친화력을 과시했던 데 비해 케리는 4선, 24년째 연방상원의원을 지내왔으나 동료들과 사적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고독한 엘리트로 꼽힌다.
부시는 대통령은 큰 흐름, 줄기만 잡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자리로 간주하고 세부사항은 거의 참모들에게 의존하는 통치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케리는 보좌관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세부내용까지 꼼꼼히 챙기면서 해박한 지식을 과시 하고 있다.
부시는 집권 3년동안 세금감면, 교육정책등과 관련해 민주당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을 무조건 내걸고 여론몰이를 한 다음 상대편에서 1~2명을 끌어들여 대세를 잡은 것으로 떠들고 마지막 순간 표결에선 한발 후퇴, 성사시키고서는 자신의 업적으로 끝까지 자랑해왔다.
하지만 케리는 그의 박식함에 비해선 그의 이름이 달린 법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입법활동을 주도하지는 못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상대 스타일 서로 공격=두사람의 이같은 상반된 성격과 스타일은 백악관 주인자리를 놓고 겨루는 현재의 대선전에서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핵심 무기로 반영되고 있다.
케리는 전쟁과 외교안보정책과 관련, 부시가 “내편이 아니면 적이다”라는 단순 이분법으로 모든 것을 재단, 미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갔으며 동맹국들까지 포함, 전세계로부터 반감을 샀다고 공격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 해법을 놓고도 부시는 6자회담, 외교적 해결을 내걸고는 있지만 김정일을 혐오한다는 말까지 자제하지 않고 직접대좌를 거부해온 반면 케리는 협상엔 상대방이 있으므로 직접 대화해 줄 것은 주고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케리는 국내정책에서도 부시는 과거 온정적인 보수주의라는 온건파에서 벗어나 극단적인 극우보수주의자로 변신, 미국을 분열시켜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분열주의자로 공격하고 있다.
케리는 기본적으로 세상만사에는 양면성이 있으며 특히 복잡다단한 현대에선 흑백논리로만 구별해선 결코 안되며 상대도 존중하며 조화를 이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시는 케리의 이런 성격과 스타일을 핵심 공격무기로 삼아 맞받아치고 있다. 부시는 “케리는 오래동안 워싱턴 정치인으로 생활하면서 모든 이슈에 두가지 입장을 보여 왔다”며 이른바 양다리 정치인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부시 진영은 케리의 상원의원 성적표를 끄집어내 모든 이슈에 두가지 입장을 보이며 표결한 우유부단한 엘리트주의자로 몰아가고 있다.
부시 진영은 케리 후보가 걸프전쟁에는 반대했고 이라크 전쟁결의안에는 찬성했으면서도 전후 복구예산안에는 반대표를 던져 일관성이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나자 자기논리로 변명만 하는 전형적인 워싱턴 정치인으로 몰고 있다.
부시 진영은 더욱이 케리 후보가 상원의원 15년동안 워싱턴 로비스트들로부터 6400만달러를 받아 어느 상원의원보다 로비자금을 가장 많이 받고서도 투사인양 행동하는 위선의 정치인이라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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