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측 - "우리도 어엿한 한국의 노동자"

불법체류는 정부 묵인아래 양산 단속으로 악순환 반복할 우려

지역내일 2004-02-27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인해 사업장에서 일어난 변화를 설명해 달라.
고용허가제가 발표되자 많은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를 해고했다. 이들은 갈 데가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불법취업자가 되었다. 나만 해도 어느 날 사장이 불러서 단속이 나올 듯하니 잠시 쉬라고 했다. 그래서 집에 갔는데 이후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것이 마지막 직장이 되었다.
다음으로 임금이 대폭 깎였다. 어떤 외국인 부부는 둘이 150만원 가량을 받아 월세를 얻어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데, 고용허가제 발표 직후 월급이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 지금까지 실시되고 있는 산업연수생 제도와 차이가 있다면.
이주노동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중이며 앞으로도 선진국이나 개발중인 국가들에서 이들의 노동력이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각국이 이들 문제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인권 유린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이전의 산업연수생제는 그야말로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생각하는 경우였다면, 고용허가제는 형식적으로만 개선했을 뿐, 문제를 은폐하고 심화시켰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조치라고 하는데.
형식적으로는 많은 권리가 주어져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계속 근로 여부를 고용주가 결정하는 것이 문제다.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은 임금과 근무여건이 지나치게 열악하다. 예를 들어 초과근로가 일상화되어 있으면서도 수당을 받을 수가 없고 회사에서 쫓겨나면 추방당해야 한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산업연수생을 고용할 때 기업이 부담하던 월 19만5천원의 관리 및 숙박비가 줄고, 대신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주노동자가 사용자의 부당행위에 항의할 수 있겠나.

- 불법체류자가 한국의 노동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데.
정부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시행되는 동안 외국인근로자가 노사분규를 일으킨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것은 외국인근로자들이 오직 열심히 일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가 잘 살기를 원할 뿐, 탈법이나 불법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일하기 싫어하는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므로 내국인들과 마찰을 일으킬 여지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잘못된 합법화 조치로 인해 불법체류자가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양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지금과 같은 단속으로 불법체류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1990년대에 이주근로자가 대거 들어와서 눌러앉을 때만 해도 한국 정부는 이들을 방치했다. 그러자 밀입국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불법체류자들이 늘어났고 산업연수생들도 숨어서 일할 수가 있어 나가려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2000년대로 이어지면서 이주노동자는 한국정부가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다. 정부는 외국인력이 40만명이라 말하지만 중소영세기업으로 가면 어디서나 외국인을 볼 수 있어 실제로는 7~80만명 선은 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고용주들이 단속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불법체류자는 일시적으로 줄어도 다시 늘어날 것이다.

- 공급과잉이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는.
아직도 인력송출을 담당하는 브로커들이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우리 네팔인들만 보아도 올해 5000명 가량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민간공급업체인 KFSB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서 미리 돈을 받고 대기시켜놓은 상태라고 한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여전히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장에 가보면 100만원 받고 일하던 외국인을 그만두게 하고 대신 40만원을 주고 연수생을 들여온다. 그러면 한국에 오기 위해 이미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을 지불한 연수생들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잠적해서 다른 일자리를 찾게 된다. 더욱이 한국 정부 자신이 공급과잉을 유도하고 있음을 고용주들에게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중이다.

- 농성 참가자들이 요구하는 합법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먼저 우리가 한국 경제를 위해 산업현장에서도 가장 어려운 곳에서 묵묵히 일해 왔음을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새로운 사람을 들여오기 위해 우리를 무작정 내쫓는 일은 순서가 잘못 된 것이다. 그래도 내보내겠다면 다시 들어와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이 땅에서 여러 해를 일해 왔다. 막연히 ‘국가간 협정이 체결되면 노력하겠다’는 답을 듣고 나갈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한국사회는 점차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것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점차 젊은 인력이 줄고 또 그들이 보수나 대우가 나쁜 직장을 기피하므로 이주노동력의 필요성이 증대하기 마련이다.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를 경제발전에 투입하려면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합리적인 이유라면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카지만 가봉(Kaji Man Khapung, 네팔 공동체 대표)


김선태·백만호 기자 / k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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