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이라크 파병, 끝나지 않은 ‘충격과 공포’(안병찬 2004.03.19)

지역내일 2004-03-19 (수정 2004-03-19 오전 10:36:17)
이라크 파병, 끝나지 않은 ‘충격과 공포’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이라크 침공 1주년. 검은 먹구름이 끼어있다. 명분 잃은 전쟁, 잘못된 전쟁이라는 사실, 그리고 ‘충격과 공포’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한국이 4월 말 파병을 앞두고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라크 전지로 향하는 자이툰 사단은 온갖 위험과 나쁜 조건에 노출되어 있다. 돌이켜 보면 여당과 야당이 어떻게 이라크 파병에 동조했는지 불가사의하다. 탄핵정국이 보여주는 황야의 막다른 대결과 비교하면 천양지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라크 전쟁은 세 가지 측면의 전기를 맞고 있다. 첫째 유럽과 미국, 참전파와 반전파 간의 세력 균형에 변화가 일어난 점이다. “유럽인은 미국인을 ‘서부 목동’(카우보이)이라고 한다. 미국이 국제 보안관을 자처하는 것은 사실이다. 무법 천지에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때로 깡패에게 총구를 겨눈들 어떻다는 말인가.” 미국 신보수주의(네오콘) 이론가인 로버트 케이건이 미국의 근육질 논리(이라크 침공)를 옹호한 글이다.
카네기재단의 ‘미국 지도력 프로젝트’ 책임자인 그는 작년에 쓴 저서 ‘힘이냐 낙원이냐’에서 세계 신질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을 ‘명쾌하게’ 요약하고 있다. 그는 이른바 ‘민주 서방 진영’이 근육질을 바탕으로 한 현실주의 아메리카와 지성과 다변주의를 신봉하는 이상주의 유럽으로 양분되었다고 분석하면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옹호했다.
부시 정권의 패권주의자들 눈에는 황야의 서부에서 유럽은 술집주인(살룬키퍼)에 해당한다. 깡패(사담 후세인)의 총질 표적이 되는 것은 보안관이지 술집주인이 아니다. 술집주인의 입장에서는 보안관이 힘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행위가 무법자보다 더 큰 위협이 된다.

‘술집 주인’ 유럽 ‘카우보이’ 미국의 균열 증상
적어도 무법자는 술 한잔을 마시려는 술집 고객일터이므로 총싸움이 벌어지면 객장은 난장판이 되고 결딴나는 것은 술집뿐이다.
바그다드 중심부 호텔에서 또 다시 자살 폭탄이 터져 6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 영국의 데일리 밀러 신문 외신부장은 이번 바그다드 자살 폭탄 공격을 ‘지옥도’로 표현했다. 심상치 않은 것은 스페인 국민이 총선에서 집권 국민당 아스나르 총리를 심판하고 이라크 파병을 비판한 사회노동당 사파테로 당수에게 승리를 안겨 준 상황의 반전이다. 아스나르는 늙은 말 로시난테에 올라 풍차를 향해 맹목 돌진하는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의 기상으로 미국 침략전쟁에 가담했다가 알 카에다(추정)의 마드리드 열차 폭파 반격으로 실권했다. 이는 ‘민주 서방 진영’의 연대를 촉구한 카우보이론에도 찬물을 끼얹는 선거 결과이다.
유럽 반전파의 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부시 독트린에 드리운 퇴색의 그늘이다. 개전 사유였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를 아무데서도 발견하지 못해 침공은 정당성을 잃었다. 미국의 잘못된 전쟁, 실패한 점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미국 안에서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점점 음량을 키우고 있다.
헝가리 출신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저서 ‘미국 패권주의의 거품’에서 이라크 침공은 부시 정부 내의 극단주의자들(네오콘)이 빚어낸 미국 패권주의의 이상열기 산물로서 주식 시장의 덧없는 거품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 달 초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씨 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거의 6명이 차기 대통령에게 부시와는 다른 노선을 취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지금 부시에게 후세인 타도는 축배가 아니라 독배가 될 지도 모른다. 특히 부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550명을 넘긴 사망자, 3200명 가까운 부상자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서울 지휘부가 키르쿠크 주둔 자이툰 부대와 ‘화상 작전회의’를 열 수 있도록 미국 텔스타 위성을 이용한 정보통신 원격 지휘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명 손실 방지 전략이다.

‘자이툰부대’ 평화 심어야 인명 희생 막는다
파병 장병 중에서는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군과 다국적군의 희생 비율(0.6%)은 감안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온다. 3600명의 주둔 병력이라면 한해 21.6명이라는 계산이라고 한다. 굳이 베트남 참전 경험을 되돌아본다면, 휴전을 앞둔 북베트남군의 춘계대공세 때 한국군 맹호사단이 치른 안케 혈전이 있다. 한국군은 2주간의 악전고투 끝에 미군의 융단폭격 지원 아래 반격했다. 당시 사단 야전 병원에서 손발이 절단된 부상병의 참상은 뇌리에 생생하다.
레바논의 베이루트 전쟁 때인 83년 팔레스타인 자살 특공대가 평화유지군으로 선착한 미국 해병대 사령부를 폭탄 트럭으로 폭파해 240여명이 떼죽음을 당한 일도 상기해야한다. 수많은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키르쿠크에서 한국군이 유념해야 할 점은 미군과 차별화하여 민사작전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평화의 씨를 뿌리는 일이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