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국회의 승인을 얻은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이 상황급변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스페인 열차폭탄테러가 전세계로 확산될 위험이 커진데다 이라크 내부의 치안상황마저 악화되자 “한국군의 추가파병 자체가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6일 미국측과의 협의를 통해 파병 한국군(자이툰부대)의 주둔 예정지를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를 포함한 타밈주에서 제3의 안전한 지역으로 변경키로 합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9일 “키르쿠크의 치안상황이 최근 급격히 나빠진 점을 고려해 파병지역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남부 지역으로 옮기기로 미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7일부터 순차적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자이툰부대의 파병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파병일정도 애초 계획보다 한달 이상 늦어진 총선 이후가 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파병지역 변경은 한국군이 평화재건 임무를 맡는다는 기본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주둔지 변경에도 불구하고 미측은 조기파병을 바라고 있어 15일 내로 지역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파병결정 자체는 재검토 대상이 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라크 정세 등 상황 자체가 파병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시점과는 크게 바뀌었다”며 “파병결정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19일 “전쟁이 끝났기에 한국군은 전투가 아닌 평화재건을 위해 가는 것이란 파병논리는 개전 1주년을 맞이한 이라크 상황을 볼때 설득력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서재정 미 코넬대 교수는 “참전국이자 파병국인 스페인도 병력철수로 돌아서는 등 상황이 한미간 파병합의가 이뤄진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파병철회가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90%에 달하는 국민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병을 강행했으나 약 200명이 목숨을 잃은데다 ‘보복성 테러’의 후폭풍이 겹쳐 결국 집권당이 총선에서 참패했다.
스페인 열차테러에 이어 알 카에다가 일본 호주 이탈리아 등 파병 6개국을 구체적으로 겨냥해 테러 경고를 하는 정황에서 추가파병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18일 고 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라 테러종합대책을 마련했으나 이는 대증요법일 뿐 근본 치유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장희 외국어대 교수는 “유엔의 이름으로 파병하지 않는 한 점령군의 일부로 비칠 수밖에 없어 파병부대와 한국은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이라크파병반대 국민행동도 18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현 상황에서 세계 3위 규모의 파병을 강행하는 것은 재앙의 한 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정국이 해소되고 17대 국회가 구성된 이후 변화된 국제정세와 파병여건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가능해졌을 때 국민의 의사를 물어 다시 결정해야 한다”며 파병철회를 요구했다.
국민행동측은 오는 20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국제반전공동집회를 열어 파병재검토를 촉구하는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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