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인도법인, 현지인 애사심이 성공 밑거름

주재직원들 인도인 이해하려 머리 싸매 … 경영진과 현지종업원 정례 토론으로 비전 공유

지역내일 2004-03-26 (수정 2004-03-26 오전 3:32:47)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꿈에서 묘사되는 소원은 유아적인 것”임을 논증하려 했다. 현대자동차가 인도에 진출할 당시 그들은 유아적인 소원을 그렸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 소원은 더이상 유아적이지도, 꿈으로만 남지도 않게 됐다.
현대차인도법인(HMI)이 98년 하반기 첫 차 상트로를 생산한 뒤 매년 시장을 넓혀가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재원들에 따르면 인도인 종업원들의 높은 애사심이 잘 알려지지 않은 동력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현대차는 96년 인도에 현지법인으로 진출한 이래 다양한 경험을 거쳐, 99년 2월 오늘날 현지인에게 모든 권한을 이양하게 된 직접관리 체계를 확립했다.
현재 종업원 2815명 가운데 한국인 주재원 51명과 현지인 관리자 102명이 회사의 모든 업무를 자체 처리한다. 현지 주재원들에 따르면 이러한 ‘현지화’는 “인도사회와 인도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끈질긴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
기실 현지화는 현대차가 입지를 선정하는 순간부터 중시한 사항이었다. 인구 1000만을 넘는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동남부 해안에 위치한 첸나이는 인구 600만의 가난하고 무더우며 낙후된 도시였다. 경쟁업체들이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뭄바이나 델리에 본사를 두는 것이 이 때문이었다.
“어떤 회사는 자사 직원들을 고려하여 시원한 고산 지대에 사무실을 짓기도 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살기좋은 곳이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기 좋은 지역을 원했고, 첸나이가 그러했습니다.” 김재일 인도법인장의 설명이다.

낙후한 첸나이에 입주, 가격우위 확보
첸나이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운송비나 토지 임대료 등이 훨씬 저렴하고 노동인력도 풍부하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고 생산 단가가 낮은 곳이라는 것.
이러한 선택은 후에 현대차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게 해주었다.
정작 현대차 주재원들이 부딪힌 문제는 인도인들의 특성이었다. 초기에 인도인 종업원들은 시쳇말로 결근을 밥 먹듯 했고 시간 개념이 없어 약속을 지키지 않기 일쑤였다.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채식을 위주로 하는 탓에 체질적으로 허약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들은 종종 배타적인 성향을 띠었고, 정서적으로 매우 여려서 사소한 질책에도 회사를 그만둘 정도였다. 인도사회에 여전히 뿌리 깊은 신분제도와 아열대 기후의 농경사회에서 오는 체질적 특성에서 비롯된 특징임을 알자, 일방적으로 변화를 요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때문에 초기 주재원들은 업무가 끝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인도 사회를 연구하느라 밤을 지샐 정도였다. 그러면서 점차 이들의 장점을 끌어내는 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약속을 강조하는 대신 명확한 상벌 규정을 두고 업무 내역을 지속적으로 교육했으며, 신분과 무관하게 공정한 대우를 하며 정서적으로 배려하기 위해 다양한 방침을 세웠다. 예를 들어 주재원들은 인도인 직원에게 큰 소리로 고함을 치지 않는다.

문화적 일체감으로 인도인 사로잡아
인사 담당 부사장 라메쉬(G. S. Ramesh)는 이러한 광경을 창립 당시부터 지켜본 증인. 그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것은 우리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도요타자동차가 처음 들어와 실패한 데는 현지인에 대한 차별대우가 크게 작용했다. 현대자동차 주재원들에게서 받은 첫 인상 중의 하나는 우월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는 카스트 제도로 보면 하층계급 출신의 상사가 상층 계급 출신의 부하 직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도인들을 이해하면서 관리 체계도 안정화되었다. 지금 인도법인에서는 매월 경영진이 팀리더에게 경영 상황을 직접 설명하고 토론을 진행한다. 생산부문에서는 팀 리더 전원이 인도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례 회의가 일상화되자 이들이 전체 종업원에게 회사의 방침을 즉각 전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도인을 존중하는 문화는 차량 생산 방식도 바꾸었다. 인도에 먼저 진출한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현지에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대신, 일명 ‘아시안 카’라고 불리는 구식모델을 들여왔다. 하지만 현대차는 처음부터 현지에서 생산한 모델을 출시했고, 이것이 인도인들의 환대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종복 자재부문 이사는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상트로가 발표되었을 때 어떤 인도인 고객이 터번을 쓰고 차를 탈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북부지방 사람들이 체구가 크고 터번을 쓰는 점을 감안해 상트로의 차고를 높였기 때문이다.”
인도인은 평균 소득수준이 낮지만 원자력·의학·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여러 방면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인도의 경제규모는 지난해 국내총생산과 구매력 기준으로 각각 세계 12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어, 문화적 유대가 지니는 중요성은 갈수록 강해질 전망이다.
현대차인도법인은 아마 인도인들과 문화적 일체감을 이루는 데 성공한 거의 최초의 외국자동차 회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메이커가 즐비한 인도에서 현대자동차인도법인은 세그먼트별로 선보이는 차마다 초강세를 보여 왔다. 그런 가운데 21일(현지시간) 정몽구 회장이 인도를 방문, 이 회사를 현대자동차 세계 수출의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인도에서 이 회사는 더이상 꿈꾸는 유아가 아닌, 현실의 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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