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핵폭풍 민주당 아성 지역을 둘러봤더니
마지막 보루 정균환·강운태·이낙연 ‘너마저’ … 결과 장담 힘들어
지역내일
2004-03-26
(수정 2004-03-26 오전 7:19:06)
“인자 민주당은 틀려부렀어, 그래도 대통령인디.” “그래도 민주당이제 먼(무슨) 소리여.” “이놈도 안되고 저놈도(이당 저당)도 아니랑께.”
25일 광주 남구 구동 광주공원. 탄핵정국 이후 삭발단식중인 민주당 후보들을 앞에 두고, 노인 50여명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이 가만히 듣고 있는 가운데 대여섯명이 목소리를 높였고, 심지어 멱살잡이 직전까지 치닫기를 거듭했다.
탄핵 정국 이후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호남 유권자들이 탄핵안 가결 이후 민주당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지표상 온도와 실제체감 온도는 다르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정말 그런지 궁금했다. 그래서 탄핵정국 전까지만 해도 ‘난공불락’지로 꼽히던 광주의 남구(강운태 의원)와 전남의 함평-영광(이낙연 의원) 전북 부안(정균환 의원) 3곳을 가봤다.
◆ “강운태 일은 잘한다고 하는디…”
이날 오전 광주시 남구 삭발 농성장(광주공원) 앞 작은 가게 주인은 “그쪽(열린우리당)으로 많이 갔습디다. 이야기를 들어본께”라며 최근 달라진 광주민심을 전했다. 남구에서 만난 사람들 상당수가 비슷한 반응이었다.
오후 양림동 미용실에서 만난 황 모(여·36·양림동)씨는 “강운태 의원은 일은 잘한다고 소문이 났는데 탄핵 때문에 이번에 힘들 것”이라며 “(남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누가 출마한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밀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미용실의 원장인 박 모(여·41·양림동)씨도 “다른 손님들도 대부분 그러대요. (강 의원은)당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 모두 지난 총선에서는 당시 무소속 주자였던 강 의원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봉선동에서 건강식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씨(여·57·봉선동)는 “우리집 식구가 일곱명인디 TV를 보면서 현역 의원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데 동의했지라”라고 탄핵가결 이후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택시를 운전하는 김 모(남·43·남구)씨는 “남구는 젊은 층이 많지라. 지난번 강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 됐지 않았소. 아파트 겁나게 많고, 젊은 층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0년째 방림동에서만 거주하고 있다는 김 모(남·55·도청근무)씨는 “겉으로는 열린우리당이 강세라고 하지만 속내로는 민주당이 강세일 것이요, 지켜보시오”라고 장담했다. 봉선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남 60)씨도 “(강 의원이) 기득귄이 있으니까. 조직도 있고…”라며 강 의원에게 더 무게를 뒀다.
◆ “이낙연마저 무너지면 끝장”
영광읍내에서 지역주간신문 <영광21>을 운영하는 김세환 기획실장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함평-영광 바닥도 탄핵바람이 거세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남에서도 민주당이 이길 곳은 얼마 안되어 보이는데 이낙연마저 무너지면 끝장”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분위기는 ‘탄핵 심판론’과 ‘이낙연 인물론’이 섞여나왔다.
영광에서 딸기농사일을 한다는 정 모씨(남·54)는 “딸기일 때문에 40~50명이 모여서 이야기 했지라. ‘대통령이 안됐쓴께 나는 여당 찍을라요’하는 사람이 많습디다”라고 전제한 후 “대통령이 잘못한 것도 있고 민주당도 덩달아 잘못했지만, 그 양반(이낙연)도 인물은 인물이고 좋지라”하고 사실상 이 의원 지지의사를 밝혔다,
영광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나이든 사람들은 여전히 민주당에 애정을 보내고 있지만 50대까지는 많이 기울었을 것”이라고 영광지역의 분위기를 전했다.
1인2표제가 ‘탈출구’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 의원이 지지도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인물 호감도가 좋은 만큼 ‘정당투표는 열린우리당을, 인물투표는 이 의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광에서는 방폐장 유치 문제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후보인 장 현 교수는 방폐장 유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는 반면 이 의원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광읍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김 현(50)씨는 “서민들은 피부에 와 닿는 것을 원할 것이요. (방폐장 관련 때문에) 읍내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러지라. 그래서 이 의원은 영광에서는 인기는 덜하고, 함평에서 더 인기가 있을 것이요”라고 말했다.
◆ 정균환 생환여부 관심
“이번 참에 싹 바꾸자고 헌게 그래야 될 것 같긴 헌디. 아직은 잘 모르겠소.” “아무리 근다고 나무가 뿌리 채 뽑히거야 허겄소? 바람은 바람이고 사람은 사람인 것이지.”
정치권 전체가 탄핵정국의 후폭풍 영향권에 들면서 17대 총선을 앞둔 전북 고창-부안 주민들의 심사는 ‘복잡’ 했다. 대통령 탄핵에 앞장 선 민주당과 방폐장 찬성입장을 갖고 있던 열린우리당이 공천한 후보, 방폐장 반대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무소속 후보 등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은 탓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5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정균환 의원의 정치적 생환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 탄핵 의결이 있던 3월12일 이전까지 지역 정가에서는 ‘다른 곳은 몰라도 정균환은 귀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탄핵효과에 힘입은 열린우리당 지지율 급등 현상이 예외 없이 나타났다. 지난 16~17일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균환 의원은 “비이성적인 탄핵효과의 거품이 걷히면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애정이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춘진 후보는 “바꿔야 한다는 민심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며 “탄핵효과가 아니어도 새로운 인물에 대한 주민의 요구가 높은 만큼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의견은 더 분분했다.
이재선(56. 부안읍 서외리)씨는 “아무리 그래도 7개월 동안 힘들게 한 당을 찍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형진(35·변산면)씨는 “원전센터 문제를 수수방관 했던 정치권 전체에 책임이 있다”며 “기성 정당으로는 안되고 우리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무소속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모(37·고창읍 읍내리)씨는 “40대 이하는 열린우리당 찍어줘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50대 이상은 그래도 민주당이 낫다는 분위기”라며 “열린우리당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임강택(40·고창군 흥덕면)씨는 “이번에는 무조건 바꿔야 한다”며 “정상에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예롭게 내려올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당의 관계자들은 이처럼 복잡한 주민들의 심사를 꿰뚫을 묘안 찾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인구수가 비슷한 고창(정균환)-부안(김춘진)으로 나눠진 지역구, 탄핵역풍을 맞고 있지만 당조직이 건재한 민주당, 반사이익을 챙겼으나 당 조직이 분열된 열린우리당, 무소속 등 후보군의 난립 등 예단하기 어려운 조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안-고창을 민주당 회생의 근원지로 만들겠다’는 정균환 의원의 호기가 탄핵역풍의 반사이익을 챙긴 열린우리당과 무소속 후보군의 거센 도전을 뚫고 빛을 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광주·함평·영광 양성현 홍범택 방국진 기자shyang@naeil.com
부안·고창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영광21>
25일 광주 남구 구동 광주공원. 탄핵정국 이후 삭발단식중인 민주당 후보들을 앞에 두고, 노인 50여명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이 가만히 듣고 있는 가운데 대여섯명이 목소리를 높였고, 심지어 멱살잡이 직전까지 치닫기를 거듭했다.
탄핵 정국 이후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호남 유권자들이 탄핵안 가결 이후 민주당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지표상 온도와 실제체감 온도는 다르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정말 그런지 궁금했다. 그래서 탄핵정국 전까지만 해도 ‘난공불락’지로 꼽히던 광주의 남구(강운태 의원)와 전남의 함평-영광(이낙연 의원) 전북 부안(정균환 의원) 3곳을 가봤다.
◆ “강운태 일은 잘한다고 하는디…”
이날 오전 광주시 남구 삭발 농성장(광주공원) 앞 작은 가게 주인은 “그쪽(열린우리당)으로 많이 갔습디다. 이야기를 들어본께”라며 최근 달라진 광주민심을 전했다. 남구에서 만난 사람들 상당수가 비슷한 반응이었다.
오후 양림동 미용실에서 만난 황 모(여·36·양림동)씨는 “강운태 의원은 일은 잘한다고 소문이 났는데 탄핵 때문에 이번에 힘들 것”이라며 “(남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누가 출마한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밀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미용실의 원장인 박 모(여·41·양림동)씨도 “다른 손님들도 대부분 그러대요. (강 의원은)당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 모두 지난 총선에서는 당시 무소속 주자였던 강 의원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봉선동에서 건강식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씨(여·57·봉선동)는 “우리집 식구가 일곱명인디 TV를 보면서 현역 의원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데 동의했지라”라고 탄핵가결 이후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택시를 운전하는 김 모(남·43·남구)씨는 “남구는 젊은 층이 많지라. 지난번 강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 됐지 않았소. 아파트 겁나게 많고, 젊은 층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0년째 방림동에서만 거주하고 있다는 김 모(남·55·도청근무)씨는 “겉으로는 열린우리당이 강세라고 하지만 속내로는 민주당이 강세일 것이요, 지켜보시오”라고 장담했다. 봉선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남 60)씨도 “(강 의원이) 기득귄이 있으니까. 조직도 있고…”라며 강 의원에게 더 무게를 뒀다.
◆ “이낙연마저 무너지면 끝장”
영광읍내에서 지역주간신문 <영광21>을 운영하는 김세환 기획실장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함평-영광 바닥도 탄핵바람이 거세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남에서도 민주당이 이길 곳은 얼마 안되어 보이는데 이낙연마저 무너지면 끝장”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분위기는 ‘탄핵 심판론’과 ‘이낙연 인물론’이 섞여나왔다.
영광에서 딸기농사일을 한다는 정 모씨(남·54)는 “딸기일 때문에 40~50명이 모여서 이야기 했지라. ‘대통령이 안됐쓴께 나는 여당 찍을라요’하는 사람이 많습디다”라고 전제한 후 “대통령이 잘못한 것도 있고 민주당도 덩달아 잘못했지만, 그 양반(이낙연)도 인물은 인물이고 좋지라”하고 사실상 이 의원 지지의사를 밝혔다,
영광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나이든 사람들은 여전히 민주당에 애정을 보내고 있지만 50대까지는 많이 기울었을 것”이라고 영광지역의 분위기를 전했다.
1인2표제가 ‘탈출구’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 의원이 지지도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인물 호감도가 좋은 만큼 ‘정당투표는 열린우리당을, 인물투표는 이 의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광에서는 방폐장 유치 문제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후보인 장 현 교수는 방폐장 유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는 반면 이 의원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광읍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김 현(50)씨는 “서민들은 피부에 와 닿는 것을 원할 것이요. (방폐장 관련 때문에) 읍내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러지라. 그래서 이 의원은 영광에서는 인기는 덜하고, 함평에서 더 인기가 있을 것이요”라고 말했다.
◆ 정균환 생환여부 관심
“이번 참에 싹 바꾸자고 헌게 그래야 될 것 같긴 헌디. 아직은 잘 모르겠소.” “아무리 근다고 나무가 뿌리 채 뽑히거야 허겄소? 바람은 바람이고 사람은 사람인 것이지.”
정치권 전체가 탄핵정국의 후폭풍 영향권에 들면서 17대 총선을 앞둔 전북 고창-부안 주민들의 심사는 ‘복잡’ 했다. 대통령 탄핵에 앞장 선 민주당과 방폐장 찬성입장을 갖고 있던 열린우리당이 공천한 후보, 방폐장 반대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무소속 후보 등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은 탓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5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정균환 의원의 정치적 생환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 탄핵 의결이 있던 3월12일 이전까지 지역 정가에서는 ‘다른 곳은 몰라도 정균환은 귀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탄핵효과에 힘입은 열린우리당 지지율 급등 현상이 예외 없이 나타났다. 지난 16~17일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균환 의원은 “비이성적인 탄핵효과의 거품이 걷히면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애정이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춘진 후보는 “바꿔야 한다는 민심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며 “탄핵효과가 아니어도 새로운 인물에 대한 주민의 요구가 높은 만큼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의견은 더 분분했다.
이재선(56. 부안읍 서외리)씨는 “아무리 그래도 7개월 동안 힘들게 한 당을 찍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형진(35·변산면)씨는 “원전센터 문제를 수수방관 했던 정치권 전체에 책임이 있다”며 “기성 정당으로는 안되고 우리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무소속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모(37·고창읍 읍내리)씨는 “40대 이하는 열린우리당 찍어줘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50대 이상은 그래도 민주당이 낫다는 분위기”라며 “열린우리당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임강택(40·고창군 흥덕면)씨는 “이번에는 무조건 바꿔야 한다”며 “정상에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예롭게 내려올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당의 관계자들은 이처럼 복잡한 주민들의 심사를 꿰뚫을 묘안 찾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인구수가 비슷한 고창(정균환)-부안(김춘진)으로 나눠진 지역구, 탄핵역풍을 맞고 있지만 당조직이 건재한 민주당, 반사이익을 챙겼으나 당 조직이 분열된 열린우리당, 무소속 등 후보군의 난립 등 예단하기 어려운 조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안-고창을 민주당 회생의 근원지로 만들겠다’는 정균환 의원의 호기가 탄핵역풍의 반사이익을 챙긴 열린우리당과 무소속 후보군의 거센 도전을 뚫고 빛을 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광주·함평·영광 양성현 홍범택 방국진 기자shyang@naeil.com
부안·고창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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