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반대 촛불집회 무엇을 남겼나

가족축제· 민주주의 교육장 역할

지역내일 2004-03-29 (수정 2004-03-29 오후 12:02:57)
3월 27일 마지막 촛불집회. 지난 20일 집회에 비해 참가자는 많이 줄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활기찼다.
아스팔트 여기저기 가족끼리 자리를 깔고 모여 앉아 김밥을 먹거나, 기념촬영을 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풍선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젊은 부부는 나란히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이들은 집회에 참석한다기보다 소풍이라도 나온듯한 표정이었다.

◆가족, 축제, 놀이= “어른들끼리만 하는 행사가 아니죠. 아이들과 함께 가족 전체를 위한 민주주의 축제죠. 애들 아빠는 조금 있다가 올 거예요. 월드컵 때도 우리는 이렇게 가족 모두 함께 했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김은정(여·39)씨는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촛불집회에 아이들과 함께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 84학번이라는 김씨는 집회 진행자의 유도에 따라 아이들과 함께 ‘탄핵반대’카드를 흔들거나 노래를 불렀다.
김씨 가족처럼 집회참가자 중 상당수가 가족단위로 참가했다. 그들은 촛불집회를 가족나들이처럼 여기고 가족행사로 생각했다. 주최측도 가족 단위 참가자들을 위해 집회를 토요일 오후로 잡았다.
집회 분위기는 과거 집회처럼 비장함이나 전투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경찰에 대해 위협을 느끼거나 적의를 갖고 있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축제로 이해하고 있었다.
두 아이와 함께 나온 박일문(남·39)씨는 “군사정권 때에는 시위가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지만 월드컵을 지나면서 부드러워진 것 같다”며 “돌 던질 사람도 없고, 경찰에 항의할 일도 없어 집회가 무섭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주의’그리고 역사= 촛불집회는 수만명이 참가한 거대한 민주주의 교육장이었다. 참가자들은 ‘민주주의’를 주제로 토론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아이와 아내, 모친 등 가족 5명이 모두 참석한 윤정원(35·군무원)씨는 “아이들이 지금은 어리지만 기억 속에 지금 경험이 어렴풋하게라도 남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자라 지금 이 상황을 물으면 아버지와 네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고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참여한 김태훈(남·13)군은 “엄마가 대통령 탄핵에 대해 설명해주며 집회에 참여하자고 해 동의했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3번째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김한결(남·12)군은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민주주의란 정치인들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촛불집회의 이런 모습에 대해 성공회대 조희연(사회학) 교수는 “이들에겐 자신들이 80년대에 느꼈던 감동을 가족들도 함께 공감하고 싶은 욕구, 다음 세대에도 이것을 전하겠다는 전승욕구가 있다”며 “부인과 자녀가 민주주의를 이슈로 대화하면서 가족 전체가 민주적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과) 교수는 “민주화운동세대는 과격한 집회를 경험했던 사람들이고 이제 그들이 가족과 함께 촛불시위에 참여한다”며 “그들은 민주주의는 스스로 참여해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자녀들에게 자신이 살았던 사회와 다른 사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심리가 발동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원택 김장환 기자
2004년 3월 29일자·8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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