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번용_수정요)

지역내일 2004-03-01
◆ 정치신인 싹 자르고 경제논리 막아=
만연한 정경유착은 ‘비리’를 당연한 일로 여기는 사회풍토를 낳았다. 사법부도 비리 사범에 대해 관대한 처벌로 재범의 씨앗을 만들었다.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대표적이다. 91년부터 97년까지 정 회장은 모두 3번이나 구속됐지만 각각 집행유예와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95년과 2002년 각각 김영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정 회장과 관련 정치인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시켜 전과도 없애줬다.
야당 대표와 대통령 모두가 밝혔듯 법정 선거비용보다 훨씬 많은 액수가 뿌려지는 고비용정치구조는 정경유착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만든다. 각종 법률 심사와 예산배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방식으로 정치·행정활동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공적자금이 투여된 기업조차 정치자금을 제공하다 적발된 사례에 국민들은 ‘세금으로 뇌물준다’고 탄식했다.
고비용 정치구조는 ‘돈 많이 쓰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정치양태를 낳았다. 돈 긁어모은 데 유능한 구태정치인이 금뺏지를 대물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한 차떼기식 자금 모으기는 정치 혐오를 낳아 우리 정치수준이 뒷걸음질치게 만든 원흉이 됐다.
손길승 SK회장이 “집권할 경우 표적사정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와 100억원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것에는 시장경제 원칙이 무너짐을 보여준다. 기업이 투자나 비용지출을 결정할 때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서는 것이다. 이 또한 경쟁력 있는 기업보다 정치권에 잘 보이는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잘못된 관행을 만들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이 “정경유착은 반기업 정서를 양산했다”고 밝힌 것은 기업들조차 반기업적이었기 때문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절반만 맞는 말이다.
‘이용호-정현준-진승현 게이트’로 이어지는 신형 벤처 비리는 IT업계의 ‘뒷배 봐주기식’ 정경유착으로 지금까지도 코스닥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의구심을 품도록 만들었다.


정경유착 이렇게 뿌리뽑는다

나만 잘 한다고 되나요

우리나라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움직임을 찾아내기는 모래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먼저 시민단체들을 떠올렸다.
총선시민연대는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낙선대상자 선정으로 17대 총선의 변화바람을 불러일으킨 지 얼마 안 됐지만 곧바로 정치 3악 추방운동본부 발족하느라 준비하고 있었다. 지역감정과 부패정치, 돈 선거를 없애려는 이 본부를 위해 오늘도 눈코 뜰 새 없이 뛰는 참여연대 김만영 간사는 그러나 목소리가 밝지만은 않다.

◆정치권 “2중 장부가 관행”=
김 간사는 정경유착이라는 것이 어느 한 쪽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우리가 나서기는 했지만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과거에도 온라인을 통한 후원금 모금 등의 자발적인 모임을 시도해봤으나 국회의원들이 소액 후원금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본부에서는 1일 회계장부 공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지만 이중장부가 당연시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상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경실련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있었다.
경실련 정책실 김용철 부장은 설문 등을 통해서 보면 국회의원 개개인들의 정치자금 개혁성향이 오히려 경실련 입장보다 더 강한데 실제로 자기 일이 되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여준다면서 정경유착은 개인이나 집단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방법이 아닌 시스템으로만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밝은 정치 여성 네트워크에서 여성 총선후보자를 지원하기 위한 후원금 모아주기 운동도 하나의 여성정치활동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염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스스로 메스를 대지 못하고 기업들은 정치인들이 돈을 요구하는 데 별수 없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각 정당에서는 검은 돈을 받지 않기 위한 내부계획마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불법정치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공통된 활동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모 의원실 보좌관은 정경유착을 끊기 위한 활동에 대해 묻는 기자를 매우 어이없는 투로 답했다. 이 보좌관은 정경유착이라는 게 단순한 활동으로 해소될 게 아니다면서 정치인들은 두 개의 회계장부를 가지고 있는데 실 회계장부를 공개하더라도 그래 너 잘났다는 소리만 듣거나 왕따로 전락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하진 않았지만 기업들도 네 탓뿐이었다. 이어 찾은 전경련에서 돌아온 대답은 정치인들이 돈을 요구하는 데 안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기업들이 특혜를 바라고 돈을 주는 관례에 대해서는 그러나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 재계 자성 부족=
정치권과 업계는 한결같이 ‘고비용정치구조’가 먼저 깨져야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재계에 손 벌리도록 만드는 원인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중인 정치자금법 개정안의 개혁성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완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중평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이 획기적이라는 건 알겠지만 강화된 법 규정에도 불구, 정치권에서 돈을 요구할 경우 재계가 뿌리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정치자금법이라는 그물코가 촘촘해지는 만큼 오히려 물밑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질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때 한나라당이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 대안으로 내놓았던 ‘법인세 1% 정치자금화’는 업계의 반발로 무위에 그쳤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 방안은 정치자금의 임의성과 자율성 훼손 가능성이 있어 찬성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준조세 성격을 가지는데다 원하지 않는 정당으로까지 정치자금을 주는 꼴이 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 전경련은 △정치자금 회계제도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고 △정치자금을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지급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반대급부를 노리고 먼저 정치자금을 제안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기업윤리위원회’ 회부 등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업계의 자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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