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출입기자 눈에 비친 박근혜

박근혜 대중들 환호, 거의 대선 분위기

지역내일 2004-04-13 (수정 2004-04-13 오후 12:00:24)
12일, 총선을 3일 앞두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경남의 격전지 몇 곳과 부산을 찾았다. 박 대표가 다니는 곳은 이미 대선 분위기였다. 몰린 군중들은 박 대표가 지원하러 온 총선 후보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박 대표 얼굴 하나만 보는 것 같았다. 도대체 차가 휙휙 다니는 길을 넘어서 박 대표에게 몰려올 정도이니 말 다한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 출입기자로서 박 대표를 수행 취재한 것이 처음인 기자로서는 박 대표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 하동·영도에서 가장 환영
박 대표가 이날 찾은 곳은 경남 하동부터 부산 동래까지 총 15군데. 가장 환영강도가 셌던 곳은 하동과 부산 영도였다.
아침 7시 비행기로 김포를 출발한 박 대표는 진주 공항에 내린 직후 바로 하동으로 향했다. 박희태 전 대표와 김두관 전장관이 맞붙고 있는 관심지역이다. 장날인데다 박 대표를 보러 온 군중으로 하동읍 파출소 앞은 장사진이었다.
위태롭게 질서가 유지되던 유세장은 박 대표가 나타나자 금방 아수라장이 됐다. 지팡이를 짚으면서 박 대표에게 뛰어나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려는 아주머니들... 덩달아 흥분한 박희태 후보가 연설을 시작했지만 “너무 예쁘다” “좋은 집안에서 좋은 인물이 나오는 기라” “손도 너무 작고 맨들맨들하네”라며 박 대표 이야기로만 가득했다.
이윽고 박 대표의 연설.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경남 도민 여러분이 한나라당 많이 사랑해주셨는데 제대로 보답을 못했습니다. 심려 끼쳐드린 점 죄송합니다. 국민여러분이 믿고 필요로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연설이 끝난 후엔 길이 뚫리지 않았다. 겨우 차에 탄 박 대표가 썬루프를 열고 일어나서 얼굴을 보여주자 군중들은 그제서야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영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오후 5시쯤 찾은 영도 유세장은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 김정길 후보 사무실 바로 앞이었지만 환영 분위기는 어느 곳보다도 거셌다.
플래카드로 환영을 나타내기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김해 왕릉앞 유세에서는 ‘대한민국의 딸, 사랑해요 박근혜’ ‘짱! 박근혜 대표’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날 박 대표는 손이 부어올라 나중에는 아무하고도 손을 잡지 못했고 파스를 붙이고 유세를 다녀야 했다.

◆ 후보들은 과거, 대표는 미래
어떻게든 박 대표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자기 지역구에 붙잡아놓으려는 후보들의 노력도 막상막하였다. 통영의 김명주 후보 참모들은 10분여밖에 안 되는 박 대표 일정이 불만스러운 듯 박 대표가 연설이 끝난 뒤 가려고 해도 10분이라도 잡고 시장을 다니게 해야 한다면서 전략을 짜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나친 ‘박정희 향수’ 부추기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거 때 단골메뉴였던 지역주의 대신에 박정희 향수를 일깨우려는 후보들의 노력이 가상할 정도였다. 반면에 박 대표는 상생의 정치와 정치개혁 등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 육 여사·박 대통령 반반씩 닮았다?
박 대표의 하루를 보면서 가장 놀란 점은 박 대표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이 박정희 대통령을 겪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중학생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카메라폰을 들이대며 한 컷이라도 더 찍기 위해 애를 태우는가 하면, 두 손을 흔들며 박근혜를 연호하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20대 청년이 있었다. 가족을 총동원해 나온 40대 정도의 사람들도 보였다. 마치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유세 때 가족이 함께 오는 자발적인 유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며 노사모들이 뿌듯해했던 정치참여문화가 한나라당에서 재현된 듯 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흥분된 군중들 앞에서 덩달아 들뜨지 않았다. 연설도 어느 유세장을 가서나 거의 토씨 하나 바뀌지 않았다.
박 대표측은 “박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까지 연상시켜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를 보고 소리지르던 한 아주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어쩜 아주 반반씩 똑 닮았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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