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럽을 신세계로 인도했다

환관 정화, 1421년 전세계 탐사 … 콜럼버스·마젤란, 중국 지도로 항해

지역내일 2004-05-10 (수정 2004-05-10 오후 3:02:54)
1492년, 콜럼버스, 아메리카 대륙 발견. 세계사 시간에, 그리고 위인 전기로, 그리고 영화로 우리 귀에 익은 역사적 ‘상식’이다. 그러나 명나라 영락제의 충직한 환관인 정화가 이끄는 함대는 유럽이 신세계에 도달하기 훨씬 전인 1421년부터 1423년까지 인도양을 지나 남으로는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았으며 남아메리카 최남단 케이프혼을 지나 호주와 남극을 탐사하고, 북으로는 그린란드와 북극해를 지났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영국의 퇴역 해군장교 개빈 멘지스는 미네소타 대학교의 도서관에서 베네치아의 주아네 피치가노의 서명이 들어 있는 지도를 한 장 보게 된다. 1424년이라는 연도가 표시된 이 지도에서 지금의 카리브해에 잇는 푸에르토리코와 과들루프섬이 표시된 것을 보고 이 퇴역 장교는 깜짝 놀란다. 콜럼버스가 카리브해에 첫 발을 딛기 약 70년 전에 누군가 이 섬들을 자세히 탐사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멘지스는 이때부터 14년 동안 정화함대의 궤적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책에서 정화함대와 저자는 67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함께 항해한다. 생명이라곤 발견할 수 없는 극해와 끝도 없는 대양을 헤치며 나아갔던 함대원들이 남극과 북극의 위치를 찾아내고, 호주와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할 때 느꼈을 감격을 멘지스는 공유하고 있으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공감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항해법 지식과 사료, 답사를 통해 상식을 뒤집는 사실을 확인해 나간다. 용감한 중국인 제독들은 디아스보다 60년 먼저 희망봉을 돌았으며 아메리카 대륙은 콜럼버스보다 70여년 먼저 상륙했다. 또 마젤란보다 98년 앞서 세계를 일주했고 쿡 선장보다 300년 먼저, 남극과 북극은 최초의 유럽인보다 400년 앞서 탐사했다.
콜럼버스와 마젤란은 이 정화함대가 작성한 지도나 그 사본에 의지해 항해했다. 그들은 ‘거기’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함대는 지도 한 장 없이 오로지 별과 자신들의 기술에 의지해 암흑의 대양을 항해했다. 제독 정화와 홍보 주만 주문 양경은 역사가 기억해야할 인물이다. 이들은 신대륙을 가장 먼저 발견했을 뿐 아니라 그 땅에 정착하고 문화를 전파하기도 했다.
저자가 제시한 증거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중국인 함대에 대한 벽화와 기록들, 난파선, 유물과 유적,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되는 아시아 원산의 동식물 등.
멘지스는 14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2002년 3월 영국 왕립 지리학회에서 이런 사실을 발표한다. 조사자료를 책으로 엮은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는 출간 즉시 영국은 물론 아마존의 판매 1위에 올랐다.
이 책이 화제가 된 것은 중국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중국인이 발견한 세계에 대해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멘지스 이전의 서양인들은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을 앞두고도 일부러 무시했다.
콜럼버스보다 먼저 중국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항해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1000권도 넘는 책에 실려있으며 이 책들이 참고도서 목록으로 요약되기도 했다.
정화함대의 업적이 이처럼 오래 동안 잊혀진 것은 중국이 자초한 결과다. 영락제 사후에 환관과 대립한 관료 계층이 황제의 신임을 얻자 원정 자료를 모조리 폐기돼 버리고 말았다. 놀라운 업적은 순식간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유럽이 정화 함대가 만든 지도를 이용해 신세계로 세력을 확장한 것과 달리 중국은 보배를 알아보지 못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것은 중국이었지만 그 열매를 이용해 유럽 국가들은 팽창을 시작했으며, 결국 몇 백년 후 중국이 제국주의 유럽에 무릎을 꿇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채림 기자 chaer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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