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제도 운영, 시장신뢰 상실

“솜방망이 처벌이 금융범죄 양산” …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불확실성 제거해야

지역내일 2004-05-18 (수정 2004-05-18 오후 12:59:07)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시세조종·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로 적발된 사례는 여전히 연간 130여건이나 된다. 3년전 160여건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아직도 금감원 조사에 적발되는 각종 위반 사례는 200건을 훌쩍 넘는다. 시장 교란 행위는 여전히 코스닥 등록기업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연초 유령 주식 발행 사건처럼 거래소 상장기업이라 예외는 아니다.
특히 유령주식 발행 문제에서 보듯 공문서 위조를 까맣게 모르고 있던 감독당국·거래소가 모든 잘못을 피해자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다. 주가조작에 걸려든 피해자에게 50%의 과실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 마이웨이증권 김동조 소장은 “주가 조작으로 피해자들에게 절반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오히려 주식시장을 공정한 게임의 장으로 지키지 못한 정부, 금융감독원, 증권업협회, 증권거래소, 사법당국에게 책임이 있다”고 꾸짖었다.
시민단체 주장을 통해 여러 새로운 제도가 시행에 들어갔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대주주 등과의 금전거래를 금지하는 제도를 만들어도 허점 때문에 제도 시행 전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심해지기도 한다(5월 17일자·891호 11면 참조). 제도끼리 엇박자에서 오는 혼란 때문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이 제17대 국회 주요 연구과제로 제시한 첫 문제가 ‘사외이사제도’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주택저당채권유동화제도)과 신용불량자 문제 해소방안에 대한 제언은 그 뒤에 따라 나온다. 돈을 만들고 움직이는 문제보다 깨끗하게 돈 버는 문제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사외이사제도만 하더라도 책임은 많지만 권한은 적고, 대주주에 휘둘리는 자리가 사외이사라는 것.
“주주총회 직전 사외이사를 선임한 뒤 주총 직후에 해임해버리는 후안무치한 경영자도 있다”고 코스닥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규정상 어긋난 일이 아니어서 일일이 처벌할 수도 없다.

◆투명회계·기업지배구조 개선 과제= 미국의 경우 감독소홀책임과 지배자책임을 물어 불공정행위 당사자뿐 아니라 감독 위치에 있는 사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회사, 최고경영자에게 불공정행위 연대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는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과 연방 증권법에 명문화돼 있다. 이에 따라 증권발행과 증권거래와 관련, 회사 임 직원들이 사기나 기망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피해자가 위법행위를 한 자 외에 경영자 및 상급임원들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미국은 지난 2000년 최대 에너지 그룹 엔론이 부정회계로 쓰러지면서 시행한 강력한 회계부정 방집법인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컴플라이언스’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최근 207개 금융관련사 주요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0%가 “새 회계 제도 시행 후 경영 위험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역시 집단소송제, 집중투표제 등 회계·소액주주 권익 강화 법안을 도입 준비중이지만 재계 목소리 때문에 본래 취지가 많이 훼손됐다.
내부자 거래 감시제도에도 허점이 많다. 내부자를 끼고 2~3단계만 거치거나 10%에 못미치는 9.99%까지 지분 보유는 내부자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부자의 범위가 좁고 규정도 애매해 얼마든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하고도 적발을 피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의 심리를 읽어야”= 한편 시장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정부 역할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기금 증시 투자 확대는 증시 부양이 아닌 투자”라고 못박았다. 인위적인 증시부양책으로만 보지는 말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정책을 이분법 또는 단선적으로 이해하도록 길들여져 왔다.
당장 주가가 3주 연속 월요일마다 30포인트대 급락장세를 보이면서 시장 불안감이 끝모르게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멈춰선 상태에서 지수가 조금이라도 오르기 위해서는 국내 개인·기관 둘 중 하나는 시장으로 들어와야 하지만 정부는 뜬구름 잡는 위치에 여전히 서있다.
윤창보 튜브에셋투자자문 대표이사는 “기관이 자발적으로 매수에 나서도록 환경 조성하는 일은 정부 몫”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시장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개각 문제만 해도 정부는 ‘하겠다’는 말만 하고는 행동이 없다”며 “OOO는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불확실성 해소라도 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실제 금리를 올리기에 앞서 다양한 발언과 신호를 통해 시장 충격을 완화한다. 6~8월에는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극적인 깜짝쇼에만 익숙해져 있고 여전히 정부가 그 깜짝쇼의 주연을 맡고 있다.
모든 자극은 갈수록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별취재팀 안찬수 팀장·엄경용· 조숭호 기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