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변하고 있다. 검찰하면 떠오르는 근엄한 옷차림과 위압적인 수사관행, 폭탄주 문화, 군대 조직을 방불케하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탈 권위주의’변화의 선두에 서울서부지검이 있다.
서부지검의 문화혁명은 지난 2월 김회선 검사장(49)의 취임과 함께 시작되었다.
“검찰청 내 옷차림의 주류를 이루던 회색, 검은색 등의 무채색 행렬에 일반 회사처럼 다양한 색채의 옷들이 섞여드는 것을 보면서 변화를 실감하곤 합니다.” 총무과의 한 직원의 말처럼 김 검사장이 불러일으킨 변화의 물결은 먼저 직원들의 옷차림으로 드러나고 있다.
◆ 토요일에는 캐주얼을=15일 토요일, 검찰청 정문을 들어서는 발걸음들이 유달리 가볍다. 지검장부터 말단 검찰직원까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콤비차림이 돋보인다. 서부지검은 매주 토요일을 ‘캐쥬얼 데이’로 지정, 간편한 옷차림으로 출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마침 15일은 매달 한 번 있는 검사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형사4부 소속 한 검사는 “노타이 차림으로 검사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딱딱한 검사회의가 옷차림에서부터 부드럽게 풀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부지검은 이와 함께 매달 둘째 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6시 정시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바쁜 검찰업무 와중에서도 한달에 한 번쯤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밖에 인라인스케이트와 볼링 등 동호회 활동도 독려하는 한편, 지난 달엔 청사 지하 탁구장에서 검사장배 탁구대회를 열어 전직원이 선수 또는 응원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통신망(e-pros) 게시판이 활성화된 것도 변화의 한 모습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탁구대회 모습은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 검사와 일반직, 경계 허물기=검찰조직은 검사직과 검찰사무직으로 2원화 되어있어 양 직역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해온 것이 사실이다.
서부지검은 검사와 일반 직원간 벽을 허물기 위해 검사와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어울림의 날’을 마련하고 있다. 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서 일명 ‘호프데이’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한 달에 한 번, 두번째 주 금요일에 벌어진다.
지난 14일 호프데이에서 만난 김민재 형사4부장(43)은 “행사가 형식적인 자리로 흐르지 않고 직급과 직위를 떠나서 서로를 만나는 자리로 만들기 위해 모임 규모를 10∼15명 선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전화를 통해서만 만나던 직원들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훈 총무계장(46)은 “서부지검은 수직으로 청사공간이 나뉘어져 층이 다르면 엘리베이터에서 이따금 마주칠 뿐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격의없이 서로를 터놓는 이런 자리를 통해 층간 구별이 없어지고 검찰청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나기=서부지검에서는 일체의 폭탄주가 금지된다. 퇴근 후에도 검사들과 직원들은 소주잔 혹은 맥주잔을 기울일 뿐 ‘술을 섞어 돌리는’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회선 검사장은 “검찰의 조직원리였던 상명하복이 폭탄주를 마시는데도 철저히 적용되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들에게 검찰 이미지로 가장 강하게 부각된 폭탄주의 부정적 이미지가 없어질 때까지는 폭탄주를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서부지검의 문화혁명은 지난 2월 김회선 검사장(49)의 취임과 함께 시작되었다.
“검찰청 내 옷차림의 주류를 이루던 회색, 검은색 등의 무채색 행렬에 일반 회사처럼 다양한 색채의 옷들이 섞여드는 것을 보면서 변화를 실감하곤 합니다.” 총무과의 한 직원의 말처럼 김 검사장이 불러일으킨 변화의 물결은 먼저 직원들의 옷차림으로 드러나고 있다.
◆ 토요일에는 캐주얼을=15일 토요일, 검찰청 정문을 들어서는 발걸음들이 유달리 가볍다. 지검장부터 말단 검찰직원까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콤비차림이 돋보인다. 서부지검은 매주 토요일을 ‘캐쥬얼 데이’로 지정, 간편한 옷차림으로 출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마침 15일은 매달 한 번 있는 검사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형사4부 소속 한 검사는 “노타이 차림으로 검사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딱딱한 검사회의가 옷차림에서부터 부드럽게 풀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부지검은 이와 함께 매달 둘째 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6시 정시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바쁜 검찰업무 와중에서도 한달에 한 번쯤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밖에 인라인스케이트와 볼링 등 동호회 활동도 독려하는 한편, 지난 달엔 청사 지하 탁구장에서 검사장배 탁구대회를 열어 전직원이 선수 또는 응원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통신망(e-pros) 게시판이 활성화된 것도 변화의 한 모습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탁구대회 모습은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 검사와 일반직, 경계 허물기=검찰조직은 검사직과 검찰사무직으로 2원화 되어있어 양 직역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해온 것이 사실이다.
서부지검은 검사와 일반 직원간 벽을 허물기 위해 검사와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어울림의 날’을 마련하고 있다. 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서 일명 ‘호프데이’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한 달에 한 번, 두번째 주 금요일에 벌어진다.
지난 14일 호프데이에서 만난 김민재 형사4부장(43)은 “행사가 형식적인 자리로 흐르지 않고 직급과 직위를 떠나서 서로를 만나는 자리로 만들기 위해 모임 규모를 10∼15명 선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전화를 통해서만 만나던 직원들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훈 총무계장(46)은 “서부지검은 수직으로 청사공간이 나뉘어져 층이 다르면 엘리베이터에서 이따금 마주칠 뿐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격의없이 서로를 터놓는 이런 자리를 통해 층간 구별이 없어지고 검찰청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나기=서부지검에서는 일체의 폭탄주가 금지된다. 퇴근 후에도 검사들과 직원들은 소주잔 혹은 맥주잔을 기울일 뿐 ‘술을 섞어 돌리는’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회선 검사장은 “검찰의 조직원리였던 상명하복이 폭탄주를 마시는데도 철저히 적용되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들에게 검찰 이미지로 가장 강하게 부각된 폭탄주의 부정적 이미지가 없어질 때까지는 폭탄주를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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