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에게 어떤 존재인가.

지역내일 2004-04-19



프랑스의 한 신문이 한국사회가 중국의 도전과 위협에 대처해야할 현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장문의 글이 실렸다. 르뿌엥이라는 이 신문은 “오늘날 이 두 나라는 협력자이지만 머지않아 중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 정치권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경제에 가장 큰 기회이자 위협인 중국에 대비해야 하며 아시아 금융위기의 심각함 보다도 중국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문의 기사를 요약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직무정지된 상황은 아시아의 불안정한 상황의 단면이고 한국이 피할 수 없는 정치적 과제이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난징에 만들어 준 ‘LG거리’를 잠시 걸어본다면, 한국에 정말 시급한 과제인 중국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강력한 부상에 대비해 한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한국을 휩쓴 정치활극 한편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
LG거리는 몇달 전 LG가 일년에 360만개의 액정 화면 생산공장을 열면서, 2,200여명을 중국인 평균임금의 2배인 317달러(한국근로자 임금의 7분의 1)에 고용하는 등 모두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한데 대한 중국정부의 감사선물이다.
한국의 경제는 이미 중국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지난해 한국기업들은 4억2천만달러를 투자한 미국기업들보다 많은 4억4천만 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다. 한국제품의 제1수출시장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두 시장의 수출규모는 올해 35%로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수출은 47억5천만 달러가 늘었지만, 미국시장엔 36억7천만 달러밖에 늘지 않았다. 50% 늘어난 중국과의 무역이 없었다면 한국은 지난해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졌을 것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미국시장과 워싱턴과의 관계에 전력을 쏟았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와 현대 자동차가 이윤을 위해 중국으로 선회했고 특히 북한의 핵무기와 같은 까다로운 과제에 북경이 관여하면서 한국인들은 정치적인 면에서도 점점 중국을 리더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관계는 급속도로 복잡해졌다. 2만5천여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생산 활동을 관리하고 있으며 매일 10여개의 회사가 새로운 계약서를 쓰고 있다. 중국에 한국거점이 된 칭따오에는 4천여개의 한국기업과 7만여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서울과 하루 세차례 항공편이 운항되며, ‘중국에서 사업하면서 중국말을 하지 않는 유일한 도시’이다.
현재까지는 중국이 한국에게 행운이다. 그러나 이런 성공이 오래갈까. 한국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얼마 안가서 ·한국의 중국의 분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협회는 한국이 기술정밀화 측면에서 중국보다 1.7년 밖에 앞서있지 않으며, 이 차이는 5년 안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결정적인 비교우위를 누리는 핸드폰은 중국의 경쟁회사들이 2년안에 따라잡을 것으로 보았다.
현재 중국에서 얻는 13억 달러의 흑자는 2011년에는 적자로 바뀔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중국에서 이익을 보고 있지만, 한국 근로자들은 정반대이다. 1997년 이후 77만명의 생산직 근로자가 한국에서 해고됐지만, 같은 기간 한국기업은 중국에서 백만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러나 중국의 유혹은 여전히 강력하다. 중국은 한국기업의 생산기지이자 장래가 좋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LG 전자는 2008년 이전까지 전자분야 세계3위를 위해 중국에 기대고 있다. 이미 LG의 해외시장판매율의 40%를 차지하는 7억 달러의 이익을 중국에서 얻었다. 삼성은 이곳에서 19%의 성장률을 얻었으며, 현대자동차는 올해 23만대를 팔고, 2008년에는 90만대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인은 세계의 다른 경쟁자에 비해 지리적, 문화적 유사성을 이점으로 내세운다. 중국을 통해 전해진 불교와 유교문화가 좋은 예이다. LG의 한 지사장은 “우리는 중국인들보다 더 중국적이다. 우리는 같은 방식의 사상을 가졌으며 이는 중국에서의 사업을 더욱 용이하게 해 줄 것이다“고 말했다. 두 나라간에는 중국어로 ‘관시(guanxi)’, 한국말로 ‘연줄’이라는 정치적 관계를 이용한 동양적 거래가 이뤄진다.
술과 접대를 곁들인 이런 거래는 서양기업인들이 넘어서기 쉽지 않고, 일본인은 2차대전의 악몽 때문에 악의적인 벽을 넘기 어렵다.
중국은 고급기술과 전문분야 투자를 늘이는 한국기업에 대해 환영하며, 한국기업도 친밀도를 높인 시장공략을 진행중이다. 라면 제조업체 농심은 TV게임 프로를 후원함으로써 현지라면보다 세 배나 비싼 매운 신라면을 판촉해 작년에 비해 판매가 38% 증가했다.
삼성은 파우더 케이스 같은 모양에 손거울로도 사용될 수 있는 루비색의 SGH-T508을 출시해, 중국인 1인당 가전제품 소비액인 1090달러의 3분의 1인 440달러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공을 얻었다.
한국 기업들이 이익을 보며 성공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인 근로자들은 점점 더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년 간 한국 경제는 낮은 비용의 생산 활동에 의지해왔다. 그 중 가장 큰 소득원이었던 섬유와 신발 생산은 중국으로 이미 이전된 상태이며 고도의 정밀산업을 제외한 석유화학분야와 철강공업, 조선공업, 가전제품과 전자제품까지 5년 이내에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는 고품질 생산과 서비스 능력을 가진 한국에게는 잔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한국개발연구소 경제학자 우천식 씨는 주장한다. 그는 “중국은 몇몇 대기업에게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며 다른 기업들에게는 하나의 위협이 될 것이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위협은 지난 1월 한국은행협회 조사 결과 1년 전의 116 707개 기업에 비해 14% 증가한 월평균 133 195개 기업 도산으로 반영되고 있다.
자동차 부속품들은 이러한 현상의 또 다른 예 중 하나이다. 작년 한국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9억 4천 4백 달러의 판매를 올렸는데 이는 2002년의 1억 6천 9백만 달러에 비해 15배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호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경쟁을 간과할 수 없게 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자동차 의자와 안전 밸트, 에어컨디셔너와 범퍼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경쟁 상태에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자동차 생산 분야까지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속품과 반제품은 중국에서의 한국 수출의 70%를 차지한다. 한국 수출입 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제조제품의 현지 상품 비율은 1999년 34,8%에서 2001년 49,9%로 증가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고 2천여명의 직원과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직조회사 고합은 이러한 피해자 중 하나였다. 중국의 빠른 합성 사 개발은 1998년 고합에 부도를 안겨줬다. 회사 채권자들은 한국 공장을 처분 중인데 킹따오의 공장은 여전히 수익성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중국으로 활동을 옮기는 것만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많은 한국 중소기업들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준비 없이 중국에 뛰어들었다. 4년 이내 300명 이내의 한국 중소기업들의 반 정도가 중국으로의 이주추세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상업 투자회와 한국 상공 회의소는 중국 이주를 계획하는 사업가들에게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3개월의 교육을 제안하면서 경제적으로 최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고용관리를 하는 경제 시스템을 가졌다면 중국은 이 정도로 한국에게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쟁 후 오로지 한 가지 모델인 지역의 수공업 노동력을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보다 싸게 파는 것에만 집착했다.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이러한 모델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고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 있던 공장과 은행, 기업들을 사들였고 삼성 같은 기업은 제품 발명과 질, 가격에서 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현대적이고 유연한 경제와 경영 능력적 측면에서 한국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경직된 노동법과 군대적인 노조는 아직도 고용 리듬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인 근로 수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세 개의 특별 경제 구역을 만들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왜 차라리 국가적 차원에서 노동법을 바꾸지 않고 있는가. 이는 상황을 직시하려고도 하지 않는 정치지도자들의 선택인 것이다. “특별경제구역 개념은 공산국가들에서 쓰이는 전문용어에서 보여진다. 우리는 이러한 예외들을 허가하면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박병원 금융경제부 차관은 유감스러워한다.


기업가들의 필요
한국에서 서비스 경제를 개발하는 것은 중국과의 경쟁에 고통 받고 있는 임금고용자들을 일자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노동법은 계속해서 서비스 기업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전기가격특혜와 세금경감을 주면서 생산기업을 더 선호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의 기업가들에게는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라고 이훈재 금융경제 장관은 인정한다. 한국에서는 1992년 이후 4백만 이상의 서비스업 일자리가 창출되었지만 이 중 대부분이 요식업과 호텔업 분야에 국한되고 있다. 한국은 서비스 분야의 개발은 물론 보험, 교육, 법률 서비스 분야를 더 큰 폭으로 장려하지 못했다. 오히려 작년에는 3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중국이 점점 더 한국인 일자리를 흡수하고 있고 한국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능력을 상실한 현 상황은 모든 위험한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 지금이 바로 한국 정치계가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경제 개발협력 기구 책임자인 도날드 J. 존스톤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비산업화와 중국과의 경쟁”이다.
한국 정치인들은 그러나 진정한 경제 정체적 사안보다 정치적 분쟁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수세기에 걸쳐 한국 지도자를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 중국 황제들의 허가를 받아야 했던 지나간 역사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습이 다시 반복될 일은 물론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에 누가 군림할 것인가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르뿌엥/이은신 리포터 shinnae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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