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희망을 갖고 새해를 맞자

지역내일 2000-12-20 (수정 2000-12-20 오후 5:09:55)
염규호 박사는 80년 신군부가 전횡을 부릴 때 미국으로 갔다. 접시를 닦으며 공부했다. 미국에서 20
년 째 살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 언론법 교수로 있으며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교수이면서
도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하기도 했다. 그는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 등이 선정한 ‘가장 많은 업적을
쌓고 있는 세계 매스컴학자 40인’에 랭크돼있다. 미국에서는 ‘7대 명교수’로 여러차례 선정되었
다.
얼마 전 그가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 고향 고창을 들른 뒤 여행을 했다. 두 아들에게 한국을 가
르치자는 뜻이었다. 미국에서처럼 캐주얼 차림으로 전국을 돌아다녔다. 한 도시에서 그들은 택시를
타게 되었다. 그러나 1시간여 동안 열심히 팔을 들어올렸지만, 그들은 택시를 잡지 못했다. 염박사
부부는 곤혹스러워 했다. 택시가 서주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이유를 알게된 것은 한
달 간의 여행이 끝날 즈음이었다. 옷차림이 허술하고, 인원이 4명씩이나 되었던 것이다.
다른 민족과 마찬가지로 한민족에게도 장단점이 있다. 성실성과 끈기 있는 생명력이 장점이라면, 위
의 장황한 예처럼 겉만 보고 사람·사물을 판단 평가하는 점은 단점 중의 한가지라 하겠다. 허장성
세 허례허식 외화내빈(外華內貧) 과대포장 등의 흔히 쓰는 용어들이 이를 입증한다. ‘옷이 날개’,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친다’ 등의 속담도 마찬가지다.

기본과 기준 못 찾아 우왕좌왕
단점의 단적인 예는 많다. 김대중 정권이 “우리는 가장 빠른 기간에 IMF를 졸업했다”고 자기과시
를 한 것은 가장 최근의 일이다. 그러고 나서 현재의 총체적 위기. 김영삼 정권 때는 서둘러 OECD에
가입한 뒤 “드디어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떠들었다. 더 나아가 “일본의 버르장머리
를 고쳐 놓겠다”는 ‘무식한’ 면모까지 과시했다. 그러고 나선 외화내빈(外貨內貧)으로 IMF를 맞았
다.
삼풍백화점·성수대교·행주대교 등등이 폭삭 내려앉은 초대형 사고들도 세계에 부끄러운 경우들이
다. 개발독재 시절 ‘민족의 대역사(役事)’ 운운하며 깔았던 고속도로는 매년 보수공사로 투입액을
훨씬 넘는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그 보수비는 통행료라는 명목으로 계속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털
어간다.
한마디로 겉치레만 추구하다보니 백년대계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이다. 임기 단5년의 현정권 역시 집권초기 ‘기본이 바로 선 나라’
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현재상황은 정책·인사 등 모든 면에서 기본과 기준을 못 찾아 우왕
좌왕하고 있다. 이 같은 단점에 의한 결과들에 대하여 현정권에게만 책임을 씌우는 것은 좀 무책임하
다. 현정권 역시 국민들이 선택했으므로 국민들에게도 원천적 책임이 있다 하겠다. 또한 단점들은 오
랜 세월에 걸쳐 생성된 것이므로 유구한 역사 속의 조상들에게도 원인(遠因)을 덧씌울 수 있다.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은 그래서 생겨난 게 아닐까?
쉽게 바꿀 수 없는 단점들, 그것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어 보인다. 그것을 인식하고, 교육하며
차례차례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다. 단점은 장점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므로 퓨전 개념으로 섞을 수밖
에 없다. 조금씩 개선돼 가면 단점이 장점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발전해간다
염 박사도 엄연한 한국인이므로 허장성세 같은 ‘우리들’의 단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년 외
국생활에서 캐주얼을 입는 실용주의자로 변했다. 그런 그의 말은 단점의 점진적 개선과 퓨전화에 강
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에는 거의 매년 한국에 온다. 택시 못잡아 고생했던 것은 한 5년 전의 일이다. 그 동안 택시
탈 일 있으면 넥타이 매고 정장을 했다. 올해는 캐주얼 차림으로 다녔어도 택시 잡는데 큰 어려움 없
었다. 이것도 발전 아니고 무엇인가.”
2000년이 저물고 있다. 정치가 어수선하고, 경제가 어려운 탓인지 우리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아예 잊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성실함과 끈기, 알뜰한 생활습관, 단일언어·문화·풍습, 그리고 예의
와 친절함 등등 참으로 훌륭한 것들이 많다. 총체적 위기 때문에 묻혀버린 것들이다.
‘위기가 있어야 얻음이 있다(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이 있다. 지금 눈에 띄는 곳에선 탄식과
걱정만 있어 곧 나라가 망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더 많은 곳에선 묵묵히 일하고,
꾸준히 연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 이들에 의해 국가가 발전하는 것임에 틀림없
다. 우리모두 희망을 갖고 새해를 맞
자. 안병준/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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