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 ‘탄핵 방송 보고서’와 옹호 저널리즘 (안병찬 2004.06.18)

지역내일 2004-06-18 (수정 2004-06-18 오전 10:44:55)
‘탄핵 방송 보고서’와 옹호 저널리즘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내용분석 방법은 시각 보도의 편향을 찾아내는 데도 쓰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은 빌 클린턴 후보와 밥 돌 후보가 맞붙은 96년 대통령 선거전 때 워싱턴 포스트 등 5개 중요 일간지가 실은 사진 625매를 분석했다. 부호화 지표로 사용한 것은 표정·동작·상호작용·배경·카메라 각도의 다섯 변수이다. 카메라 각도를 예로 든다면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은 호의적으로 보이고 위에서 내려찍은 사진은 비호의적으로 느껴진다. 연구 결과 신문 사진들은 선두주자에게 이익을 주는 ‘전략적 편향’을 가짐을 알았다.
방송과 보수신문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은 끝이 안 날 싸움으로 보인다. 한국언론학회가 방송위원회의 주문을 받아 연구한 보고서 ‘대통령 탄핵 관련 TV방송 내용 분석’을 둘러싼 양측 공방은 논쟁이 아닌 정치투쟁으로 진행된다.
작년 말 고려대학 연구팀이 한국언론학회의 후원을 받아 주관한 언론문제 콜로키움도 개혁과 보수간에 분쟁의 징후가 드러난 자리였다. 발제자(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언론의 보수적 권력화와 지체된 전환’이라는 논제로 한국 언론과 언론 전문직은 ‘민주주의 공고화의 지체’를 틈타서 새로운 지배층으로 등장했다고 단정했다.
따라서 민주 지체를 야기한 세력의 일부인 유력언론사(이른바 조·중·동)는 개혁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발제자가 사용한 ‘언론의 지배이데올로기’라는 이념성의 틀은 현실 언론현상을 설명하고 문제를 밝혀가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여겨졌다. 아쉬운 것은 이 논문이 ‘유력 일간지의 보수적 권력화’를 조명하면서 텔레비전이라는 강력한 영상매체를 변인으로 보지 않은 점이다. 발제자는 언론의 상대적 자율성을 논하면서 “여론을 형성함에 있어 신문의 위상이 방송 미디어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바이다”라고 단정했으나 그에 대한 논증이 없었다.

방송-보수신문 논쟁, 권·언 상호침투 정치투쟁
금주 초 한국언론학회 회장은 개혁파의 공격을 받은 문제의 보고서 ‘대통령 탄핵 관련 TV방송 내용 분석’을 전 회원에게 전자메일로 보냈다. 전문 4장 215쪽(A4용지)의 두툼한 보고서는 계량적 내용 분석, 프레임 분석, 담화 분석 및 영상 분석이라는 ‘3각 측정법’을 동원했다. 보고서는 ‘정치적 환경과 매체의 양극화’라는 대목에서 언론 매체들이 권력과 공조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정파적 성향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전제했다. 이른바 빅 3으로 불리는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한나라당의 후원자로서, 진보·좌파 이념에 동조적인 한겨레신문과 공영방송은 집권 여당의 후원자로서 각각 활동하면서 권력투쟁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본 것이다.
양편은 서로 누가 ‘좋은 저널리즘’의 표상인지를 놓고 싸운다고 했다. 보고서가 열거한 기사 선택·처리 과정상의 편향 보도 기법은 보도 누락·맞불 보도·형식적 객관 보도 유도·이벤트 창출과 활용·인식의 틀(프레임)제공·얼버무리기·양적 균형 질적 불균형·주체의 은폐·부정적 이미지 차별 보도 등 24개 항목이다. 영상 처리상의 편향 기법은 프레임 조작·앵글의 조작·시간 순서의 조작 등 여섯 가지를 들었다.
양이 많은 연구 내용과 결과를 거론할 수는 없지만, 담화 분석 등을 시도한 방법론은 정교하고 탄탄해 보인다. 이 논문을 비판하는 세력은 이 보고서가 탄핵 상황을 ‘합법적 논쟁영역’으로 규정한 것 등은 탄핵정국에 대한 몰가치적으로 판단 회피라고 비난한다. 연구자들의 특정한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단정이다. 비판자들은 또 연구자들의 정치적 성향은 “…쿠데타 정권이든 정통성을 갖춘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또는 참여정부이든 TV방송은 변함없이 살아있는 권력의 편을 드는 방송을 해왔다…”고 쓴 대목이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공격한다. 보도의 공정성을 논하기에 앞서 분석의 공정성에 대한 치열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기고문)

공정성 정당성 혼용, 사실보도 심화 객관보도를
이런 언론 분란은 정치와 미디어의 ‘상호침투’와 상관성이 있을 것이다. 정치커뮤니케이션은 정치와 미디어의 권력관계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정치과정에 미디어가 침투하여 정치체계를 미디어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치체계가 미디어 제도의 내적 구조에 직·간접적으로 침투하여 미디어체계를 도구화하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력과 미디어 권력 사이에는 화합과 불화, 협조와 갈등이 나타난다.
한 중견 방송인은 방송 진영이 ‘공정성’과 ‘정당성’을 혼용하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지적했다. 여기서 ‘정당성’은 “의(義)를 옳다”하는 언론의 옹호와 주창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현대 언론의 중심적 개념은 사실보도를 심화한 객관보도이다. 한국방송의 제작 지침에도 공정성과 진실성이 들어있다. 제작자가 교묘한 조작으로 내용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부분 때문에 방송은 자기모순에 빠진 모습이다. 기준점이 전혀 다른 양측 언론이 ‘공정성’을 다투는 연구 논문으로 대치한들 합의점이 나올 리 없다. 그들은 두 세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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