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국회가 나서 추가파병 막아야(손혁재 2004.06.22)

지역내일 2004-06-22
국회가 나서 추가파병 막아야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이라크 추가 파병계획이 확정된 직후 이라크에서 일하고 있던 민간인 김선일 씨가 이라크 저항세력에게 붙잡혔다.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서 이라크 저항세력은 우리 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혹시나 하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안타깝다. 정부는 김선일 씨의 무사 석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이라크 파병이 이라크의 전후 재건을 위한 것이므로 파병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과연 이라크 저항세력이 우리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줄지 걱정스럽다. 또 김선일 씨 사례는 우리 병사들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표적이 되어 안전보장을 장담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김선일 씨가 잡히기 바로 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라크 추가파병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열린우리당이 ‘16대 국회의 의결을 존중’하기로 결정해 추가 파병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당론을 정하자마자 후속조치를 밟은 것이다. 정부의 파병결정이 다소 성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터에 불행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17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고 임시국회가 열려 있으므로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넉 달 전인 2월에 16대 국회가 ‘3000명 이내, 12월31일까지’라는 조건으로 이라크 추가파병에 동의했으므로 17대 국회가 다시 논의해야 할 까닭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또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했고 야당인 한나라당도 파병에 반대하지 않으므로 국회에서 논의해봐야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6대 국회의 추가파병 의결과정에 결함이 있었다. 또 무엇보다도 중대한 사정변경이 생겼으므로 17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할 필요가 있었다.

추가파병 비용, 국회 구체적 심의 안해 위헌
16대 제출하고 국회가 통과시킨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위헌적 의안이다. 추가파병 동의안에는 추가파병에 따른 소요예산이 빠져있다. 추가파병에 들어가는 비용을 2004년 일반회계예산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예산은 밝히지 않고 “대미협의 및 현지협조 결과에 따라 구체화될 예정”이라고만 해놓았다. 이라크 1차 파병동의안은 물론 베트남전 파병동의안에도 들어가 있던 예산이 추가파병 동의안에는 빠져있다. 이것은 국회가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 확정하도록 한 헌법 제54조 제1항을 위배한 것이다.
또 추가파병 동의안에는 파병군의 구체적 임무와 편성이 누락되어 있다. “이라크 내 일정 책임지역에 대한 평화정착과 재건 지원 등의 임무”, “재건 지원 및 민사작전부대, 자체 경계대, 사단사령부 및 직할대”라고만 되어 있어 규모나 역할 배분, 편성에 따른 파병목적 부합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파병부대 구성안과 임무는 베트남전 파병동의안과 이라크 1차 파병안에는 물론 다 들어있었다. 다시 말하면 추가파병 동의안은 백지위임 요청으로 국회가 제대로 심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2004년 2월 9일 추가파병동의안이 국회 국방위원회가 심의하던 첫날 2시간만에 의결되고, 나흘 뒤인 2월 13일 본회의에서 단 한 명의 찬성발언도 없이 상정 당일에 통과될 수밖에 없었다. 국회가 충분한 검토와 합리적인 토론 없이 파병동의안을 통과시킨 데에는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국방부의 왜곡 보고도 한몫을 했다.
여기에다가 파병 결정을 재검토해야 할 새로운 사정이 생겼다. 명분과 작전목표를 잃어버린 것이다. 추가파병의 명분은 ‘전후 이라크의 재건지원과 평화정착’이다. 국방부 장관도 국회 보고에서 “추가파병이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에의 참여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는 이라크 국민의 저항으로 제2전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최근의 미군 사망자 수가 지난해보다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최근 점령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적대감이 민간외국인에게까지 확산되었다.

이라크 전후복구 사실상 불가능, 파병명분 없어
따라서 군과 민을 막론하고 현재 이라크에서 재건지원 또는 전후복구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이라크인 수감자들에 대한 미군의 반인권적 고문과 학대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미국이 강조해온 이라크 민주화와 인권확립이라는 명분은 없다.
이렇게 이라크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는 ‘국제적 약속’이라는 명분으로 파병을 확정했다. 그러나 ‘지켜야 할 국제적 약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추가파병한 나라는 90명을 늘린 덴마크 한 나라 뿐이다. 영국조차도 추가파병을 연기했다. 스페인이 철군한 뒤 추가파병 규모를 3천명으로 늘려잡았던 영국은 5월 21일에 추가파병을 무기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아는 289명을 추가파병하기로 했다가 취소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파병한 480명도 철군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파병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국회뿐이다. 한미동맹 때문에 정부가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면(실제로 그렇지도 않지만) 국회가 이성적인 논의를 거쳐 추가파병을 막아야 우리 국민의 평화와 안전이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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