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사 감정 개입 말아야”

“초등 저학년 피해 심각” … 일부선 학교현실 ‘필요악’ 주장

지역내일 2004-07-06 (수정 2004-07-06 오후 2:28:50)
학생간 학교폭력에 못지않게 일명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교사의 체벌을 둘러싼 교육공동체간의 법정다툼이 늘어나고 있다. 체벌을 가한 쪽에서는 교육적 차원이라고 강조하지만, 당한 쪽에서는 감정이 개입된 폭력이라고 주장한다.
한 학부모단체 조사에 따르면 체벌에 의한 학생피해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방어능력이 부족한 초등학교 저학년에 대한 폭력적 체벌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 중 상당수는 교육적차원의 체벌은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늘어나는 체벌 = 최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 따르면 학부모 상담실에 지난 한해 접수된 총 상담 건수는 모두 680건이며 이중 촌지, 체벌, 폭력, 성추행 등 교사 관련 문제가 291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불법찬조금, 학교비리 등의 학교문제(123건), 집단폭행, 왕따 등 학교폭력(41건), 가출·약물·학교부적응 등 자녀인성 문제(33건) 등 순이었다.
이 가운데 교사들의 폭력적 체벌 사례는 모두 61건으로 2002년 24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체격이 작은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체벌문제 호소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교사들의 폭행으로 상해진단 3주 이상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벌을 받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일부 여학생들은 정신과 치료나 입원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왜 늘어나나 = 현실적으로 체벌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18조1항의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또 동법 시행령 제31조 7항에는 ‘학교장이 교육적 목적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신체적 고통을 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많은 학교들은 학칙에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권철현(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381개 초·중·고교 가운데 72.6%인 7536개교가 학칙으로 체벌을 인정하고 있다.

◆ 법원의 가이드라인 = 체벌을 둘러싼 논란은 교사와 학부모간의 법적다툼으로 비화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사-학생-학부모로 구성된 교육공동체가 곳곳에서 파괴되고 있다.
이처럼 체벌을 둘러싼 법적다툼이 잦아지자 대법원이 지난달 5일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객관적 타당성 갖춰야 한다’는 교육적 체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체벌에 대해서는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는 1999년 여중생을 폭행하고 욕설해 모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체육교사 박 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문을 통해 재판부는 “교사가 학생을 징계가 아닌 방법으로 지도하는 경우 교육상 필요가 있어야 될 뿐만 아니라 신체·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이나 비하하는 말 등 언행은 교육상 불가피한 때에만 허용되는 것”이라며 “학생에 대한 폭행·욕설에 해당되는 지도행위는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한 경우로 그 방법과 정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갖춘 경우에만 법령에 의한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교사의 성격 또는 감정에서 비롯된 지도행위, 낯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체벌·모욕을 가하는 지도행위, 학생의 성별·연령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는 행위 등을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로 지적했다. 또 위험한 물건 또는 지도교사의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는 행위도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반복되는 체벌 논란 = 학교체벌을 둘러싼 논란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해묵은 논란’ 거리지만 ‘교육적 차원’ 이라는 이유로 지속되고 있다.
2002년도에는 교육부가 체벌을 가할 수 있는 상황과 체벌에 사용할 도구의 규격 등을 적시한 ‘체벌표준안’을 만들어 학부모·교육관련 단체들과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또 교육부는 지난 2002년 11월 초·중·고등학교에서의 학생체벌 금지해달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하기도 했다.
참교육학부회, 전교조 등 교원·교육단체들이 지난해 법개정 운동을 벌였으나 국회 교육위와 법사위 등의 무관심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최근 일각에서는 체벌관련 법적규정을 존속시키느냐 폐지하느냐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체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안 없이 무작정 폐지하는 것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경우, 지난 90년대 후반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한 후 1만명 이상이 학칙에 따라 퇴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국내에서도 지난 1999년 체벌을 금지하면서 교실 내 생활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교육계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교육적 체벌의 유무와 수준을 정하는데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문여중 김대유 교사는 “학생과 교사사이에 수평적 관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제도의 개선은 무의미 한 것”이라며 “학생회가 법제화돼 학칙을 만들거나 개정하는데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아마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면 ‘필요악’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올 것”며 “대부분의 교사와 학생사이에 존재하는 교사들의 제왕적권위주위가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이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체벌이기 때문에 교육적 체벌까지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미국 등 선진구들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담교사제도의 활성화다. 문제학생에 대한 처리를 교과담임이 아니라 전문상담교육을 받은 상담교사가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교사들에게 전인교육을 요구하는 우리현실에 적당하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이 외에도 교사사회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청소년단체 관계자는 “폭력적체벌이 이뤄져도 교무실안에서 누구도 이에 대해 지적하지 못하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라며 “이는 교사 한사람이 하나의 독립된 교육기관화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습관적으로 폭력적 체벌을 가하는 교사를 학교내부에서 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교사들 스스로 나놓고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교사들에게 체벌을 당하고 112에 신고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학원 강사의 체벌은 받아들이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며 “결국 누가 체벌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체벌하는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학생들 스스로가 느낀다는 것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라고 말했다.
5일 서울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체벌과 관련, 학부모가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며 교사를 경찰에 고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같은 체벌을 둘러싼 논란과 마찰은 결국 교육공동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체벌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 논란보다는 교육행정기관, 교장,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앉아 대안마련에 나설 때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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