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총재, “90년대 일본 닮아가고 있다”

회복 점치다 비관론 선회 … 극단적 경기인식 도마에

지역내일 2004-07-21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가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침체 때와 닮아가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는 그동안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해온 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것이다.
박 총재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 심포지엄에 참석, 축사를 통해 “우리 경제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수출호조가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내수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통화재정 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정책들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재는 이어 “최근 성장 투자환경 전환과 금융시장의 변화를 두고 우리 경제가 일본의 1990년대 이후 장기침체 때와 닮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소비가 지난해 2분기 이후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유가급등 등 외부 충격에도 일부 원인이 있지만 IT산업 위주의 ‘고용없는 성장’으로 성장 과실이 소수의 기업과 일부 근로자에 집중되고 있는데 더 큰 원인이 있다”며 “이와 함께 단기간 급증한 가계부채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된 것도 가계소비를 억제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관련해서도 “수출호조로 많은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도 이익금을 부채상환이나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투자를 하더라도 가급적 해외에서의 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내수부진이 구조적 요인에 기인함에 따라 통화재정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정책들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박 총재는 우려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저임금·고수익률 체제에서 고임금·저수익률 체제로, 고금리.고물가 구조는 저금리.저물가 구조로 바뀌고 있으며 인구증가율이 1%에도 훨씬 못미쳐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9%에 달하면서 노동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고임금 고지가 고물가로 대변되는 고비용구조가 고착화되고 사회적 욕구마저 높아지면서 국내투자가 경쟁력을 잃어가자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가 제조업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금융시장에서 실물경제의 활력저하와 맞물려 자금수요가 감소하면서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도 시중유동성이 별로 늘지 않는 등 통화량이나 투자가 금리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화현상마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한은의 오락가락하는 경기전망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4월 총선을 앞두고는 마치 우리 경제가 금방 살아날 것처럼 말하던 박 총재가 불과 2~3개월만에 일본식 장기불황을 운운하고 있다는 것. 극단에서 극단으로 흐르는 박 총재의 경기인식은 오히려 경기주체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한국은행 이주열 국장, KDI 조동철 팀장,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상무, JP모건 임지원 상무가 발제자로 나서 대부분 하반기 경제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이주열 조사국장=하반기 수출의 성장견인력 약화와 건설경기의 둔화가 예 상되는 상황에서 소비와 설비투자가 조속히 회복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다면 경기회복세가 꺾일 위험성이 내재하고 있다
실제 지난 80년 9월 이후 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수출이 20% 안팎의 증가세를 지속한데 힘입어 81년 3분기까지 1년 정도 경기상승세가 이어졌으나 4분기부터 수출신장세가 대폭 둔화되면서 경기가 후퇴, `더블 딥''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4, 5월 경기선행종합지수 전년동월비와 동행지수 순환변 동치가 연속 하락하기는 했으나 기조적인 경기하강의 신호로 판단하기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현 단계에서 경기하강을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수출증가세의 둔화 우려속에 하반기 초입부터 각종 소비지표가 더 나빠 진 점을 감안하면 80년대 초와 같은 `경기의 이중하강''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내수부진이 미래에 대한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구조개혁 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확실성도 영향이 있다.
한편 올 경제성장률은 5%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반기는 수출 신장 폭이 다소 둔화돼 이 기간 성장률은 4%대 후반에 머물고 4분기엔 4%대 초반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우리 경제가 심각한 우울증과 순환기 장애 상태에 빠졌다. 심인성이면서 육체적으로도 중병에 걸려 있다. 전통적인 경기순환 주기가 극히 짧아질 정도로 경제의 심전도와 맥박계가 빨라졌고 맥박의 폭과 힘도 약해졌다.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회의 반기업 정신, 정책일관성 부재, 경영권 안정 등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한쪽에서는 투자하라고 하면서 다른 쪽에선 투자 못하게 하는 정책이 동시에 나온다. 기업은 어떤 메시지도 읽을 수 없고 불안하고 불확실하다. 대기업은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고 차세대 성장엔진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임지원 JP모건 상무=국외적으로는 유가문제, 국내적으로는 단기적으로 부동산, 중장기적으로 노동정책에 있어 리스크요인이 있으나 정부의 재정정책 여지는 아직 충분한 편이다.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실업률, 부도업체수 등 소비관련 지표는 개선되지만 소비심리인 소비자체감지수는 악화되는 것도 문제다. 또 5%대의 성장이 가능하지만 정부의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정책의 일관성 유지, 노사관계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홍 고병수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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