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파워반도체 전문 업체인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대표이사 김덕중·이하 페어차일드)’는 ‘최고’보다 ‘최초’를 중시한다. 회사의 기업문화와 경영철학은 ‘최초가 되자’는 것이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신제품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21세기는 ‘최초’가 곧 ‘최고’의 경쟁력을 갖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양오(45) 수석 부사장은 “최초는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지만 최고는 떨어지는 일만 남는 것”이라며 “최초의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는 회사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와 국내 최초의 만남
‘최초가 되자’는 경영원칙답게 페어차일드는 항상 ‘최초’였다. 페어차일드반도체 미국 본사는 1957년 실리콘밸리의 모태가 됐다. 당시 창업자인 ''셔먼 밀 페어차일드(Sherman Mills Fairchild)''는 트랜지스터 제조 공정을 개발하던 과학자그룹을 후원, 세계 최초로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중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와 고든 모어(Gorden More)가 독립해 인텔을 창립했다.
97년 커크 폰드 회장이 내쇼날반도체와 합병을 통해 재창업하면서 신제품 개발과 인수합병, 이를 뒷받침하는 ''멀티마켓''이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부활했다.
페어차일드가 99년 인수한 부천사업장도 한국 최초의 반도체 회사였다. 부천사업장은 74년 한국반도체(이후 삼성전자가 인수)가 국내 최초로 반도체(3인치)를 생산했고, 반도체산업 도약의 전환점이 된 64K 메모리를 처음 개발한 곳이다.
페어차일드는 부천사업장에 첨단제조설비 D-Line, 기반기술연구소 등을 설립했고 화성에 자동화 물류센터를 만드는 등 한국에 약 7억달러를 투자해 중국·아시아 시장공략의 거점을 마련했다. 이렇게 성장한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는 지난해 페어차일드 전체 매출(15억달러)의 약 40%를 차지했다. 2001년에는 IT산업의 세계적인 불황속에서도 수출 4억달러대에 진입, ''4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파워프렌차이즈와 멀티마켓
페어차일드는 처음부터 멀티마켓 어플리케이션용 고성능 제품공급회사라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성장의 열쇠는 전력용제품(Power)이었다. 반도체 업계의 경향은 더 낮은 출력전압, 더 높은 전력, 더 정밀한 전력제어 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어차일드가 생산하는 1만종에 가까운 비메모리 반도체 제품들은 가전, 산업용 기기, 컴퓨터, 휴대전화 및 각종 통신기기 등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형광등에 스타트 전구가 필요했지만 파워반도체가 대체하고 있다. 형광등에서 각종 가전제품까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하루에도 수천개의 비메모리 반도체와 접하고 있다. 멀티마켓이란 이처럼 페어차일드의 반도체 제품이 사용되는 광범위한 전자제품 시장을 말한다.
최 부사장은 “고추가루가 김치, 자장면, 국 등 모든 곳에 사용되듯 페어차일드 제품은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된다”며 “파워프렌차이즈와 멀티마켓 전략으로 전력용 반도체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로 번 돈 반도체로 나간다
최 부사장은 “''비전''은 비메모리 반도체시장에 있다”고 단언한다. 최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수출 최대국가지만 비메모리분야와 CPU 등 반도체 수입이 더 많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비메모리분야의 균형발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장점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제품 주기가 길다. 메모리제품 수명이 보통 6개월정도지만 페어차일드 제품은 경우에 따라 15년에 이르고 제품수도 다양해 경기변동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최 부사장은 “오르내리는 D램 가격에 일희일비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만으로는 더 이상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모든 전자제품의 중요 기술은 컨버전스(융합)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5년후 신혼부부가 구입할 가전제품은 인터넷이 되는 PDP,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냉장고 등일 것이다. 기술이 모이고 있다. 그에 걸맞는 ''최초''의 제품을 개발해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개척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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