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치레도롱뇽은 왜 법적지위를 박탈당했는가

환경부 “멸종위기종 ‘후보’ 명단에 올렸다”…생물학자들 “위기종 목록에 곧바로 등재를”

지역내일 2004-08-24 (수정 2004-08-24 오후 4:33:49)
경부고속철 천성산 관통 노선을 반대하는 ‘도롱뇽 소송’이 100만인 서명에 들어간 가운데, ‘꼬리치레도롱뇽’이 왜 환경부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빠졌는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8월 11일부터 31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간 ‘야생동·식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안)’ 멸종위기종 명단에서 ‘제주도롱뇽’만 포함시키고 꼬리치레도롱뇽을 제외시킨 상태다.
이 문제에 대해 양서·파충류 분야의 멸종위기종 리스트를 작성했던 국립환경연구원의 서재화(양서파충류 전공) 박사는 “꼬리치레도롱뇽은 반드시 리스트에 올라야 한다고 했는데 환경부 최종 심사에서 제외됐다”며 “학자적 양심에서 보면 반드시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서객 물놀이도 서식처 위협”
이 문제에 대한 환경부의 답변은 석연치 않다. 자연자원과 동덕수 과장은 지난 주 이 문제에 대한 본 기자의 질문에 “국립환경연구원 소속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멸종위기종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답변했다.
확인취재 결과 국립환경연구원 전문가의 의견은 ‘꼬리치레도롱뇽은 멸종위기종 명단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김상일 자연보전국장은 “각 분야 전문가들 의견을 다 수용하면 멸종위기종 리스트가 500종도 넘게 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해서 모두 수용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연자원과 담당 사무관은 “꼬리치레도롱뇽은 높은 산간 계곡을 중심으로 비교적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고, 각 개체군이 줄어들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일단 후보 목록에 올려놓고 보다 세밀한 관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재화 박사는 “양서류 분야 리스트에는 ‘고리도롱뇽’과 ‘꼬리치레도롱뇽’만 추가로 올라가 있었다”며 “멸종위기 상태로 추정되는 종은 일단 목록에 등재한 뒤 나중에 해제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꼬리치레도롱뇽은 현재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등 아주 차가운 산간계곡에만 남아 있어 다른 집단 간의 교배도 쉽지 않은 상태다. 자칫 근친교배로 인한 종의 단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박사는 “멸종위기종 목록을 작성하면서 도롱뇽처럼 움직이는 동물 종의 숫자를 센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수십년 동안 관찰하고 채집해 온 전문가들이 ‘멸종위기’라고 느낀다면 정부는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박사는 “일반 도롱뇽이 비교적 따뜻한 물에서도 살아남는 데 비해 꼬리치레도롱뇽은 용존산소가 풍부한 10℃ 정도의 아주 차가운 물에서만 살 수 있다”며 “알에서 부화한 뒤 2년 정도를 계곡물에서 살기 때문에 계곡 피서객들의 간섭조차 이들의 생존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목록에서 빠져
꼬리치레도롱뇽은 지난 1994년 ‘감소추세종’이라는 이유로 환경부 지정 ‘특정야생동물’ 목록에 올랐으나 1997년 개정된 자연환경보전법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제외됐다.
환경부와 한국자연보전협회가 발행한 ‘멸종위기 동식물 지정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2001)는 △꼬리치레도롱뇽의 국내 본포 지역은 ‘좁으며’ △분포지역의 분포는 ‘국소형’이고 △상대적 밀도는 ‘낮고’ △서식환경 상황은 ‘악화·축소’되고 있으며 △급격한 감소 원인은 ‘산란·서식처 소실’이라고 보고한다.
한편 일본은 총 152종의 양서·파충류 가운데 34종(22%)를 보호대상종으로 선정하고 있고, 몽골은 28종 중 9종(32%), 베트남은 340종 중 84종(25%), 중국은 598종 중 125종(20%)를 보호하고 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특1급수에만 사는 오염지표종

‘꼬리치레도롱뇽은’ 영어로 ‘Korean clawed salamander’이라 불린다.
그 이름처럼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 북동부와 시베리아에만 서식하는 양서류이다. 산소가 풍부하게 녹아있는 차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까다로운 종으로도 유명하다.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박대식 교수는 “일반 도롱뇽은 다양한 수온에서 잘 견디지만 꼬리치레 도롱뇽은 산소가 많이 녹는 온도인 7∼10도에서 생존한다”고 말한다.
꼬리치레도롱뇽은 지리산 양수발전소 계곡이나 골프장이 추진되던 영동군 민주지산 물한리 계곡 등에서 발견, 개발계획의 걸림돌로 등장하면서 언론도 자주 탔다.
몸집은 도롱뇽에 비해 가늘고 꼬리가 특히 길다. 눈이 툭 튀어나온 성체의 경우 몸길이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또 갈색 바탕에 노란색의 반점이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흩어져 있어 흑갈색 도롱뇽과는 쉽게 구별된다.
도롱뇽이 경작지 주변의 계류에 서식하고 비교적 수질 오염에 강한 데 반해 꼬리치레도롱뇽은 수온이 차고 용존 산소량이 풍부한 산간 계류 중에서도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노랗게 잘 익은 둥근 옥수수 알갱이처럼 생긴 알에서 부화한 뒤 2년 가까이 차가운 물 속에서 유생기를 보내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간 계곡에서 관찰되었던 꼬리치레도롱뇽은 근래 들어 그 존재 자체가 화제가 될 만큼 분포 지역 및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산을 넘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각종 도로공사로 인해 토사의 계곡에 유입되고 서식지가 파괴되고 이동로가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계곡에 토사나 오물이 투입되면 물이끼와 같은 계곡 내 초식동물의 먹이가 죽거나 감소하고 이는 수서 곤충 및 소형 곤충류 등 꼬리치레도롱뇽의 주요 먹이를 고갈시킨다. 서식지 단절은 다양한 유전자를 갖는 다른 집단 사이의 번식을 방해한다.
골프장이나 스키장과 같은 대규모 개발, 산간 계류의 샘물을 차단하거나 지하수위를 대폭 낮추는 터널공사도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에 매우 치명적이다.
경부고속전철이 관통할 예정인 천성산 일대에는 맑고 차가운 계곡물과 고산습지가 다양하게 분포한다. 이런 천혜의 지형적 조건에 따라 꼬리치레도롱뇽의 개체수도 많은 곳이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